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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폭탄’ 123명에게만 던진 정부

종부세 최고세율 6%로 인상, 양도세·취득세 강화…잠긴 주택 매물화 효과는 적을 듯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0-07-10 21:00:47
수정 2020-07-10 21: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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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2배로 상향하고, 단기 주택매매시 물어야하는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한편,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취득에 세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10일 내놨다.

“다주택자의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강화된 부담이 “집값을 낮춰달라”는 국민들 요구에도 부합할 지는 미지수다.

오른 세금에 부담을 느낀 소수 다주택자·법인 보유분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집값하락을 가져올 수준의 공급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대폭 강화된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받는 주택투기꾼은 불과 123명에 불과하다.(2018 국세통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현황Ⅱ, 과세표준 94억 초과 대상자 기준)

한강변 아파트, 자료사진
한강변 아파트,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강화된 종부세, 정말 ‘세금 폭탄’인가?

 

주택을 수십억원 어치씩 가진 사람, 혹은 법인에겐 폭탄이 될 수 있다. 세금이 적게는 2배, 많게는 6배까지 폭등한다. 
주택을 세 채 이상 가졌거나 두 채라도 정부의 규제대상 지역(서울, 수도권 대부분, 세종 등)에 있는 사람 세금이 2배 가까이 증가한다.

특히 보유주택 가격 합계가 시세로 15억원 이상인 사람들 세금은 2배 이상 늘어난다. 시세로 시가 45억원, 서울에 15억원짜리 아파트 세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종부세는 종전 2,300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2.5배 늘어난다.

법인에 대한 종부세 강화는 징벌적 수준이다. 법인이 종부세 납부에 해당하는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팔라고 정부가 요구한 셈이다.

법인이 3주택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최고세율 6%가 무조건 적용된다. 공제 금액도 없앴다. 앞서 예로든 15억원짜리 아파트 세 채를 개인이 아닌 법인이 가지고 있다면 종전 종부세는 2,30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법이 개정되고 난 뒤에는 1억3,700만원으로 5배 이상 급증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최근, 법인의 주택 소유가 꾸준히 늘어 문제였는데, 그 부분은 확실하게 대책이 됐다고 본다. 중요한 사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금 폭탄’을 맞는 투기꾼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 대폭 오른 종부세 최고세율 6%를 적용받는 사람은 5천만 인구 중, 123명에 불과하다. 123만명도, 1만2300명도 아닌 123명이다. 종부세율은 최고세율 뿐 아니라 나머지 세율도 조금씩 올라가는데, 납부 인원 자체가 전체 인구의 1%(51만명) 밖에 안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초저금리 시대에 거대한 자금이 풀려있다. 사람들은 유동성에 기대 불나방 처럼 부동산에 뛰어드는데, 타겟을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한정했다. 시장 상황을 오판한 정책”이라며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재산세 인상 방안이 빠진 것은 중대한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2년만 더 버티면 되는 양도세 인상
취득세는 대폭 늘어나

정부는 ‘초단기 주택 투기’에 적용하는 양도세를 인상했다. 산지 1년도 안된 주택을 다시 팔면 시세차액의 70%를 세금으로 거둬들인다. 5억원 아파트를 샀다가 1년도 안돼 6억원에 팔면 단순 계산으로 시세차익이 1억원인데, 애초 4천만원을 세금으로 거뒀다면, 앞으론 7천만원을 걷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 더 버텨 2년 뒤에 팔면 세금이 1천만원 떨어져 6천만원이 되고, 3년을 버티고 나면 기본세율로 돌아간다. 시세차익 1억원에 기본세율을 적용하면 2천400만원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누진공제 금액 522만원을 빼줘 1900만원대로 떨어진다. 각종 공제를 더 빼고 나면 세금은 훨씬 더 줄어든다.

최은영 소장은 “오래 버티면 시세차익에 적용하는 세금이 80% 이상 줄어드는데, (대책에)깊은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적어도 고가 주택에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취득세는 대폭 상향됐다. 3주택 이상 개인이나 법인은 매입가격의 12%에 달하는 취득세를 내야 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기존에는 3천만원을 취득세로 냈는데, 이제는 4배인 1억2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취득세를 감안하면 다주택자나 법인의 추가 주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대폭 축소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3주택 이상 개인과 법인은 추가로 주택을 사지 말거나, 갖고 있는 주택을 팔라’는 뜻이다.

임대주택사업자 혜택 파격 축소는 없었다

임대주택사업자에 주어지는 혜택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최고 실정으로 꼽히는 정책에서 ‘질서있는 퇴각’을 추진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혜택 즉각 축소’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대주택은 단기(4년)와 장기(8년)으로 구분되는데, 단기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장기로의 전환을 금지하고, 신규 단기 임대 등록을 차단한다. 장기 임대도 기간이 끝나면 자동 등록 말소된다. 이렇게 말소되는 임대사업자의 아파트 물량은 올해 말 12만호 가량 될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소급 적용’ 논란을 의식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라고 답한 꼴이다. 대신 임대사업자들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현미 장관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을 환수하겠다. 등록을 말소한다. 말소된 사업자 물량은 일반 물량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법안이 통과되야 한다. 통과 되면, 종부세는 2021년 6월 1일 납부액부터 적용된다.

양도세 중과는 내년 5월31일 이후 거래부터 적용된다. 그 전까지 해당 주택은 매각하라는 압박이다.

7·10 부동산 대책
7·10 부동산 대책ⓒ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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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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