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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황금 가면 쓴 최고 철면피 3위"

[염치주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① "정치 최전선에 그들 있으면 민주주의 아냐"

19.12.19 08:11l최종 업데이트 19.12.19 09:02l

 

염치.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이 단어는 주로 '없다'와 만나 분노로 이어지곤 한다. '염치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염치'란 단어가 원래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전두환씨가 12.12 쿠데타 주역들과 함께 서울 강남 모 고급 중식당에서 1인당 20만 원 상당의 코스요리를 즐기는 모습이 12일 확인됐다.
▲  전두환씨가 12.12 쿠데타 주역들과 함께 서울 강남 모 고급 중식당에서 1인당 20만 원 상당의 코스요리를 즐기는 모습이 12일 확인됐다.
ⓒ 정의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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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 정권을 탄생시킨 지 꼭 40년이 되던 날인 12일, 전씨는 쿠데타 가담자들과 서울 모처에서 자축이라도 하듯 식사를 즐겼다. 1인당 20만 원이 넘는 코스요리였다.

이런 전씨를 "황금 가면을 쓴 최고 극치의 철면피 3위"로 꼽은 이가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세상에 내놓는데 기여한 주역 중 한 사람으로 그간 친일 청산에 힘써왔다.

임 소장은 '특출나게 염치없는 사람들을 솎아내는 일'이라 할 수 있는 친일인명사전 작업을 통해 '염치'에 천착하게 됐다고 한다.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해 우리 사회에서 '염치없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염치없는 사회적 리더들을 '황금 가면'이라 표현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황금 가면 1위, 2위는 누구일까.

임 소장은 "5.16(1961년 5.16 군사쿠데타) 때 황금 가면이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며 "황금 가면 1위는 박정희고 2위는 이승만"이라며 "머릿속에 파시즘 밖에 남아있지 않던 박정희는 '친일 청산' 말만 하면 빨갱이라고 몰아 세웠고 이건 전두환 때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금 가면은 민주주의의 적"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 9월 유럽과 러시아의 문학 거장들의 생가, 작품의 배경 소재지 등을 돌아본 소감을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이란 책에 담아 내놓기도 했다.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 9월 유럽과 러시아의 문학 거장들의 생가, 작품의 배경 소재지 등을 돌아본 소감을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이란 책에 담아 내놓기도 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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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자축 오찬을 즐긴 12일 오후 임 소장은 '황금 가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만의 특권인 염치를 없앤 몰염치범·파렴치범을 대개 '철면피'라고 하죠. 나는 이제 그 단계는 끝났고, 황금 가면 시대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이전에 철면피들은 모멸과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황금 가면을 쓴 이후 오히려 많은 추종자가 생겼고 박수까지 받고 있어요. 파렴치가 발전하다 아예 황금 가면까지 간 거죠. 우리나라 뿐 아니라 트럼프나 아베, 얼마나 많은 추종자가 생겼나요. 황금 가면은 민주주의 적이자 인류 평화의 적입니다."

임 소장은 "마치 철면피가 아닌 거처럼 황금 가면이 미화됐다, 이명박·박근혜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나"라며 "지금 정권이 이걸 간파해내고 (철면피들의) 가면을 벗겨낼만한 정치력이 있어야 하는데... 못 벗기고 방치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또 "오히려 요즘에는 황금 가면을 쓴 자들이 추앙 받는 행운아들이 됐다"고 덧붙였다.
   
끔찍하다고도 표현했다.

"사람다움을 잃어버린 사람이 정치를 한다, 종교계를 이끈다, 법조계 거물이다, 무섭지 않아요? 끔찍하죠. 어떤 사회든 몰염치범이 5% 정도는 있게 마련인데, 이게 10%가 넘어서고 20%가 넘어서면 위험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20% 정도가 된다고 봐요. 굉장한 사회 불안요소죠."

팔순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임 소장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잔뜩 담겨 있었다.
  
"교육, 종교, 언론, 문화예술, 학문, 법조계 등을 통해서 '염치없음'이 걸러져야 합니다. 몰염치가 범죄화되고 처벌받아야 이 파렴치범들이 사라질 겁니다. 현 정부가 애는 쓰고 있는데 워낙 그 뿌리가 깊은 데다 신앙의 힘까지 합쳐져서 완전 난공불락이죠.

염치? 한가한 소리 하지 말라고들 하죠. 그러나 ('염치 없음'에 희생당한) 김용균 같은 희생자가 없어야 올바른 민주주의 아닐까요. 염치 없는 자들이 사회 지도층을 장악하고, 정치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염치 없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 임헌영 소장 인터뷰②가 이어집니다. 

 [염치주의 연재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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