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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분석해봤더니

[분석&제안] 학생자치는 무엇으로 사는가 1

20.02.03 07:14l최종 업데이트 20.02.03 07:14l

 

 전남대학교 정문.
▲  전남대학교 정문
ⓒ 배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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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학생회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회의 위기'가 아니라 학생회가 있건 없건 대학교육의 질은 낮아졌고 학생은 대학 운영에서 배제되어 갔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좋은 학생자치를 만들 것인가? 축제나 체육행사가 아니라 교육의 질과 대학 운영에 집중하는 학생자치는 불가능한가?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던 중 '재정감시운동'이 그 대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익재정연구소 이상석 소장의 강의를 듣고 실제로 총학생회 지원금 지출내역을 검토하면서 학생자치의 자원이 대부분 축제와 같은 행사에 쓰이는 원인을 알게 됐다.

학생자치는 왜 필요한가? 그 이유는 교육받는 사람의 권리를 찾고, 교육기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자치는 학생회비에 더해 등록금과 국고지원으로 대학회계·교비회계에서 편성된 연간 억대의 지원금을 축제에 쏟아붓고 있다. 얼마나 호화로운 축제를 했는가로 평가받는 학생회는 잘못되었다. 학생자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의 지원금 결산을 분석했다. 먼저 정보공개와 행정심판 청구 과정을 설명하고 실제 자료를 토대로 학생자치의 실태를 살펴본 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정보공개 청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보를 특정하는 것이었다. 학생회의 재정은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 정보공개가 가능한 것이 있고 불가능한 것이 있다. 첫째, 사립학교의 경우 교비회계, 국공립대학의 경우 대학회계라고 불리는, 등록금과 국고지원금으로 편성된 회계의 학생회 지원금이다. 둘째, 매 학기 학생들이 납부하는 학생회비와 학생회 자체 수입이다. 일부 학생회는 공개하지만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곳은 많지 않고 공개하더라도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 곳이 많다.

교비회계나 대학회계의 경우 총학생회가 사용처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계약은 대학본부에서 담당해 관련 자료가 대학본부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정해야 할 정보는 교비회계 혹은 대학회계에서 총학생회 관련 결산자료다. 여기에 더해 학생회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문서들이 존재하는지 알기 위해 '문서목록'을 추가해야 한다. 이 자료들을 통해 어떤 지출내용과 문서가 존재하는지를 알면 그다음 세부적인 자료 청구가 용이해진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국공립대인 전남대학교는 해당하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비용이 청구된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정보목록을 먼저 달라고 하자 전남대에서는 목록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한 교묘한 거짓말이었다. 전남대는 모든 세부공문과 증빙자료 전체를 뭉뚱그려서 '정보량이 너무 많다', '전체 정보가 다 적힌 목록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자료를 열람하러 간 자리에서 담당 주무관은 총학생회 관련 지출내역 목록을 주며 이 중 원하는 정보를 말하면 개인정보를 가린 후 열람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제시한 제한 시간을 초과할 시 비용 부과 방침까지 더해져 그 자리에서 충분히 자료를 볼 순 없었다. '목록'이 있다는 것과 계약과정에서 첨부해야 하는 문서의 종류만 확인한 뒤 해당 문서의 목록을 특정해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그제야 의도했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행정심판

사립대인 광주대학교, 조선대학교, 호남대학교에서는 '비공개', '부존재' 처리하거나 일부만 공개했다. 이럴 경우 청구인은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여기서 지면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을 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도 있으나 소송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통은 행정심판을 청구한다.

3개 대학 총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서에는 정보공개청구와 피청구기관의 처분이 있었던 날짜를 적시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부존재' 처분의 경우는 교비회계 지출내역이 부존재할 수 없다는 점, 대학업무가 전산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검색을 통해 해당 정보에 관한 목록을 추출할 수 있다는 지적을 추가했다. 원본 자료를 가공해서 일부만 공개한 경우는 비공개된 정보가 존재하는 정황을 지적하고 원본 그대로 공개해야 함을 주장했다.

