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어제 저녁에 급히 연락을 받고 오늘 중으로 인감증명서를 팩스와 우편으로 보내야 했다.

이번 달 말에 일주일 정도 다른 작업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게 됐는데 그 전에 진행할 일도 있고 또 사무실 일이 아닌데 개인적인 일로 일주일이나 자리 비우는 게 다른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이번 주부터는 10시 출근(이전까지는 2시 출근이었다는 ㅋ)을 하리라 맘 먹은 둘째 날인지라~ 출근 전에 일을 마무리 하자 싶어 8시 30분쯤 주민센터로 갔다. 윽~ 그런데 주민센터에 어제 벼락이 쳐서;;; 전산 업무가 마비됐단다;;;; 복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증명서를 발급 받고 근처 우체국으로 이동해서 팩스와 등기를 보내고 부랴부랴 사무실 도착!

 

안 늦었구나 하고 나름 상콤한 마음으로 며칠 동안 미뤄졌던 일부터 오늘은 마무리하자 싶어

우선, 모 단체 조합원 교육 촬영본을 편집해서 CD로 출력한 걸 들고 그 단체 사무실로 종종종 이동~~

 

지난 4월과 7월, 2회에 걸쳐 모 단체의 조합원 교육을 촬영했더랬다.

이 작업의 시작은 그 단체에서 상근을 막 시작하던 선배와 그곳의 활동 이야기를 나누다가

단체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15~20분 정도의 영상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데

서로의 의견이 맞아서 나부터 흔쾌히 응했던 작업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선배가 그 단체의 활동을 정리하게 됐고,

서로 이 작업에 대해 이후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 나누진 않았지만

선배가 단체 일을 정리하게 되면서 영상작업 역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달 말쯤 그 단체에서 일하시는 다른 선배님이 10월부터 교육이 새로 시작되는데

촬영을 부탁한다는 말씀을 지나가듯이 언뜻 하셨고, 그 당시에는 교육 일정이 나오면

사무실 사람들과 상의한 후  말씀 드리겠다 정도로 마무리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그 동안의 촬영본을 캡쳐해 둔 파일들을 컴퓨터에 기약 없이 계속 두는 게

애매했던 중이라 이 참에 정리하자 싶어, 간단하게 편집/출력해서 교육 촬영을 부탁한 선배님에게

지난 교육 기록 영상 CD를 드리면서 이후 교육 일정, 영상 기록 계획 등을 이야기 나눌 요량이었다.

 

지난 주 목요일, 촬영본 편집을 마치고 CD 2장으로 완성본을 출력했는데

사무실에 찾아가면 선배님이 안 계시고, 계실 때는 내가 사무실에 없는 등등 서로 타이밍이 어긋나서

오늘까지 CD를 건네지도, 촬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를 못했다.

 

오늘은 더 미뤄지면 안 되겠다 싶어 선배님이 안 계시더라도 책상에 CD랑 간단한 메모라도 남기고 와야지 하고 사무실로 찾아갔다. 역시 오늘도 안 계셨더랬다.

 

그런데 그 단체의 얼마 전 새로 상근을 맡으신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는 부르셨다.

그 교육이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시는 거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교육은 지난 번처럼 3개월에 1번 정도 진행되는 교육이 아니라

11월 말까지 주 2회, 총 8번 동안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 분과 교육 촬영에 대해 가타부타 긴 이야기를 나눌 상황은 아닌 듯 싶어

우선 오늘은 저녁에 제가 다른 일정이 있고, 이후에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촬영이 가능할지는

일정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분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이 교육이 얼마나 좋은 내용이며, 강사들이 얼마나 훌륭하며, 중요한 건데 그러냐라는 식이신 거라.

순간 이건 아닌데 싶어서 우선 교육 일정과 관련한 내용을 보내주십사 말씀 드리고

지난 교육 편집한 CD는 선배님 책상 위에 두고,

마치 내가 뭔가를 잘못한 상황인양 쭈뼛쭈뼛 그 사무실을 나왔다.

 

 

지금까지가 정황 설명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아주 개인적인 투덜모드!

