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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이 심리적 속박...남북협력 한번은 시도해봐야"

미국 견제, 북한 호응이 관건

 

정부가 최근 북미관계 교착 상황을 돌파할 수단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올해 안에 내려는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핵심 사업으로 거론되는 남북철도 연결과 개별 관광, 의료보건 협력 분야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2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1회 전파(前派)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정 연세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5.24 조치의 운을 띄운 것은 올해 남북관계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0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왔다"며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향후 남북 협력의 구체적 사업으로 "남북 철도 연결과 개별 관광, 의료 및 보건협력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철도 연결의 경우 (제재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유엔 대북 제재에서 공공재는 예외라고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의료‧보건 협력이나 개별 관광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차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목표로 설정해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2018~19년에 걸쳐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2020년 현재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좁혀졌고 거기에 남북관계도 포함됐다"며 "동북아 전체 구도에서 보면 (북한이) 중국에 기대는 것 외에 다른 길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2018~19년이 지나면서 한미 워킹그룹이 심리적인 속박을 준 점이 아쉬웠다. 원래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의도가 좀 넘어서서 이게 한국 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제재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2019년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되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 시도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설계한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최종건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이른바 '연정(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라인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 27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주제로 제1회 전파포럼을 개최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북한이 여기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의 시선은 여전히 워싱턴에 있다.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 역시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까지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즉 뭘하든 움직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것이고 여기에 99.9% 의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북한이 여기에 호응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통일부 대변인의 (5.24조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정부가 북미 관계 촉진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서 성과를 내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어떠한 전략적 계산 하에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면 미국이 제시한 방안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논의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신경써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개별 관광이나 철도 연결 추진하겠다고 하면 한국이 유엔의 제재를 앞장서서 허물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남북관계는 보건 협력 지원에서 가능한 부분을 하는 정도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은 "통일부에서 최근에 취하고 있는 대책들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것 같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6.15 20주년 즈음해서 인도적 문제를 중심으로 한 메시지가 나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해 남북 간 인도적 차원에서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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