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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개입, 그 깊이와 넓이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3/27 07:31
  • 수정일
    2013/03/27 07: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원 전 원장 출국 기도 이후 더욱 증폭되는 의혹들
 
육근성 | 2013-03-26 08:58: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자 다급해진 새누리당은 경찰청장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댓글을 달았다면 그 문구가 파일로 저장돼 있을 테니 여직원의 컴퓨터만 조사해도 될 것’이라며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국정원 정치개입, 그 깊이와 넓이는?

 

 

12월 16일 경찰이 나섰다.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부실 수사에다 선거개입 행위까지 서슴치 않았다. 경찰의 발표를 근거로 박근혜 후보 측은 역공을 펴기 시작했다. 대선 결과가 ‘박근혜 당선’으로 끝났기 때문일까. 이후 경찰 수사는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다.

 

 

진보성향의 언론이 경찰 역할을 대신했다. <한겨레>는 국정원 여직원 ID를 분석해 다수의 인원이 다량의 ID로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글과 댓글을 인터넷 공간에 조직적으로 유포해 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여론조작 개입 행위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한다.

 

 

 

 

 

이런 직후 터진 게 ‘원세훈 전 원장의 도피성 출국 기도 의혹’이다. 이로써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된 상태다. 원 전 원장이 퇴임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던 이유가 뭘까? ‘국정원 정치개입’의 깊이와 넓이는 어느 정도일까?

 

 

원세훈 도피성 출국 기도, 사실일까?

 

 

도피 기도가 사실인 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맞다면 제기되 있는 의혹들 태반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원 전 원장이 출국을 시도 했다는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 몇 가지 정황들이 그렇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정황 1: 의도를 숨겼다

지난해 12월 13일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에 원 전 원장이 출석한다. 여기서 한 야당의원이 “퇴임 뒤에 미국 스탠포드대에 갈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고, 원 전 원장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출국설’이 다시 흘러나온 건 퇴임 직후. <오마이뉴스>는 지난 22일 “원세훈 전 원장이 21일 오후 늦게 퇴임식을 열었고,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스탠포드대에 머물 계획”이라고 보도한다. 그 다음날 <한겨레>는 더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한다. “원 전 원장이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공권을 예약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정보수장이 퇴임 직후 해외로 떠난 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변 안전과 정보보호라는 이유에서라도 한동안 외부 활동을 삼가 온 게 관례다. 황급하게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정황 2: 한밤중 퇴임식

‘퇴임 후 출국설’이 모락모락 피어날 무렵 국정원에서 원 전 원장의 퇴임식이 있었다. 퇴임식 또한 매우 이례적이었다. 통상 전 직원을 상대로 낮시간에 이뤄지는 게 관례지만 이 날 퇴임식은 간부직원만 불러서 늦은 저녁시간에 치러졌다.

 

 

최장수 국정원장이라는 위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퇴임식을 치러야만 했던 속사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은밀한 퇴임식’은 24일 감행하기로 했던 도피성 출국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정황 3: 이삿짐과 관련된 이웃의 증언

‘출국설’일 불거지자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등 다수의 언론들이 원 전 원장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다. 원 전 원장이 이삿짐을 꾸리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퇴임 한 달 전부터 미국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짐작된다.

 

 

 

 

 

출국 기도 이후 의혹 더욱 증폭...‘원세훈 게이트’

 

 

원 전 원장의 도피성 출국 기도와 검찰의 출국 금지 조치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원세훈 게이트’로 확대된 양상이다. 의혹의 깊이와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경찰을 향한 의혹들

대선 전과 후의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대선 전에는 수사 시작 5일 만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등 엄청난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선거가 끝난 뒤 수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시간을 끌려고 한 걸까. 새 정부가 출범하고 원 전 국정원장이 해외로 도피할 때까지 미적거리려고 한 건가. 초기 수사가 진행될 때 갑자기 수사담당자가 교체됐다. 누가 수사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해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한 ‘윗선’은 대체 누구인가?

 

 

□ 새누리당을 향한 의혹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불거진 직후 새누리당은 목에 핏발을 세우며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다.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행태를 비호한 파렴치한이라고 비난했다. 그랬던 그들이 선거가 끝난 뒤에는 ‘국정원’이라는 말 자체를 ‘금칙어’로 정한 듯 한 마디도 뻥끗하지 않는다.

 

 

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걸까? 수혜자이기 때문인가?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이 폭로돼 여론이 들끓어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왜 일까? 원 전 원장의 ‘도피설’로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데도 노코멘트로 일관해야 하는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 검찰을 향한 의혹들

수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5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돼 이미 수사가 시작된 상태다.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국기를 뿌리째 뒤흔드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왜 이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으려 한 걸까? 여론이 빗발치자 23일 저녁에야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을 했다. 그러고도 24일까지 사실 확인을 안 해준 이유는 또 뭔가?

 

 

왜 ‘원세훈 개인 비리 수사’ 관련 얘기를 언론에 흘렸을까? 이번 사건의 본질과 원 전 원장의 도피 기도 사실을 희석시키기고 물타기 하기 위함인가?

 

 

□ 청와대를 향한 의혹들

경찰의 황당한 중간수사발표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성폭행범이나 하는 수법을 동원해 2박 3일 동안 밥도 물도 못 먹게 감금했다”며 야당 후보를 거세게 몰아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비호한 거나 다름없다.

 

 

‘박근혜 사찰’의 배후로 지목된 게 원 전 원장이었다. 또 친이·친박간 갈등과 관련해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 댓글을 통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정원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관대한 태도다. 대선 때 모종의 기여를 했기 때문인가?

 

 

<오마이뉴스>는 전직 국정원 직원의 말을 빌어 “지난 대선 때 현직 직원이 ‘이것을 막지 못하면 민주당은 선거에 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며 그 당시 “인터넷 댓글 공작보다 더 큰 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더 큰 건”이란 게 대체 뭘까? 그게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원 전 원장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적극 비호한 박 대통령까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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