영상 기록, 작업이란 거 너무들 쉽게 생각하신다. 아니 쉽게 생각하셔도 된다. 보시기에는 어떠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난 내 시간을 쪼개서 내 장비와 내 테잎을 들고 가서 2~3시간 동안 엉덩이 한 번 못 붙이고 촬영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 몇 배의 시간과 품을 들인단 말이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난 그 단체의 조합원도 아니다) 그런 일을 맡기려면 최소한 단체에서는, 단체의 활동가는 그런 기록(영상) 작업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계획 정도는 있으셔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야 나도 내가 이렇게 시간과 품을 들이는 거에 대한 내 의미라도 챙길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들 무턱대로 촬영만 맡기고 끝이다. 그리고 너무도 당당하시다. 우리 활동이 이 내용이 얼마나 훌륭한데... 식인 거라. 정말... 알바 맡기는 사람들도 이렇지는 않다. 나는 카메라나 삼각대가 아니다. 그냥 갖다 놓고 버튼 누르면 저절로 돌아가는 그런 장비가 아니란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 일정을 쪼개서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촬영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서 그 몇 배의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한다고. 아니 다 떠나서 그냥 기록한 촬영본 테잎이 필요한 거면 그렇게 얘기를 주시던지. 그럼 최소한 공테잎 값이라도 받지. 장비가 필요하신 거면 그렇게 얘기를 하시던지. 그럼, 내 교통비라도 안 나가지. 내가 했던 그리고 앞으로 요구 받는 품은 그냥 받쳐 놓은 카메라 삼각대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한데... 이건 뭐 그 흔한 입에 발린 수고했다는 말 한 번 못 듣고 촬영할 공테잎 조차 늘 내가 챙겨가야 했는데 앞으로도 그게 당연하다는 식. 아... 이건 아니다.

 

으......... 이렇게 투덜투덜 풀어 놓고 나니 속이 좀 개운하다.

 

이제 정신 좀 챙기고~ 다시 정리 모드!!!

이 단체와의 작업. 시작은 서로의 필요, 의미와 계획을 공유한 출발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계획대로 마무리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영상의 완성 여부를 떠나 내가 뭘 하는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서로 알 수 있었고 그럼 됐다.

그 때까지의 촬영본에 대한 편집과 완성본 전달. 이것도 좋다.

어떻게 쓰일지 기약 없는 파일을 품고 있는 것도 찜찜했는데 이 참에 정리할 수 있으니 우선 좋고,

또 그 동안 촬영한 영상을 어찌 되었든 결과물로 드릴 수 있어서 내 만족감이 있다.

앞으로 그 단체와의 작업. 이건 더 생각이 필요하다.

우선 나 혼자 한다 안 한다 결정할 일이 아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상의/공유가 필요하다)

촬영을 제안하시는 것도 개인적인 부탁이 아니라 그 단체의 일로 생각하고 풀어 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달 나에게 촬영을 부탁한 선배님~ 나,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라 하는 분이다. 그 분께 도움 될 일이라면 내가 가능한 선에서 기꺼이 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 그 단체 상근자 분을 만나고 난 느낌은 이건 아니다 싶다. 그 단체와 하루 이틀 보고 말 관계도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부탁으로 하는 일, 그 단체에도 나에게도 그리고 서로의 관계에도 득이 없을 듯 싶다)

그 단체에서는 이 영상 작업(교육 과정의 기록)에 대한 자기 목적과 의미/계획이 있어줘야 한다.

이런 것을 전제로 앞으로 진행될 영상 작업의 조건에 대해 그 단체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단순 기록이라면 차라리 장비를 빌려드리는 게 낫다. 아니, 간단한 촬영 교육도 기꺼이 해 드릴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식은 아니다.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이전처럼 그렇게 한다고 그 분들이 기특해 하시는 것도 아니고, 나 역시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보상이 없는 품은 사양이다. 그냥 쟤 참 성격 까칠해라는 소리 듣고 말란다. 상호부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너희 단체가 우리 단체 이렇게 도와주니 고맙구나, 우리도 다음에 너희를 도울께라는 마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

 

자... 우선, 여기까지 정리.

같이 일하는 사무실 동료들 오면 상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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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12:38 2009/10/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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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탕  | 2010/03/14 10:07
아...기꺼이란 말이 좋은듯...
긴 호흡  | 2010/03/17 22:41
와! 탕샘이다!!! 와~~~
와와와와와와~~~ ㅎㅎㅎ
고맙습니다  | 2010/03/18 00:13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예전 일이 생각나서 반성이 많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