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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가격리에 연차 내라…코로나 1년 휴업·휴가 강요 2700건

등록 :2021-04-26 04:59수정 :2021-04-26 09:49

노동부,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 개설 1년
격리기간 등 연차사용 강요 937건 가장 많아
휴업수당 미지급 756건, 휴직강요 525건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초기상담 창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초기상담 창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시에 있는 한 병원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하자 병원 노동자들에게 두 가지 동의서를 내밀었다. 하나는 직원들에게 이미 근무해서 받아야 할 월급 가운데 30%를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였다. 다른 하나는 정확한 날짜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무급휴가 동의서’였다. 직원들은 서명을 원치 않았지만, 사용자의 압박에 결국 두 가지 동의서 모두 서명을 하고 말았다. 얼마 뒤 이 사안은 고용노동부의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익명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접수를 전달받은 근로감독관은 병원 쪽에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 삭감과 휴직 강요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제공된 노동에 대해 노동자에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모두 지급하고, 휴직 
회사가 음성 직원에 격리 지시하곤 연차사용 강요
신고 사례 가운데에는 회사가 휴업과 연차, 휴직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부당하고 불법적인 지시를 내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의 한 제조업체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5월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이 회사는 이태원 방문 이력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지시했다. 이후 회사는 이태원 방문 이력이 확인된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자가격리 기간 가운데 이틀은 연차휴가를 쓴 것으로 처리하고, 이틀은 무급휴가로 처리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났는데도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면 이는 사업주의 귀책사유에 해당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연차와 무급휴가로 처리할 수도 없다. 이 사례 역시 센터에 신고가 접수되면서 근로감독관이 지도에 나섰고, 회사는 뒤늦게 조처를 취소하고 해당 노동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유급휴가로 바꿨다.
 
앞서 노동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휴업과 휴직, 휴가 등에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생기면서 이를 신속하게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가족돌봄휴가 익명신고센터’를 확대·개편해 현재의 포괄적 익명센터를 개설했다. 원래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면서 운영이 연장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업주가 노동관계법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하게 휴업·휴가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익명센터를 활용하면 근로감독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업장을 개선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이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직장갑질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코로나19를 근거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쉽게 불이익을 주고 해고하고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등 신고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미 신고된 사례들도 제대로 처리됐는지 끝까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현재 사용자의 부당한 처사를 신고하고 싶다면, 노동부 누리집 휴업·휴직·휴가 익명신고센터 시스템에 접속해서 피해 내용, 사업장 정보 등을 입력하면 된다. 익명은 물론 실명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내용이 등록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돼 해당 사업장에 개선을 지도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신고 사건을 각 지역 노동관서 등이 맡아서 담당하거나 담당자가 신고인에게 근로감독 청원 절차를 안내한다.
코로나19 관련 휴업·연차·휴직 등 노동관계법 주요 내용△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회사(사용자)는 소속 노동자가 입원하거나 격리된 뒤 보건당국에 의해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받기도 합니다. 이때 노동자는 반드시 유급휴가를 부여받아야 합니다.△노동자 가운데 확진자, 유증상자, 접촉자 등이 없거나, 확진자의 방문으로 인한 방역조처가 완료된 뒤에도 회사가 휴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역당국의 조처가 아닌 회사가 자체 판단으로 휴업하는 것인데, 이 경우 노동자는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코로나19로 부품 공급이 중단된 제조업체가 휴업하거나 여행사 등에서 예약취소·매출감소 등으로 인한 휴업을 하더라도 노동자는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넓은 범위에서 회사의 책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경영 악화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때 유급 휴업‧휴직 등의 고용유지 조처를 한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해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급여 삭감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원칙적으로 휴업수당은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평균임금의 70%가 통상임금을 초과하면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는 연차 유급휴가를 노동자가 요청한 시점에 줘야 합니다. 다만 회사는 병가·휴직 등으로 일시적으로 인원이 부족하거나, 휴가청구일이 집중되는 등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노동자의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휴가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입니다.참고 자료: 지난해 3월 노동부가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노동관계법 주요 큐앤에이(Q&A)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92541.html?_fr=mt1#csidx8d95e31fd488cd187030da5a0001a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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