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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 “자유주의 국제질서 붕괴는 불가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9/03 08:43
  • 수정일
    2020/09/03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왕지스, “많은 국가들이 한쪽 편 들어야 하는 상황 처할 수도”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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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2  12: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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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략적 경쟁의 수위를 더 높여가는 미국과 중국은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1일 ‘2020서울안보대화’ 첫 세션(좌장 김지윤)에 화상으로 참석한 두 나라 전문가들은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전부터 미.중 간 패권경쟁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온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현재 깊은 곤경에 처해 있다”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밑받침이 되는 지각판들이 현재 움직이고 있고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바로잡거나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탓하는 전문가들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이러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몰락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의 책임은 있겠지만 자유주의 국제질서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

   
▲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2020서울안보대화 영상 캡쳐]

미어샤이머 교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단극체제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2차대전 직후인 1945년이 아니라 냉전 이후인 1989년에 시작된 것이며, △냉전 이후에 등장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기본적으로 내재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봤다.

“즉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면서 “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자유민주주의 확산’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켰고 “끔찍한 희생”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와 충돌하게 됐다.  

국경을 개방하면서 이민문제가 발생했고 많은 국가들이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근간으로 ‘민족주의’가 대두하게 되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국제기구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몇몇 국가들에서는 주권이나 국가의 정체성과 같은 문제들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다보니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고 미어샤이머 교수는 진단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는 ‘초세계화’를 추진했다. 글로벌 무역과 투자장벽을 최소화한 결과, 중국이 부상하게 됐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유지되려면 단극체제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 질서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인해서 중국이 우뚝 서고, 중국-러시아가 부활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오늘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이었던 단극체제가 다극체제가 되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다극화 세계에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면서 “결국은 현실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원장. [2020서울안보대화 영상 캡쳐]

중국 내 저명한 미중관계 전문가인 왕지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원장도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인 경쟁은 세계정치에서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국제질서의 분기, 즉 두 갈래로 나뉘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전략 지정학적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무역, 금융,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 한쪽을 선택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이징과 미국 모두 흑백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데, 베이징의 눈에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경쟁 또는 갈등으로 보고 있고 미국의 눈에는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의 분열로 세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왕지스 원장은 “2020년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지와 상관없이 중국과 미국 모두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각각의 글로벌 자원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에 따라 전 세계는 많은 영역에서 냉전을 연상시키는 ‘분기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많은 국가들은 결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강대국의 각축장인 남중국해에 인접한 아세안 국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아래에서 일어나는 “혼돈”의 근원을 세 가지 모순으로 설명했다.

△협력의 필요성과 갈등의 모순, △서국 국가들 내에서 다자적 협력을 하려는 경향과 자신의 힘을 유지하려는 경향 사이의 충돌(모순), △번영을 기회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 내 지정학적 경쟁이 고조되는 모순이다. 

마부바니 학장은 ‘코로나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을 배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세계화 이전에, 코로나 사태 이전에 우리는 193개국에서 각각 살고 있었는데, 마치 193개의 배에 각각 살고 있는 것이었다. 각 배마다 선장과 선원이 있고 이 배들이 충돌하지 않기 위한 규칙들이 있었다. 이것이 과거의 국제질서다. 그렇지만 세계화로 인해서 전 세계는 점점 작아지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더 작아지고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78억명이 더 이상 193개의 배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배에 타고 193개의 캐비닛에 살고 있다. 같은 배에 탔는데 불이 났을 때, 가장 어리석은 일은 ‘누가 이 불을 냈느냐’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불을 꺼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해서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싸우는 상황이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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