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주간울교협통신] 82호 97.10.1

 

울교협 통신을 마무리하며

  자료회원 여러분!

  그러니까 우리가 주마다 전국 소식이나 지역 소식, 우리의 주장 따위를 [주간 울교협통신] 이라는 이름으로 펴내기 시작한 게 95년 6월 9일이니까 햇수로 벌써 3년째 여러분과 만난 셈입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다면 울교협통신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없었겠지요. 고맙다는 말밖에는 달리 드릴 말이 없습니다.

  예비호 2번, 준비호 25번, 창간호서부터 이번 마지막 83호까지, 되돌아보면 모자람과 부끄러움 투성이지만 거기엔 우리의 땀과 씨름이 있고 현장 동지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숨쉬고 있습니다. 현장의 살아 있는 문제의식들이 지난 울교협통신들에 조금이라도 스며 있다면 그게 우리의 유일한 자랑입니다.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100호, 1000호까지 그야말로 '줄기차게'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만 전국 단위의 주간 정치신문이나 노동 정론지를 기대하면서 예서 접습니다. 많이 널리 읽히고 내용이 알차며 노동자 스스로가 만드는 주간지를 2000년 되기 전에 우리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우리는 지난 통신들 속에서 지역의 문제를 전국의 문제로 보고 해석하려고 애썼습니다. 현장 일선 활동가들의 진솔한 얘기들이 널리 읽혀지도록 되도록 거르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산별노조 건설로 나아가는 한국 민주노조운동과 현장조직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들 같은 주제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한 내용들을 그때그때 모자란 대로 숨김없이 밝혔습니다. 표현을 가지고 때로는 내용에 대해서 협박에 가까운 비난을 받을 때도 우리는 그것이 발전된 논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수정과 교정에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주마다 써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밤을 새서라도 되도록 내용을 알차게 하려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발로 충분히 뛰지 못했습니다. 현장의 구석구석을 쉼없이 살피지 못했습니다. 하청노동자나 여성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외국인노동자 들에 대해 충분한 관심과 기획을 갖지 못했습니다. 현장 문제들에 대해서 현장활동가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제언하는 글을 충분히 발굴하고 조직하지 못했습니다.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내용이 부실하기 일쑤였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노동자 정치운동이 현장에서 어떻게 시작되고 구체화되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달마다 부치게 될 [노동전선]과 [현장에서 미래를]에 울산의 현장 이야기들을 좀더 내용있게 만들어 실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주간통신]은 계속 전송되고 있습니다. 전국과 지역의 노동소식을 그때그때 주마다 전자우편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따로 자기 ID가 없더라도 나우누리 LABOR 전국노련방을 찾으시면 됩니다. 거기서 우리는 계속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총파업과 대선이라는 하반기 투쟁 속에서 힘차게 다시 만납시다. 다시 한번 그 동안 울교협통신을 사랑해주신 자료회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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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17 2005/02/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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