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밑줄 그어가며 대규모 압수수색에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까지 벌였던, 조 전 장관 일가를 탈탈 털었던 '윤석열 검찰'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는 왜 '선택적'인가. 이에 대해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 (관련기사 : "검찰 없어져도 할 말 없어" 국감 압도한 임은정 검사)
조국 가족 수사는 언제 끝나나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임 검사의 충언(?)이 나온 지도 두 달이 넘었다. 상황은 더 명확해졌다. '조국 일가족' 수사는 '유재수 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 수사로 확장됐다. 일각에서 검찰이 청와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8월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입시, 웅동학원, 사모펀드 의혹에 착수했고 부인과 5촌 조카 등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수사에 착수한 지 4개월이 다 돼가고, 조 전 장관을 3차례 조사했지만, 아직 조 전 장관에 본인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조 전 장관 본인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감찰중단 사건 등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16일 MBC <뉴스데스크> '조국 가족수사 언제 끝나나…'유죄' 나올 때까지?' 보도 중에서)
KBS에 이어 MBC도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넉 달 넘게 조 전 장관을 기소조차 못한 채 '감찰 무마', '하명 수사' 의혹을 지핀 검찰을 두고 "시간 끌기"라거나 법조계 관측을 전하면서 이런 비판도 덧붙였다.
"수사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화 될 경우,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오히려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비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 수사를 비판해온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검토하고 나섰다. 16일 민주당 검찰 공정수사 촉구특위 설훈 위원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과 전 청와대 특감반원 사망 사건 등에 대해 특검으로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송영길 의원 중심으로 이른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 특검 추진 소위를 구성, 오는 20일 최고위원회에서 특검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 역시 "검찰의 단독수사는 선택적 수사, 정치적 의도를 가진 수사"라며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의혹을 말끔히 털기 어려운 처지"라며 특검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의 선택적 수사
▲ 법원 도착하는 정경심 교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
ⓒ 이희훈 |
"왜 검사들은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
'정경심 재판부'의 검찰을 향한 일침은 따끔했다. 지난 10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사건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을 강도 높게 질타하며 1, 2차 공소장 병합 보류를 결정했다. 법조계에서 입을 모아 이례적이라 평하는 '보석 검토' 발언까지 나왔다. (관련 기사: 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석 달이 넘게 흐른 지금, 이 소환 조사 없었던 기소가 검찰개혁을 천명한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염두에 둔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혐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대대적으로 확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는 어떠한가. 지난해 3월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불기소 처리하면서 99페이지에 달하는 이례적인 불기소 결정문을 남겼다. 그러자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지난해 6.13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울산 경찰이 정치적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99페이지 짜리 불기소 결정문 자체가 검찰의 언론 플레이였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지난해 3월은 정부와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만지작거리던 시기였고, 결국 석 달이 지난 6월 21일에 합의안이 발표됐다. 경찰의 '정치 수사'를 의심했던 검찰 역시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둘러싼 조직 감싸기와 검경 수사권을 의식한 정치적 불기소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경찰 수사가 '정치 수사'라는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총선 전까지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청와대 수사는 '정치 수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윤석열 검찰'의 '법과 원칙'은 중립적이고, 경찰 수사는 '정치 수사'라는 검찰의 주장을 국민들이 믿어야 할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거악
▲ 현직 부장검사, 경찰청 국감 출석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
ⓒ 권우성 |
패스트트랙 수사로 돌아가 보자. 검찰개혁법이 상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한 지 수개월 만에 다시 꺼내 올린 '하명 수사 의혹' 수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정치적 수사'라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우리 검찰은 검찰 이외의 거악을 척결해 왔기에, 불행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악이 된 조직이다. 선별 수사와 자의적 처리로 선악을 왜곡하고 정의를 비트는 검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사법정의는 결코 바로 세워질 수 없을 것이다."
16일 '제19회 투명사회상 시상식'에서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은정 검사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적은 소감이다. 조국 사태 이후 5개월, 과연 국민들은 이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윤석열의 법과 원칙과 '거악이 된 검찰을 고발' 중인 임은정의 소신 중 누구를 더 신뢰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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