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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우익 환호할 '독도훈련' 멈추고, 지금 당장 '지소미아' 파기를

[기고]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독도방어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지금 상황에 독도방어훈련이라니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경제도발을 하자마자 처음부터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파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의 도발에 미국의 사전 승인이, 그것이 묵시적이든 공식적이든 상관없이,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한국을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한 것은 냉정한 상황 판단과 전략적인 이해득실, 그리고 향후 우리의 행동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미국이 한미일 안보 관계보다 일본의 재무장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면,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위협을 무시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한미일 3각관계를 중요시 한다면 일본에게 경제도발을 중지하라고 요구할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행동에 조그마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 관방장관도 지소미아 유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미국도 지소미아가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한 것은 지소미아 파기하겠다는 것보다, 일본의 경제도발을 중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냥 일본이 도발했으니 우리가 대응하는 소극적인 조치가 아니라, 상대방의 조치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다.
 
당연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각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일본이 화이트국가 배제 각의 결정을 하면 한국은 즉각 지소미아를 파기한다"는 발표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남은 것은 8월 24일 지소미아 파기 최종일까지 일본이 화이트국가 배제 최종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선언을 하겠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이 중요하다. 그래야 미국과 일본이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 만일 우리가 파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면 미국과 일본이 행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각의 결정 전에 보여준 분명한 행동은 우리에 대한 의사표현이었다. 그냥 화만 낼 일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일본의 의중을 읽어야 한다.
 
우리가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이 아무런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도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미국에 의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한미동맹강화주의자들은 한국이 미국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고 방위비도 많이 주면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천만이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는 미국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쪽의 짝사랑만으로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그냥 말만 잘 듣는다고?
 
만일 미국이 우리의 지소미아 파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행동을 제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한미동맹이 그리 강고하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래 안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동맹은 보완적인 요소이지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신의 안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의존만 한다면 결코 국력에 맞는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남도 깔본다. 
 
만일, 우리가 지소미아를 파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재무장까지 나아갔다면, 지소미아는 이후에 한미일 관계를 새로 재정립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일관계가 계서화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딸려서 일본이 재무장을 하더라도, 지소미아를 파기해 놓으면 그 이후 한일군사관계를 새롭게 관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필자는 상기한 이유로 인해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독도 훈련은 전혀 전략적 고려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독도 훈련은 일본의 행동을 교정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인식하게 도와줄 뿐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는 무슨 목적을 추구하는지 어떤 효과를 바라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지소미아 파기가 미국과 일본의 정책과 행동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면, 독도 훈련은 한국 국민들의 기분을 시원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독도 훈련을 기획한 사람에게 적은 일본이 아니라 국민인 것이다. 국민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서, 적의 전략적 이익을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을 보고 이적행위라고 한다.
 
이제까지 현 정부가 일본의 경제전쟁 도발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 많은 비판을 했다. 바로 이런 맥락이다. 지금은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경제와 산업이 피해를 많이 보지 않도록 하는데 분명한 목표를 두어야 한다.
 
독도훈련은 즉각 중지하고 지소미아 파기하겠다는 입장이나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다.
 

ⓒ연합뉴스

지소미아 파기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지소미아 파기를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유로 가장 자주 드는 것이 '한미동맹 약화'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기하거나 파기하는 것은 한일간의 문제인데, 왜 한미동맹이 악화된다고 할까?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무엇이고 강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동맹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은 상호간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 신뢰의 바탕은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서로 도와주는 것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요구나 일방적인 양보는 신뢰를 상실하게 한다. 한미동맹에 일방적인 양보나 희생이 요구된다면 당연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한미동맹이 우리의 행동여하에 따라 강화되거나 약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 요구하는 것을 우리가 잘 들어주면 동맹이 강화된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일간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서 지소미아 파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정상적인 국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때 정상적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무엇이 유리한지를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한국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걱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을 잘해주는 것이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지나치면 지나치다고 이야기 해야 동맹이 강화된다. 국민의 상당수가 미국에게 불만이 가득한 상태에서 미국이 바라는 것만 들어준다고 어떻게 동맹관계가 공고해질 것인가? 그런 동맹은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미동맹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미동맹이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이익을 지향하는 동맹인지 혼란을 느낀다.   
 
