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차별과 억압에도 굳세게 자라나는 조선학교 여러분들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바다 건너 형배 삼촌 있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이곳저곳 놀러가자.”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문학작품집 ‘꽃송’이 3집 『우리는 통일로 달려갑니다』(시대너머)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밝혔다.
“해맑은 모성은 이념도 국경도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차별없는 무상교육 시행하라.”
“우리학교 아이들아 보고 싶다. 코로나 이겨내고 어서 만나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국의 국보1호는 남대문이다. 북의 국보1호는 평양성이다. 통일된 조국의 국보1호는 조선학교, 우리학교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으로 조선학교를 등재할 수 있도록 힘을 썼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3일 오후 6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그동안의 노고가 담긴 꽃송이 3집을 선보였다.
하늘색 표지에 노래와 52개의 작문, 그리고 시가 9개 주제별로 빼곡이 담겼고, 아이들의 그림과 사진들도 포함됐다. 1982년부터 최근까지 주로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아울러 조선학교에 대한 소개와 조선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 표기법, 호칭 등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정태효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일본의 편집국에서는 그간 모집된 꽃송이의 수많은 글들 중 통일에 관련된 글만 100편을 선정해서 보내주었”고 편집위원들이 편집회의를 통해 글을 엮어냈다며 “많은 분들이 마음 고생을 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일본측을 대표해 최관익 <조선신보> 주필은 영상을 통해 “이번에도 아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여러분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열성을 발휘해서 짧은 기간에 제3권을 훌륭히 내준데 대해서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면서 “우수한 작품을 한데 묶어서 남측에서 발행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포사회에 민족교육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책이 남측에서도 학생들은 물론 여러 세대, 여러 계층 속에 널리 보급”되길 희망한다며 “북과 남, 남과 북, 해외동포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서 통일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는 그런 여론을 조성하는데 많은 이바지를 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4.27판문점선언 3주년 평화통일시민회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오늘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조국의 평화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는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여러분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오하나 시민모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회에서 책 출간에 힘을 모은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비롯한 권말선, 문병모, 박민정, 박범철, 박인숙, 오하나, 이은영, 최문선 편집위원들이 인사했다.
편집위원을 대표해 문병모 서울 영일고 교사는 “내일이 4.24 73주년”이라고 ‘4.24 한신교육투쟁’을 상기시켰다. 한신교육투쟁은 1948년 4월 24일부터 일본 오사카부와 효고현에서 조선인학교 탄압에 항의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그 과정에서 김태일 학생이 일본 경찰의 발포로 숨진 사건이다. 이번 꽃송이 3집 발간도 4.24 한신교육투쟁 기념일을 목표시한으로 발간됐다.
문병모 편집위원은 곧 4.27판문점선언 3주년이 다가오지만 실망감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지만 ‘통일 비둘기’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하고 “그동안 제가 잘못했던 부분들 많이 반성하고 이제 많이 읽고 많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오향리 학생(니시도꾜조선제1초중급학교 중2)의 ‘통일 비둘기’는 일본에서 진행된 통일토크쇼에서 만난 남녘 동무 윤민이와 친해졌고, 평창올림픽에 응원단으로 가는 어머니 친구를 통해 윤민이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때로부터 몇 달이 지난 4월 27일, 내 눈앞에서 북과 남의 수뇌분들께서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는 꿈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는 스토리다.
조국과 떨어진 일본에서 우리학교(조선학교)를 다니던 아이들(학생들)에게 2000년, 2007년.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통일된 조국을 눈앞에 그려보게 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2000년 6월 13,14,15일
아버지, 어머니는 기쁨으로 배 부른 날
나와 형님은 굶은 날...“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자기 가정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한 김희진(도꾜조선제2초급학교 초5) 학생의 시 ‘우리집의 ‘력사적’ 3일간’의 한 대목이다. “리유는 알만하지요 / 텔레비죤 앞에서 / 떠나실줄 모르셨으니...(중략) 력사적인 3일간 / 나는 배 고픈것 쯤이야 좀 /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추천사에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조선학교 방문단으로 오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쁜 마음으로 『꽃송이』3집을 엮고 있는 이들의 마음, 『꽃송이』3집을 읽으며 가슴 한켠에 느껴지는 훈훈한 동포애와 조국통일의 바람은 코로나 속에서도 저 멀리 일본으로 전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가수 이수진은 학생들 글을 노래로 만든 ‘구름타고 갈가요’, ‘우리의 마음은 하나’를 열창했다.
2014년 6월 13일 결성된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2014년 12월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금지 금요행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교조와 민변, 한국진보연대, 전농, 몽당연필, 지구촌동포연대(KIN) 등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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