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는 들어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출입구가 폐쇄됐습니다. 기자가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국회둔치주차장에서 국회 본청 주 출입구로 가는 국회5문도 폐쇄돼 300미터 넘게 돌아가야 했습니다.
국회 주변 도로는 경찰 버스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고, 출입구마다 경찰들이 삼엄하게 출입증을 검사했습니다. 전날 있었던 자유한국당 집회의 여파였습니다.
국회사무처는 16일 12시부터 국회 출입을 국회의원 및 본관 상근 근무자와 출입기자로 제한했습니다. 평소 신분증만 제시하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던 방문객들도 정문에서부터 제지를 당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17일 오후 2시에 똑같은 집회를 본청 앞 계단에서 다시 열겠다고 했던 탓에 국회 출입문마다 경찰들이 막고 출입증을 확인한 후에야 통과시켰습니다. 일부 자유한국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은 국회도서관에 간다고 우회(?) 전략을 구사했지만, 장기열람증이 없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국회가 출입을 통제하자, 퍼포먼스를 벌인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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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본청 앞 계단에 당원들이 서 있지 못하도록 했다. 국회 출입 통제에 시민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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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가 예정된 2시가 가까워지자 본청 앞 계단에는 취재를 위해 기자들과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속속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현수막 주변에 서 있던 당원들에게 양 옆으로 나가라고 지시합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국회사무처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해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론 사진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원총회를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본청 앞 계단 중앙에는 현수막만 서 있었고, 당원들은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양옆에 서 있었습니다. 당원들은 나중에서야 의원들과 함께 계단 중앙에 섰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등장하자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다가가 약식으로 집회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황 대표는 “여기 오신 분들은 500명이지만, 못 들어온 분은 100배가 넘는다”며 “5만 명이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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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잔디밭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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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수막을 들고 국회 잔디밭을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멈추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국회가 출입을 통제해 어쩔 수 없이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사진 등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현수막을 든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은 기사와 함께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됐습니다.
의회가 아닌 광장 정치만 선호하는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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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국회 밖에 준비된 무대에서 집회를 이어 나갔다. 참석자와 깃발을 보면 대부분 극우단체 집회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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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가 국회 밖으로 나간 것은 의사당 내부가 아닌 광장정치가 무조건 해법이라고 믿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장외집회, 삭발, 단식 등의 과격한 방식으로 해결해왔습니다. 이 방식은 의외로 극우세력을 결집해 황 대표의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밖에서 정치를 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대화나 협상을 통한 정치는 사라졌습니다. 합의를 해놓고도 파기되는 일이 수차례 되풀이됐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의회정치보다는 광장정치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내부의 갈등이나 부족함을 외부의 세력을 영입해 해결하는 맛에 빠져 있습니다.
광장정치를 국회 내부로 끌고 와야 하는 정치인의 임무를 망각하는 행동이자, 국회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최악의 방식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국회 밖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정치인 황교안의 입지는 높아지겠지만, 자유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질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국회 밖으로 나간 황교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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