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한 “100명 규모” 그대로 믿고
‘과거 집회 때 방역수칙 지켰다’며
“거리두기 등 어려움 없을 것” 판단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뇌관으로 보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8·15 광화문 집회는 법원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법원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처분에 제동을 걸며 “(8·15 집회가) 감염병 예방과 방역활동의 행정력 범위를 넘는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지난 14일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와 ‘일파만파’가 “광복절에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게 해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겠다는 ‘일파만파’ 집회에 대해 “100명 규모의 집회로 신고된 집회 시간은 9시부터 21시까지이나 실제 집회는 그보다 짧은 약 4~5시간으로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 동화면세점 앞 인도 및 그 일대 2개 차로의 면적과 범위를 고려하면 100명의 집회 참여자가 서로 1m 이상 떨어져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 집회 참가 인원과 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도 주최 쪽의 계획만을 믿고 집회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가 대표전화를 통해 교인들에게 동화면세점 앞 집회 참석을 안내하면서 참가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경찰 추산 5천명이 운집한 집회는 밤 10시40분이 돼서야 끝났다. 결국 신고 인원보다 50배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들면서 법원이 낙관했던 ‘1m 이상 거리두기’는 지켜질 수 없었다.
 
법원은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국투본이 3천명으로 신고한 집회도 ‘과거 서초역 주변에서 벌인 집회 때 체온 측정, 명단 작성 등 방역수칙을 지켰다’는 이유를 들어 허용했다. 재판부는 “(이번) 집회 개최 지역의 넓이와 참여 인원을 고려하면 이런 방역수칙은 이 사건 집회에서도 적절히 준수될 것으로 추인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회 개최 자체를 금지해 물리적인 집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집회 주최자가 신고한 참가 인원과 시간이 실제 진행된 집회 내용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소규모·단시간을 예정한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해도 소규모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면 결과적으로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집회와 다르지 않으며 △침방울이 튀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어려운 행위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집회의 현실적 특성을 고려하면 집회금지 명령이 감염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이는 모두 현실이 됐다.
 
이렇게 열린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 현행범으로 체포된 30명 중 3명은 자가격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집회 날 동화면세점 앞 무대에 올라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연설을 하고 참가자들과 악수를 했다. 그는 이틀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법원의 낙관적인 판단으로 8·15 도심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복병으로 떠오른 셈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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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8323.html?_fr=mt1#csidxdfdf98d9a93d59ea1d474267b38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