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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같은 애들의 죽음을 더는..” 故 김용균 씨 부모님의 한맺힌 절규

[현장] 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브리핑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8-12-14 20:07:02
수정 2018-12-14 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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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부모들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부모들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김철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회의실에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브리핑’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인의 부모님이 참석해 현재 심경을 밝혔다. 분노와 비통함, 회한에 찬 부모님은 긴 시간 발언을 이어갔다.

마이크를 잡은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생전 아들 이야기, 13일 사고 현장을 직접 다녀와 생각한 점, 정부와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등을 조목조목 밝혔다. (긴 발언을 내용별로 묶어 정리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9, 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24)씨의 빈소가 12일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9, 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24)씨의 빈소가 12일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김슬찬 기자

■ 내 아들 김용균  

“저희 아들은 어려서부터 저희 속을 썩인 적이 없다. 너무 착하고 예쁜 짓만 해서,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이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하나 뿐이라, 이 애만 보고 살았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 들은 순간 저희도 같이 죽었다. 이제 아무 희망도 없다” 

■ 취재진 앞에 서게 된 이유  

“우리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 진상규명을 해서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싶어 나왔다”

“내 아들이 죽어서, 저한테는 아무것도 소용없다. (우리 아들의) 명예회복,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찾고 싶다.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누그러뜨리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다. 도와달라. 저는 정말 가정에서 회사만 다니던 보통 엄마다. 평생 만지고 보고 또 보고 해도 모자란 우리 아들과 계속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 직접 본 아들의 일터, 사고 현장의 모습  

“너무 작업량이 많더라.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말문이 막혔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겼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으면 우리 아들이 집에서 놀고먹어도 이런 데는 안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살인 병기에 머리 넣게 내몰겠냐.”

운전 중 생기는 낙탄을 정리하기 위해 현장 곳곳에 놓인 삽
운전 중 생기는 낙탄을 정리하기 위해 현장 곳곳에 놓인 삽ⓒ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이가 일하는 곳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보고 싶었다. 다니는 것조차 너무 힘든 곳이었다. 어제는 기계가 서 있어서 그나마 앞이 보였는데, 동료들 이야기로는 평소엔 먼지가 너무 많아 앞이 잘 안보이고 어둡다고 하더라. 우리 아들이 일하는 곳은 밀폐된 공간인데, 손전등을 켜야만 보인다. 동료들이 너무 먼지가 많이 날려서 손전등을 켜도 뿌옇게 보인다고 하더라. 그런 속에서 그(기계) 안에 머리를 집어넣어 옆면을 살펴보고 (끼인) 석탄을 꺼내야 하더라”

“컨베이어 벨트 가는 곳곳마다 작은 문 같은 게 있더라. 거기를 열고 일일이 다 (떨어진) 석탄을 꺼내서 위로 올려야 하더라. 제가 보기엔 그 양은 열 명이 해도 다 못할 것 같았다. 한 쪽에 쌓인 것만 (치우려해도) 제가 하면 반나절은 걸릴 것 같더라. 그렇게 2Km 넘는 거리를 그 문을 다 열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한 사람이 그걸 다 해야 하고, 2인 1조로 위험 요소를 잡아주고 케어 해줄 사람도 없이 어두운 그곳을 헤맸다는 게 아찔했다” 

“위험한데도 안전줄(풀벨트)도 못 당기고, 그렇다고 잡아줄 사람도 없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안전장치 하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안전정치도 없는 그런 곳에 내 아들을 보냈다는 데 대해, 저 자신이 후회를 많이 했다. 어느 부모가 자기 귀한 자식을 그런데 보내나. 어느 부모가 자식을 그렇게 만들고 싶겠나. 이건 정말 아니다” 

“사진도 보고 동료들의 말도 들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지, 옛날 지하 탄광보다 더 열악하고 더 안 좋다. 지금 시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기지도 않는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마디와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마디와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김철수 기자

■동료들이 전해준 아들의 마지막 모습  

“머리는 이쪽에 몸체는 이쪽에. 등은 다 갈려서 타버렸고, 타버린 채로 벨트에 끼어있었다고 했다. 핸드폰은 바깥에 떨어져 있고, 손전등은 꺼져있었다고 한다. 어느 부모가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저는 이걸 우리아이가 당했다고 생각하니……. ” 

■지금 심경  

“이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이럴 수 없다고 생각한 옛날이 확 깬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용균이)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같이 울었다. 우리 아들이 왜 거기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애들도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그 애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아이들 보고 빨리 나오라고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거기에 대처한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일거다”

“(용균이) 동료들한테 이야기했다. 빨리 나가라고. 너희들도 여기서 일하다가 죽는 것 보고 싶지 않다고.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죽음은) 우리 아들 하나면 된다. 아들 같은 그 애들의 죽음을 안 보고 싶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다.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한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손에 메모가 들려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손에 메모가 들려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김철수 기자

■사회, 언론, 정부에 바라는 점  

“이런 기업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잡아먹은 회사가 또 다른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다. 우리 아들처럼 되는 거 원치 않는다” 

“저는 정부가 이런 이상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험악한 걸 봤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이상한 곳에 한 두 군데가 아닌 것 같다. 곳곳에 이런 곳에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을 것이다. 저처럼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오늘부터 (언론사) 카메라는 여기말고 그곳에 가서 확인하고 탐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우리 아들을 여기 보내기 전에, 아이가 취업한다고 7개월동안 수십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마지막에 구해진 일자리가 여기였다. 대통령께서 일자리 창출한다고 하지 않았냐.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만 하는 대통령 이제 못 믿겠다. 실천하고 보여달라. 대통령님이 책임지고 이 일을 만든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다 밝혀달라. 하나하나 밝혀서 여러분한테 보여주고 책임지고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길 부탁한다” 

말을 마친 어머니는 엎드려 소리죽여 통곡했다. 어머니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현장에 함께 온 노조, 시민단체 관계자와 김 씨의 동료들은 물론 여러 취재진들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옆에 앉은 아버지 김해기 씨는 마이크를 잡자 눈을 감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 우리 아들을 살려달라. 불쌍한 우리 아들을 다시 이 세상에서 못 본다니 저는 미치고 죽을 것만 같다. 부디 우리 아들을 좀 살려달라. 열악한 시설에서 일하다 억울하게 내 아들이 죽어갔다. 이렇게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구속수사해서 우리 아들의 한을, 진상규명해서 우리 아들의 한을 좀 풀어달라”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부모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마디와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씨의 부모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마디와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김철수 기자

이야기를 마친 김 씨의 부모님은 기력을 소진해 노조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현장을 떠나야 했다.  

지난 11일 오전 1시경(추정),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기계장치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그는 컨베이어 벨트 운전원으로 일했던 그는, 3Km에 가까운 구역을 야간시간에 홀로 오가며 점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서도 몇 시간이나 방치됐다 발견됐다.  

유족과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서부발전(원청기업), 한국발전기술(하청기업)와 함께 14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노조는 현장에서 십 여건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 규칙 위반 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족과 노동조합은 ▲ 현장의 완전한 작업중단(발전소 1~10호기 전체) ▲ 사고의 명확한 진상규명 ▲ 책임자 처벌 ▲ 작업중지 해제 전 재발방지 대책마련 ▲ 원청의 진실된 사과 ▲ 김 씨 동료들에 대한 심리 치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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