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7.27ⓒ정의철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자신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총 30억 달러를 북한에 별도로 제공하는 문건에 서명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자는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이 ‘증거’라며 제시한 문건도 위조된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문의 길을 연 4·8 남북 합의서를 도출할 당시 남측 특사였던 박 후보자가 북한에 총 3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경제협력 관련 비밀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남과 북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 민족공동의 번영 및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의지를 담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첫째,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 달러 규모에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을 사회간접 부분에 제공한다. 둘째,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5억 달러를 제공한다. 셋째, 이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는 차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주 의원은 “상부의 뜻을 받드는 남북합의서와 똑같고 사인도 (박 후보자의 것과) 똑같다”며 “이러한 문건에 사인한 적 있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그러한 것은 없다”며 “주 의원이 어떠한 경로로 (문서를)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지금까지 공개가 됐고 그 외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도 못 하고 (서명)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대북 비밀합의서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07.27ⓒ정의철 기자
박 후보자는 이후 추가질의에서 같은 질문이 나오자 더 분명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저를 모함하기 위해서, 김대중 정부를 모함하기 위해서 제 사인을 위조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런 게 사실이었다고 하면 대북송금 특검에서 그런 걸 덮어줄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제가 국정원 간부를 통해 확인해보니 그런 문건은 처음이라고 한다”며 “(그 문건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 후보자는 문건의 원본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면서 “제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후보자는 해당 문건을 들이댄 주 의원을 겨냥해 “그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비겁하게 의정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확실히 밝혀라. 그건 모든 사람의 명예가 걸린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주 의원에게 이 부분에 대한 동의를 받아서 박 후보자에게 (복사본을) 드릴 테니 말씀하신 대로 필요한 법적 절차가 있으면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호응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전 위원장에게 “(주 의원에게) 그렇게 자신 있으면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해달라”며 “그럼 제가 고소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주 의원이 ‘원본이 있다든지 문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되묻자, 박 의원은 “제가 어떠한 책임도 다 감수하겠다. (후보 사퇴를 포함해서)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돈을 준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하면서 제시된 문건에 나온 대로 남북 간 합의했다면 “엄청난 일”이라고 황당해했다.
박 후보자는 “(그 문건이 사실이라면) 제 인생 모든 것으로 책임지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주 의원에게 거듭 “사본이라도 달라”고 요구하면서 “혹시 원본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주 의원은 “원본은 없다. 원본을 제가 가지고 있을 수가 없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그것은(문건은) 조작”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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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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