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들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취임 첫날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구성을 지시하고 지원단장에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을 내정하면서 인사권을 통해 검찰개혁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검찰에게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이란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는 2011년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의 인사권이 검찰에 어떤 의미인지 증언한다.
"장관은 인사를 통해 권력을 보여줄 때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법무부에 가서 자리를 잡은 것은 인사를 통해 힘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이 조직이 장악되는구나 하고 느꼈느냐면, 제가 2004년 5월에 인사를 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중략)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총장보다 장관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니 검찰이 완전히 충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마음대로 개혁할 수 있었지요."
문 대통령과 김인회 교수는 책에서 "검찰의 인사는 검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 행정과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면서 "자존심이 강한 공무원일수록 인사에 민감하다, 검사들은 특히 그렇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서울고등검찰청 감찰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한 이영기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역시 지난달 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이 없는데 검사들이 총장 말을 믿겠나,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 말을 믿겠나"라고 말했다.
조국 장관은 인사권 행사 못해... 추 후보자는?
"현재 진행되는 수사가 많은데, 검찰 인사 단행 이야기도 나온다."
추미애 후보자가 9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자, 취재진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추 후보자는 "현재 청문회 준비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그 단계 이후에 적절한 시기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추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활용할까. 전임 조국 전 장관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지난 9월 9일 취임하면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를 강조했지만, 한달 여 뒤 퇴임할 때까지 검사장급 여섯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가족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탓이 컸다.
과거 추 후보자는 인사권에 있어서 적극적인 편이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7년 5월 당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추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고 해 당청 관계에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다만, 인사권이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는 데 사용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에 추 후보자는 인사권 행사 시기와 폭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