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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돼 버린 희귀새 탐조 명소 어청도

윤순영 2018. 06. 22
조회수 748 추천수 0
 

정부가 추천한 ‘3대 탐조 생태여행지’, 온종일 쓰레기 태우는 연기로 가득

쓰레기 방치·소각 일상화, 군부대도 불법소각에 가담…섬 쓰레기 대책 필요

 

e4-1-1.jpg» 하루에 희귀종을 포함해 철새 100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서해 청정섬 어청도가 쓰레기 소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어청도는 군산시에서 72㎞ 떨어진 고군산군도의 가장 외딴 섬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거리가 300㎞밖에 안 되는 이 섬은 우리나라 영해기선의 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군산에서 2시간 30분 걸리며, 면적은 1.80㎢, 해안선 길이는 10.8㎞이다. 물 맑기가 거울과 같아 어조사 어(於)와 푸를 청(靑) 자를 써 어청도라 불리게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봉수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크기변환_DSC_5952.jpg» 안산목에서 바라본 어청도 마을.

 

크기변환_DSC_6139.jpg» 마을 앞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1970년대까지 수많은 포경선들이 정박했고, 기상이 악화되면 어선들이 피항하는 곳이기도 했다. 어청도 등대는 2008년 7월 14일 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었다. 우체국, 초등학교, 보건소, 해경파출소, 파출소 등 일반 공공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섬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DSC_6156.jpg» 섬의 형태는 서쪽으로 트인 ㄷ자형을 이루고 있다.

 

북서계절풍이 불어 섬의 북서쪽에는 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높은 낭떠러지가 발달하였다. 어청마을은 동남쪽에 자리 잡았으며, 주민 150여명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연근해에서는 멸치·우럭·놀래기·해삼·전복 등이 잡힌다.

 

크기변환_YSY_7940.jpg» 희귀조류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496.jpg»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검은머리촉새.

 

크기변환_YSY_7704.jpg» 희귀 나그네새 흰꼬리딱새.

 

어청도는 희귀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쉬어가는 매우 중요한 중간 기착지였다. 그러나 10여년 전 소나무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모두 죽었고, 상수원 아래의 논은 매립되어 유일한 습지가 사라지면서 새들의 다양성과 개체수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국립생물자원관이 2015년 대표적인 봄철 탐조 생태여행지로 마라도, 소청도와 함께 “하루 100종 이상의 철새를 만날 수 있는” 어청도를 꼽았을 정도로 이 섬의 생태가치는 아직 높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14년 봄철 조사에서 괭이갈매기, 되새, 촉새 등 147종 5153개체의 조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크기변환_YSY_7479.jpg» 재선충으로 고사한 소나무위에 백로가 외롭게 앉아 있다.

 

어청도를 질식시키는 것은 만연한 불법 소각이다. 벽돌로 가린 한 소각장에는 군부대의 쓰레기를 비롯한 생활쓰레기가 분리수거도 되지 않은 채 매일같이 소각되고 있어 온종일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로 가득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매캐한 냄새가 청정지역이라는 어청도를 무색케 한다. 휴대용 가스연료통이 터질 때마다 굉음과 불길이 치솟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쓰레기를 함부로 소각하는 일이 이미 일상이 된 것 같다.

 

크기변환_DSC_6117.jpg» 각종쓰레기가 뒤섞여 방치돼 있는 모습.

 

크기변환_DSC_6114.jpg» 갈 곳 없는 쓰레기는 결국 어청도의 오염원이 된다.

 

어청도는 내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탐조인도 많이 찾는 세계적인 탐조지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탐조 명소는 어떻게 비칠까. 명성은 고사하고 당장 살아가는 데도 불편이 크다. 주민들은 빨래도 널지 못하고 냄새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인근의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 소각장 시설이 자연친화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크기변환_YSY_6103.jpg» 일상처럼 타오르는 쓰레기 연기.

 

크기변환_YSY_6069.jpg» 휴대용가스통 등의 이름 모를 폭발이 일어나자 불길이 치솟는다.

 

크기변환_DSC_6125.jpg» 소각된 쓰레기 잔해.

 

 

그런데도 군산시는 어청도를 ‘가고 싶은 섬’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청도에 주둔한 군부대와 군산시는 하루 빨리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청정지역 섬 전반으로도 쓰레기 처분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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