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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추 여무는 날을 다시 기다리며

 

붉은 대추 여무는 날을 다시 기다리며



-하이하바-


누가 질세라 아지랑이와 봄꽃이 피어오를 때

대추나무도 기지개를 펴겠지!


세상 어느 곳보다 노을이 아름답다는 그 곳에서

긴 세월 붉은 석양을 바라보던 사람들

그 사람은 하나 둘 가고, 대추나무는 조용히 봄비만 흘린다


다른 새싹, 다른 잎새는 다시 봄을 노래하는데

황새울의 슬픈 대추나무는 고요하네

대추나무 꽃피기를 기다리며 1년, 2년 3년을 버텨온 사람들.


지난 겨울 눈보라가 그리도 혹독했나

이제 그들이 떠나가네, 더 이상 볼 수 없네!

다들 어디로 가나?

평화의 대추열매 영원이 맺게 하자던 수많던 사람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올해도 붉은 대추열매 따겠노라고

방방 곡곡에서 모여들어 함께 약속했던 사람들은 되돌아가고.


빗물에 젖었나 눈물에 젖었나 황새울이 촉촉하네.


옛날 바다를 메우고 나서도 이 땅이 이리 울었을까?

흐르는 안성천, 황새울 노을은 오늘도 변함없는데

왜 땅만 외로이 흐느껴야 하나!


땅을 뺏앗긴 슬픔만큼, 평화를 빼앗긴 마음이 커서일까

아니면 이제 잘려나갈 대추나무에 미안해서일까

아무도 맘 편히 뒤 돌아 보지 못 하네.


하지만 사람은 떠나고, 대추나무가 잘려도

우리는 씨앗을 남겼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 투쟁, 붉은 영혼과 붉은 노을

그 씨앗이 다시 피리라는 기대가 있기에

눈물을 닦을 수 있네.


이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네,

황새울을 찾았던 수많은 발걸음은 잊히지 않고

다시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될 테니.


이제 다시 사람들이 찾아 올 때

붉은 대추 한 나무 넘쳐 열리고

팔 벌려 오는 사람 맞아 주겠지.


평화의 붉은 대추 다시 맺을 그날까지

우리는 새로운 황새울을 만들어 가야하네

평택에서, 군산에서, 서울에서

이 땅의 모든 민중들과 함께

붉은 열매를 기다리는 고통 받는 민중이 있는 곳


그 곳에서 다시 황새울을 노래하세

우리의 사랑과 행동으로

다시 붉은 평화를 노래하세.


[끝]

2007년 4월 초 대추리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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