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조선일보>는 ‘촛불집회로 일어선 정권, 집회를 막기 시작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저녁 11시에 자사 웹사이트와 네이버 뉴스 등 포털에 송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야 집회, 시위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라며 이 시행령 개정이 “반정부 집회를 계기로 추진돼 야권에선 청와대 인근 집회 방지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야 집회 금지? 소음 기준만 변경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법을 개정해 집회를 막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집회 금지가 아니라 소음 기준을 약간 올렸을 뿐입니다.
집회나 시위를 하더라도 너무 시끄럽지 않도록 법에서는 소음 기준을 정해 놓았습니다. 주간의 경우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에서는 65dB, 야간은 60dB 이하입니다.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dB, 야간 65dB입니다.
주거지역이나 학교, 병원, 공공도서관 지역의 소음기준이 그 밖의 지역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집회에 관한 자유도 있지만, 교육을 받을 권리 등도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심야 시간대(오전 0시~7시)가 신설되고 소음기준도 55dB 이하로 소폭 강화됩니다.
아예 심야 집회를 금지하는 시행령이 아니라, 심야 시간에는 지금보다는 시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편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정안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마치 개정안 때문에 집회를 하지 못하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청와대가 집회 금지? 보수 집회로 고통 호소한 맹학교 학생과 학부모들
<조선일보>는 이번 개정안이 “작년 하반기 조국 사태 이후 보수단체 등이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연 광화문 집회, 청와대 앞 노숙 집회 농성이 논란이 된 이후 본격 추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집회를 반대하고 불편을 호소한 사람은 청와대가 아닙니다.
청와대 인근에는 국립서울맹학교가 있습니다. 맹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청와대 부근 집회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수차례 집회 반대 침묵시위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맹학교 학생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소리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걷거나 음성으로만 수업을 듣습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500m 떨어진 맹학교 학생들은 집회 소음으로 등하교 보행에 불편을 겪거나 수업 시간마다 고통을 받았습니다.
계속되는 맹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의 진정에 경찰은 2019년 12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집회 주최 측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 야간 집회 제한 통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 및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끝을 맺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광화문 집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초유의 사태를 지적한 내용이지, 결코 일반적인 집회 금지가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심야 시간 집회 소음 기준 강화’라는 팩트를 가지고 ‘사실상 보수단체를 겨냥했다’라며 억지 논리를 펼쳤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앞으로 있을 보수 단체 집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꼼수처럼 보입니다.
|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