가치를 추구한다면 미국도 한일 역사문제에 지금처럼 있으면 않된다.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에 참가한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은 국익이겠지만 그들이 내세웠던 대의명분은 전체주의에 항거하고 자유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던가? 미국이 역사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자신들의 부모가 목숨걸고 싸웠던 전체주의를 용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율배반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한미동맹이 이익을 추구한다면, 미국이 한일간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일본의 입장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우리와 싸우려고 작정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에게 굴종적인 양보와 복속을 하지 않으려면 국운을 걸고 싸워야 한다. 당연히 미국은 한일간 경제전쟁에 개입해서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가 일본에게 굴복하기를 바라는 입장인 듯 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한미동맹은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도 아닌 것이다. 이런 모순과 이율배반적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은 한미동맹강화를 위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더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니 지소미아 파기를 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이 재무장하고 안보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다. 일본은 당연히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최근 일본의 행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우리를 위협하도록 만들 수 있는 미국의 구상을 군말없이 받아 들여야 한미동맹이 강화된다는 것인가? 우리안의 그들이 말하는 한미동맹에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지소미아 파기 목적은 '일본과 관계 회복'을 위함이다 
 
여권과 청와대에서도 지소미아 파기가 논의되고 있다. 집권여당은 처음에는 지소미아 파기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파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운 것 같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지소미아 파기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입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지소미아를 파기하더라도 기존의 한미일 정보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말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집권여당과 청와대 심지어 정의당까지 분명하게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인 듯 하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어느정도 압력을 가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태도는 국민들의 생각과 분위기와는 사뭇 차이가 있는 듯하다.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이 시점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왜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공식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설사 공식화시키더라도 우리 산업과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위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조치이다.  
 
이미 일본의 경제침략 뒤에는 미국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동의가 있다는 것은 모두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응수타진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불매운동과 일본안가기 정도 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일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우리의 처지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간접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미국에게 한미일 안보 체제를 유지하던가, 아니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중지시키든가, 둘 중하나를 택하라는 요구다. 사실 궁색한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다. 지소미아 파기 선언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기를 한번 놓쳤다. 일본이 각의 결정을 하기전에 지소미아파기를 선언했어야 했다.  
 
일본이 각의결정 시기를 일주일이나 연기한 것은 화이트국가배제 결정 시기를 지소미아 파기 결정시간인 24일 이후로 넘기기 위한 것이다. 아베의 휴가 시기 때문에 각의 결정을 연기했다는 일본의 주장을 사실로 믿기 어렵다.  
 
바둑에는 선수와 후수가 있다. 후수를 두면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다가 결국은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로기사들은 당장은 몇집 손해를 보더라도 선수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선수를 잡으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선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시간을 놓치면 무의미해진다. 지금 우리정부의 입장이 그렇다.  
 
지소미아 파기를 통해 우리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파탄내자는 것이 아니다.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함으로써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진배없다.  
 
지소미아 파기선언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효과는 반감된다.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고나서 미국과 일본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미일도 상호협의를 해야 하고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20일이 넘어서 파기 선언을 하면 미국과 일본이 서로 생각을 정리하고 입장을 조정할 시간이 부족하다. 미국과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국에게 굴복하는 모습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바라는 효과를 달성할 수도 없을 뿐더러 미국과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된다. 대처할 수 없는 시간적 여유를 상실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지소미아 파기선언에도 불구하고 경제전쟁을 계속한다면 그때는 방법이 없다.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만 상대방이 싸우자고 나오면 피할 수 없다. 그때는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 경제전쟁이든 군사전쟁이든 국민들의 마음이 모이면 이길 수 있다. 전쟁을 하면서 어떻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나? 결연한 태세로 전쟁에 임하면 아무리 강국이라도 이길 수 있다. 
 
선수는 가급적 빨리 두는 것이 유리하다. 시간이 가면갈수록 선수의 가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당하기만 하는수도 있다. 국민들은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막상 정부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런 무력함을 바라지 않는다. 싸우다가 패배하는 것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과정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도 제대로 한번 저항다운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임금과 신하들이 일본에게 나라를 그대로 가져다 바쳤기 때문 아닐까?
 
ilys123@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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