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장 월급부터 깎아라!”…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성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07.08 16:38
  •  
  •  댓글 0
  •  
  •  
  •  
  •  

최임위 5차 전원회의, 사용자위원 ‘삭감안’ 변화 없어
최저임금 노동자, 삭감안에 분노… “사용자 월급 깎고, 재벌 곳간 열어라”

2021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 대비 16.4% 인상한 시급 1만원을, 사용자위원들은 2.1% 삭감안인 시급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7일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선 노사가 제출한 수정안을 바탕으로 격차를 좁히려 했으나 사용자위원들은 ‘삭감’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없었고, 양측의 수정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삭감안에 대해 대표적인 최저임금 노동자인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8일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이 보도자료를 통해 사용자들을 향한 현장노동자들의 분노를 전했다.

▲ 사진 : 마트노조
▲ 사진 : 마트노조

“이재용 부회장의 시급은 5,600만 원, 말로만 고통 분담하지 말고 같이 좀 살자.”
“사용자들부터 월급 깎고 최저임금으로 좀 살아봐라!”
“매출 잘 나올 때는 많이 줬나? 2.1% 인상해도 어려운데 깎자니 골이 당긴다.”
“재벌 곳간 열어라! 최저임금 노동자가 무슨 봉이냐?”
“재벌은 쌓아 두는 게 목표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먹고사는 문제다.”

정준모 마트노조 교선실장은 마트노동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지난해 실태생계비로 예측한 내년도 실태생계비는 225만7702원이다. 주요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월급여는 이마트 1,797,000원, 홈플러스 1,795,310원, 롯데마트 1,601,300원 수준(무기계약직 기준)으로 실태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임위에 참여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나 할까?

최임위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오늘(5차 전원회의)도 사용자들은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저들은 코로나19 위기에 고용해 주는 것이 어디냐며, 임금이 깎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한다. 사용자위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신들이) 경기 좋을 때는 임금 잘 올려주고, 한 명만 써도 될 걸 굳이 두 명 쓰고 그랬던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고 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의 태도를 돌이켰다.

정 사무처장은 또, “회의 중 ‘최저임금은 누군가의 돈을 빼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치 우리가 남의 것을 빼앗는 도둑으로 치부된 것 같아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사용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 누가 만든 것인가? 우리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 사용자가 돈을 벌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묻곤 “일한 사람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팍팍한 것은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노동을 ‘(임금) 조금만 줘도 되는 하찮은 노동’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분노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최저임금. 올해 코로나19 재난 속에 논의되는 2021년 최저임금 결정은, ‘최저임금이 곧 월급’인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더 큰 관심일 수밖에 없다.

“재난시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전에, 재벌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로 사내유보금을 1000조 원의 일부를 환원해서 최저임금 노동자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환원하라”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최저임금 1만원을 책임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다음 달 5일 최저임금 고시 시한을 고려해 오는 13일을 최저임금 심의 기한으로 제시했다. 최임위 6차 전원회의는 9일 15시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다. 심의 기한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날 최저임금의 윤곽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 7일부터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일일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30분 ‘먹고 살자 최저임금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