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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70호 97.6.20

 

금속 3조직 통합에 부쳐

  지난 3월 31일 금속연맹 사무실에서 금속 3조직 위원장들이 비공식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금속 3조직 위원장들은 금속 3조직의 통합에 원칙으로 동의했다.

  4월 24일 금속 3조직은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과 관련된 구체적 일정과 통합조직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3조직이 7월말까지 시안을 마련하여 이를 토대로 조정 합의한다. 각 조직의 논의과정을 격주로 모여서 서로간에 공유하고 조율한다"고 밝혔다.

  현총련은 6월 1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갖고 금속 3자 통합 방식안을 마련했다.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동시출마방식으로 통합금속조직의 지도부를 선출하고 실무진은 3개 조직이 1대 1대 1의 비율로 구성하며 대의원은 조합원 500명당 1인씩 선출하자는 안이다. 한편 현총련은 이날 현총련에 들어 있는 금속업종 노조들을 조직대상으로 해서 현총련이라는 이름으로 12일 합법화를 위한 설립신고서를 내기로 결의했다. 노동부는 현총련 설립신고서가 영업 등이 주요 업무인 현대자동차써비스노조가 금속 동일업종으로 보기 어렵고 규약 제48조 '단체교섭과 쟁의' 꼭지에서 "연맹은 가맹조합 중 1개 조합 이상이 파업, 태업에 돌입하거나……연합이 담당한 단체교섭이 결렬됐을 때, 파업, 태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총련은 노동부가 보완 지시를 공식으로 전달하면 설립신고서를 낸 날로부터 20일 안에 다시 보완서류를 내면 되므로 합법화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속연맹은 6월 18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금속 3조직 통합 방안 건을 논의하여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금속연맹의 안은 이렇다. 7월말까지 금속 3조직의 입장을 조율하고 8월중에 3조직 공동수련회에서 통합 원칙과 일정, 사업을 결의한다. 여기서 금속연맹은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합법화를 결의한다. 공동수련회 이후 각조직 10명 정도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밑에 강령, 규약소위를 가동한 다음 10월중에 3조직이 해산하고 통합대의원대회를 갖는다. 3조직 통합 후 3개월 안에 통합지도부를 선출한다. 그리고 통합조직의 기본단위는 단위노조로 하며 지역(본부)조직과 업종분과를 둔다. 대의원 기타 각급 회의 파견은 단위노조 조합원수를 기초로 적정 인원을 배정한다. 의무금은 3조직의 현수준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납부비율을 높인다. 창립대의원대회에서는 3조직의 통합정신을 기초로 선출하고 이후 3개월 안에 조합원의 직접 선출로 임원을 구성한다. 사무처는 몇개의 국을 실로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실·국 수평 기능으로 한다. 현재 3조직의 사무처 인원은 포괄하도록 하고 구체 임무는 이후 인사권자가 행사한다.

  자동차연맹 또한 6월 18일 중앙위원회에서 금속 3조직 통합 시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정으로만 보면 7월말까지 이 시안들을 갖고 조율이 끝난다 치고, 통합 일정과 통합 조직의 체계, 그리고 지도부 선출방식이나 집행단위 구성에 대한 세부 안들이 마련되어 올해 안에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걱정되는 것은 통합의 대의와 원칙에 대해서는 3조직이 다들 동의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보여지는 그 적극성은 각 연맹의 합법화와 반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기 연맹이 합법화되게 되면 통합에 소극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고 합법화가 어려운 연맹들이 지금까지 적극성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미 합법화된 자동차연맹이 그런데, 현총련까지 합법화가 되면 통합의 현실 지형이 그리 밝지만은 않게 된다. 합법화된 연맹으로서야, 통합은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이 말 그대로 쓸 데 없는 걱정으로 끝나기 위해서는 다시금 통합의 원칙을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금속 3조직의 통합은 20만 금속 민주조합원들의 열망이다. 따라서 통합으로 가는 논의가 상층만의 논의로만 굴러가서는 안된다. 조합원들이 3조직 통합의 필요성과 원칙에 대해 충분히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번 임단투는 바로 그러한 교육의 마당이 될 수 있다. 3조직 통합이 어찌 돼가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조합원이 얼마나 되는가?

  둘째, 3조직의 통합은 20만 금속 민주조합원들의 단결의 1차 완성이지, 3조직 지도부의 통폐합 따위가 아니다. 지도부 선출이나 집행단위 구성, 의사결정체계를 어떻게 꾸리나 하는 문제들도 다 20만 금속노동자들의 총단결이라는 큰 뜻에 따라, 그 요구와 이해에 따라 풀어가야지, 3조직의 기득권에 발목이 잡히는 식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

  셋째, 통합 조직의 건설은 금속산별 단일노조로 가는 첫걸음이다. 따라서 통합 논의는 옛날 1,2안 논쟁에서처럼 크게 뭉치느냐 작게 뭉치느냐는 식으로가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서 산별노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논의와 논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왜 뭉치느냐가 분명해질 때만 어떻게 뭉치느냐가 결정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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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15 2005/02/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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