몇 달이 지나 각 대학에서 보낸 답변서가 온라인으로 송달되었다. 광주대에서는 부존재 처리에 대해 '실무자의 법률 지식 부족에서 발생된 착오'라며 법 규정에 따라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조선대와 호남대에서는 해당자료가 공개될 경우 학생자치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행정심판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호남대 총학생회는 행정심판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  호남대 총학생회는 행정심판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 황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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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역이나 품목에 대한 가격 및 업체명이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충서면을 제출했다. 나머지 근거들은 법령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광주대, 호남대, 조선대에 대해 부분인용취지의 재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광주대와 호남대의 경우 정보보존기간인 2013년 자료에 대해서 기각되었고 조선대의 경우 관련 서류에 카드번호와 업체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계약업체와 증빙자료에 관한 부분이 기각되었다.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닌데 총학생회가 유착관계에 있는 특정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내부자들의 증언이 있지 않은 이상 이런 정황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자주 계약되는 업체의 등기를 발급받아 임원사항을 확인한다거나 계약내용에 대해 비교 견적을 받아보는 형태로나마 단서를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업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연결고리다. 추가적인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심판 그리고 행정소송이 필요하다.

대법원에서는 '법인 등의 상호, 단체명, 영업소명, 사업자등록번호 등에 관한 정보는 법인 등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판례 2003두8302).

지난해 10월 10일 조선대 재결서 송달을 마지막으로 광주지역 3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은 일단락되었다. 행정심판 청구 대상 기간이 2013~2017년이었던 까닭에 행정심판 이후 2018년 자료에 대해 추가적으로 청구해 받아보았다. 그러던 중 단과대 학생회는 총학생회와 다른 경로로 별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 단과대 학생회 지원금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받았다.

광주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2014~2018 자료가 모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그때부터 약 2주간 지출내역을 검토하고 사업분야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1월 5일 '[보도자료] 광주소재 4대 대학 총학생회 결산자료 분석', 1월 7일 '[보도자료] 광주지역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부정·부패 심층분석'을 배포했다. 이 밖에도 추적해야 할 부패의 단서가 보였지만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정황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협업하여 밝혀내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 지원금 주요지출 내용과 학생자치의 문제
 
 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주요 지출내용
▲  광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지원금 주요 지출내용
ⓒ 황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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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8년 광주지역 대학의 총학생회 지원금 5개년 결산 자료를 살펴보면 학생자치는 모두 동일한 경향을 띠고 있다. 4개 대학 모두 축제에 가장 많은 돈을 집행했다. 그 밖에 지원금이 많이 사용된 사업은 출범식과 캠프·기행이다. 연예인을 초청하는 축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대략이나마 알고 있겠지만 출범식과 캠프·기행 사업, 복지사업은 학생회 관계자가 아니면 그 실상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 출범식
매년 1학기 초에 임기를 시작하는 학생회가 실시하는 행사이다. 일부 지방대에서는 예비군 전우회나 군 관련 학과 학생들이 사열하는, 학도호국단의 부활처럼 보이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출범'만 하고 끝나기도 하지만 연예인 섭외 공연을 배치해 축제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 캠프기행 사업
과거 80~90년대 학생회는 학생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실천단', '선봉대', '농민-학생 연대활동'과 같은 사업을 했다. 이러한 사업들은 2010년대에 이르러 정치적 맥락이 제거되고 일종의 '수학여행' 더 나쁘게는 학생회 간부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여행' 같은 것이 되었다. 여전히 농촌을 가기도 하고 국토순례를 한다면서 제주도, 독도를 가거나 역사기행을 한다면서 백두산, 일본을 가기도 한다.

- 복지사업
흔히 시험기간 간식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4개 대학 자료에서는 예비군 훈련 간식 사업, 학기 초 이삿짐 운반 지원 사업, 시험기간 야간 버스 운영 등이 있었다. 4개 대학 공통적으로 지원금을 이용한 복지사업 지출은 대부분 단체 야구 관람에 쓰였다.

이런 사업들이 도대체 왜 대학에서, 그것도 등록금과 국고지원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1년 임기의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여 축제나 체육행사 등을 폐지하고 그 돈을 정책연구사업과 재정감시 그리고 이것들에 필요한 인력운영에 쓰겠다고 한다면 당선될 수 없을 것이다. 총학생회라는 기구는 학생자치를 현 상태에 가두는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이다. 총학생회를 청산하지 않으면 학생자치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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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장이 먹지 않으면 업체들이 먹게 돼있다" http://omn.kr/1mf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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