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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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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현행 선거구제 폐해 및 대안

승자독식·지역구도 깰 선거제 개편, 거대 양당 결단만 남았다
 

대통령·국회의장·야당 이구동성…수십년 과제, 화두로 부상 
중선거구·연동형비례대표제 적용 땐 정의당 23석까지 늘어
한국당 “대표성 확대 방안 강구” 외형상 동참…민주당은 미적

선거구제 개혁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장, 야 4당이 이구동성으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정치구조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지역구도 탈피, 소수정당 진입, 적대적 정치문화 청산을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관건은 거대 여야 정당의 결단이다. 

■ 문제는 ‘승자독식 정치구조’ 

현행 선거구제는 1987년 6월항쟁이 낳은 산물로, 1998년 13대 총선부터 적용됐다.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두 축이다. 소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제도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득표수와 별개인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13대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만 미세하게 조정됐을 뿐 소선거구제는 유지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대 총선의 경우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253명,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47명 등 총 300명이 선출됐다. 

현행 제도의 폐해는 뚜렷하다. 일단 소선거구제가 갖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다.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된다. 2위를 한 후보가 49.9%의 득표율을 올려도 모두 사표가 된다. 49.9% 시민의 뜻은 사라진다. 

 

이런 선거구제는 필연적으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만들어낸다. 거대 여야 정당만 생존하는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지역구도도 강화된다. 특히 소수정당의 진입이 어렵다.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대변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거구제 개혁 요구는 항상 있어 왔다. 17·18·19대 국회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했지만 논의에 그쳤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랐다. 여야 거대 정당이 현행 체제의 수혜자라는 모순적 상황도 장애물이었다. 

다만 상황이 나아질 조짐은 있다. 무엇보다 야 4당의 선거구제 개편 의지가 강하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은 선거제도 개혁을 ‘협치의 조건’으로 내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신임 정동영 평화당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저는 이미 몇 차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며 “정치개혁은 여야 합의가 관례이니 국회의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달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면서 “정치개혁의 요체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편이 더 크다”고 했다. 

■ 중대선거구제 등이 대안 

개편 방향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있다. 일단 소선거구제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은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전면적 중선거구제’와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로 크게 나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목소리도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대로 나누고 각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먼저 배정한 후 비례대표로 남은 의석을 채우는 제도이다. 다만 비례대표 명부를 전국 단위로 할지 아니면 권역별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양당 구조는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2월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는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도농복합선거구제와 전면적 중선거구제 등 2가지 경우를 적용해 의석수 변화를 추산했다. 그다음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2가지 중선거구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3~47석,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5~21석이 줄어들었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은 21~45석, 정의당은 2~17석이 늘어났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정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병훈·김상희·박주민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주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각각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개특위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위원장은 선거구제 개혁 의지가 강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최근 타계한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숙원도 선거구제 개혁이었다. 그는 2016년 국회 비교섭단체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공정한 사회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의 태도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8일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외형상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소선구제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당론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구제 문제 등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뿐 그 이상은 없다”고만 했다. 현재의 고공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현행 제도가 차기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선거구제 개편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의원정수 증원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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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90600025&code=910100#csidx21aaa3847ea3b56b846720da134bd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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