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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이 ‘종전선언 약속’ 내던졌다” 북한, 이미 공식 비난해

북한 외무성,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실무자급에서 내던져” 강력 반발... ‘교착상태’ 장기화 전망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8-08-31 08:29:55
수정 2018-08-31 09: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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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미관계의 교착상태가 미국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종전선언 서명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미국 언론 매체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북한은 이미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언급하고 미국을 비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직후 종전선언에 서명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美 언론 “트럼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 ‘종전선언 서명’ 약속”

이 매체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북한에 먼저 핵무기 등을 해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재 북미관계 교착상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발언도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됐느냐’의 질문에 “오늘 우리가 서명한 것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서명 후에 우리가 합의한(got) 것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등에 관한 문제가 논의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채 오히려 북미공동성명 서명 후에도 많은 다른 문제가 합의나 논의됐다고 시인한 것이다. 따라서 ‘평화협정’의 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는 ‘종전선언’ 서명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매체의 지적이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북한도 이미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약속 사항을 지적하고 이를 불이행하고 있는 미국을 비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외무성 대변인 명의를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협상 태도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외무성은 이 담화에서 “미국 측은 북미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까지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외무성은 또 “종전선언은 조선(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면서 “조선(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로서 북남(남북) 사이의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된 문제이고 조미(북미)수뇌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열의를 보이였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쌍방이 수뇌급에서 합의한 새로운 방식을 실무적인 전문가급에서 줴버리고(집어 던지고) 낡은 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수뇌분들의 결단과 의지에 의하여 마련됐던 세기적인 싱가포르 수뇌상봉은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고위관리, “북한, 미국이 해야 할 일 안 하고 있다고 생각”

북한이 발표한 담화의 핵심을 정리하면, 종전선언 문제는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돼 있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열의를 보였던 문제라는 것이다. 즉, ‘복스’가 보도한 내용과 똑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공식적인 대미 비난 담화와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은 현재 미국이 종전선언 등 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이 핵무기 리스트 신고 등 일방적인 우선 핵 폐기 주장만 펼치는 것에 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관해 로이터통신은 30일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최근 방북을 취소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보낸 ‘비밀편지’의 말투는 “기꺼이 무언가를 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고위 관리가 “그들(북한)은 기본적으로 우리(미국)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고위 관리의 말이 맞다면,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이 종전선언 서명 등 구체적인 행동을 확약하지 않는다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쓸모없다고 거듭 강조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북미관계의 교착상태 원인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미국이 약속한 종전선언 불이행 등이 핵심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북미관계의 교착상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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