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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 무마 전문집단’ 검찰이 청와대 감찰 조준하는 아이러니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2-09 07:50:09
수정 2019-12-09 07: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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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연일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검찰 내부의 무수한 ‘감찰 무마’ 사례들을 애써 묵인한 채 청와대 감찰 관련 의혹엔 강제수사까지 동원해 범죄로 이끌어내려는 행태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없음
ⓒ뉴시스

‘사표 수리’된 성폭력 검사, 1심에서 실형 
법조 명문가 출신이라 ‘봐주기 감찰’ 있었나
 

검찰은 감찰 무마 의혹으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고발당한 사건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성폭력 사건’ 은폐 의혹이 대표적이다. 진 모 검사는 2015년 4월 회식 자리에서 후배 검사를 성추행했다.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이 있었으나, 별도의 징계 처분 없이 진 검사의 사표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당시 쉬쉬하는 분위기에 사직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사건 직후 대기업 법무팀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 검사 사건은 ‘미투’ 국면에서 재조명됐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은 진 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진 검사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감찰을 통해 성범죄를 인지했음에도, 법조 명문가 출신인 진 검사를 봐줬다는 주장이다. 진 검사의 아버지는 전직 공안부장이고, 매형은 현직 대검 검사장이다. 자신도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요직을 거치며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이에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이 사건 은폐 의혹에 연루된 간부들을 수사·감찰해달라고 대검에 요청했다. 그러나 대검은 이를 무시했고,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5월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 오 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이 모 전 감찰본부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나도 수사 진척이 없자 임 부장검사는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해당 간부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들을 징계하기는커녕 요직에 발탁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검찰마크
검찰마크ⓒ뉴시스

‘고소장 위조’ 검사 늦장 기소하면서도 반성 없어 
“그 검사, 아버지 KB 윤종규 회장 덕 봤다더라” 
 

‘고소장 위조 사건’ 은폐 의혹도 있다. 부산지검 소속 윤 모 검사는 2015년 12월 고소인의 고소장을 다른 사건 고소장으로 바꿔치기해 무혐의로 종결했다. 고소인의 이의제기로 사건이 알려지자 윤 검사는 다음 해 3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언론 보도로 윤 전 검사에 대한 고발까지 이어지자 검찰은 지난해 1월에서야 그를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소 징역형인 공문서위조 혐의를 받는 윤 검사에 대한 징계 없이 사표 수리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윤 검사의 집안이 사건 은폐 배경으로 지목됐다. 임 부장검사는 “윤 검사는 아버지인 KB 윤종규 회장의 덕을 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고발인으로 경찰에 출석한 그는 “고소장 사건 이전에도 (윤 전 검사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감찰하려고 하다가, 윤 회장이 부산지검에 다녀간 뒤로 분위기가 덮였다고 들었다”라며 “아버지인 윤 회장의 존재를 부산지검에서 모르지 않았고, 자주 다녀간다는 소문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윤 검사를 기소하면서도, 내부 감찰 무마 의혹에는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경징계 수준으로 보고 윤 검사 사표를 수리했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으론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검찰은 임 부장검사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고 김홍영 검사 사건 축소 의심 
변호사협회가 가해 검사 고발
 

‘고 김홍영 검사 사건’ 역시 윗선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홍영 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 발생 후 해당 지검의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김대현 부장검사의 언행에 대해 진술서를 쓴 검사들을 개인적으로 불러 타이르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해임 청구를 권고하면서도 “형법상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라며 별도의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에 김 전 부장검사는 최근 변호사로 개업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그를 폭행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검찰 논리라면, 검찰의 감찰이 수사 대상”
 

이뿐만 아니라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등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 역사는 유구하다. 그런데도 혐의점이 뚜렷하지 않은 청와대 건에만 열을 내는 검찰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검찰개혁에 힘써온 한 변호사는 “검찰의 논리라면, 검찰의 감찰이 수사 대상”이라며 검찰이 청와대와의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무리한 압수수색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 작업을 저지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당장 ‘선별 수사’라는 비판부터 제기됐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고발 사건은 전직 검찰총장들과 현직 검사장 등이 관여된 사건이라 중요성에 있어 결코 유 전 부시장 사건에 밀리지 않는다”라며 “무엇보다도 2018년 5월에 고발한 사건이라 방치된 지 무려 1년 7개월째”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시비는 중앙지검이 자초한 것이고, 여론 다수의 지지를 받는 공수처 도입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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