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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본주의다> 원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킵시다”

매각과 노조 무력화 공세에 맞선 경주 발레오만도지회의 투쟁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발레오전장시스템스의 직장폐쇄가 40여일을 넘어섰다. 경주 용강동에 있는 발레오전장시스템스가 직장폐쇄를 공고하고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출입문을 틀어막은 것은 지난 2월16일. 문제의 발단은 앞서 2월4일 회사가 경비직 조합원 5명을 현장으로 인사발령시키고 그 자리에 용역회사 직원을 투입하면서 비롯됐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회사의 조치에 반발, 조합원 집회를 열어 용역 직원들을 경비실에서 내쫓고 잔업과 야간작업을 거부했다. 또 2월5일 조합원총회를 열어 92.1%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키고, 2월9일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한 뒤 10시간 근무에 생산량을 70%로 줄이는 품질강화운동을 벌여나갔다. 발레오만도지회는 지난해에도 넉 달 동안 생산량을 줄이는 투쟁을 벌여 회사의 아웃소싱을 막아낸 적이 있다.

 

발레오 자본의 직장폐쇄 이후 지회는 발레오 경주공장 각 문 앞에 천막을 치고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3월3일 발레오 경주공장 북문 앞에서 납품차량을 막던 지회 조합원 7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고, 정연재 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항의해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3월4~5일 확대간부파업을 결의하고 3월4일 공장진입투쟁과 경주와 포항을 잇는 국도를 점거하는 거리투쟁을 벌였다. 이날 투쟁으로 32명의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됐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여갔다. 경주지부는 3월8일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경주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발레오 경주공장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부분파업에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22개 지회 2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경주지부의 총파업 이후 발레오 자본은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성실대화를 약속했지만 3월13~17일 대화 기간 중 한 차례 실무 교섭을 벌인 게 고작이었고, 지회의 업무 복귀 선언에도 직장폐쇄를 풀지 않았다. 경찰은 3월16일 포항노동지청에서 조사를 받던 정연재 지회장을 연행해 구속시켰다. 또 이날 오전 금속노조 경주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금속노조 경주지부 한효섭 지부장과 신시연 부지부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한효섭 지부장과 신시연 수석부지부장은 3월26일 포항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3월22일 경주공단 운동장에서 조합원총회를 열어 “3300 경주지부 조합원의 힘으로 발레오 자본의 직장폐쇄를 철회시키고 발레오만도 조합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자”고 결의하고, 3월29일 지도부 구속에 항의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직장폐쇄 중인 발레오 경주 공장에는 현재 70여명의 조합원이 들어가 일을 하고 있고, 임시직과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평상시 생산량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621명 가운데 매일 아침 집회와 선전전, 천막농성에 결합하는 대오는 3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현장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발레오 자본은 이 틈을 비집고 이참에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겠다는 태세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아웃소싱 없는 공장’을 위한 발레오만도지회의 투쟁과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연대파업은 공장 매각을 염두에 둔 발레오 자본의 노조 무력화 공격과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다. 자본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막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발레오만도 조합원들은 3월30일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연대를 호소하는 출근 선전전을 벌이면서 내부 동력을 추스르고 있다. 10년 동안 세제 혜택 등 단물을 다 빼먹고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아웃소싱 등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미는 발레오 먹튀 자본에 맞서 노동조합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어떤 경우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은 ‘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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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2:04 2010/03/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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