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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택배 150원 오를 때 개인 택배 2,000원 올라간 진짜 이유

“2~3% 남짓한 개인택배, 물량 감소에도 매출 타격은 미비”

윤정헌 기자 
발행2021-05-05 16:58:35 수정2021-05-05 16:58:35
 
택배 물량을 싣고 있는 택배기사ⓒ뉴시스 
 
최근 국내 주요 대형택배업체들이 기업택배에 이어 개인택배 요금을 인상한 사실 뒤늦게 알려졌다. 기업택배 가격은 100~150원가량 오른 데 비해 개인택배 인상 금액은 1천원~2천원에 달해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figcaption>

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달 19일부터 개인 고객 택배 가격을 소형(무게 5㎏ 이하, 가로·세로·높이 세 변의 합이 100㎝ 이하) 기준 2천원 인상했다. 동일권역 기준 4천원이던 소형 개인 택배비는 6천원까지 올랐다. 중형(15㎏ 이하)은 5천원에서 6천원, 대형(20㎏ 이하)은 6천원에서 7천원으로 각각 1천원씩 올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지난달 15일부터 소·중·대형 개인택배의 택비비를 각각 1천원씩 올렸다. 소형은 5천원, 중형은 6천원, 대형은 7천원이다.

소형 6천원, 중형 7천원, 대형 9천원 등 타 택배사들에 비해 높은 개인택배 요금을 받고 있던 CJ대한통운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들 택배 3사는 개인택배비 인상 앞서 기업택배비를 인상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일부터 소형 기준 계약 단가를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했다. 롯데택배도 지난 3월부터 소형택배의 배송비를 1,6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인상했다. 무게와 길이에 따라 구간별로 인상 폭을 135원 안팎에서 각각 다르게 적용했다. 한진은 올해 초부터 기업 택배를 대상으로 한 소형택배 단가를 1,800원 이상으로 정해 계약하고 있다. 정확한 인상 폭은 밝히지 않았으나, 150원가량 인상된 것이라는 게 택배업계의 설명이다.

 

개인택배는 소비자가 직접 택배기사를 불러 택배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개인이 콜센터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택배를 요청하면 택배기사가 직접 찾아와 택배를 가져가는데, 바로 이런 물량들이 개인택배로 분류된다. 개인이 평소 알고 지내는 택배기사나 인근을 지나는 택배기사에게 택배를 요청하는 것도 개인택배에 해당한다.

기업택배는 택배사(택배 대리점)가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을 맡아 처리해주는 택배를 말한다. 온라인 쇼핑몰과 TV홈쇼핑, 편의점 등이 택배사에 배송을 맡기는 물량이 기업택배다.

이처럼 기업택배에 비해 개인택배 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사 관계자는 “국내에 택배가 도입된 이래 개인택배비는 수십 년간 인상되지 않았다.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억제해 왔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택배기사 처우개선 등의 문제를 봤을 때 인상이 필요했다. 택배 요금 현실화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개인택배가 불특정 장소에서 소량씩 발생한다는 점과 비정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 등도 큰 인상 폭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오면 택배기사가 직접 물건을 가지러 가는데, 보통 1~2건 정도다. 적은 물량을 집화하는 데 많은 품이 든다”며 “반면 기업택배는 매일 고정된 장소에서 대량의 물량이 나온다. 때문에 개인택배와 기업택배는 비용 및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택배 자료사진ⓒGS25 제공

전체 물량 중 2~3% 남짓한 '개인택배' 안 써도 그만?
"개인택배 소요 편의점 택배로 옮겨 갈 것... 결국 기업택배로 돌아와"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인상 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택배의 경우 기업택배의 소형택배 인상 폭은 100원(6%)이지만 개인택배는 1천원(25%)이다. 기업택배비를 150원(9%) 정도 올린 한진은 개인택배를 2천원(50%)이나 인상했다.

이에 대해 일부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택배 물량 중 개인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개인택배 물량이 감소하더라도 택배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만큼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택배업계 종사자는 “체감상 전체 택배물량 중 개인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3%밖에 안 된다. 그나마도 편의점 택배로 넘어가는 지 개인택배 물량은 더 줄고 있다”며 “보통 매출 감소를 우려해 조심스럽게 소폭 가격 인상을 하지만 매출에 거의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만큼 이렇게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하는 시간에 택배를 보낼 수 있는 편의점 택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개인택배 물량이 더 감소했다는 게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인 CU에 따르면 편의점 택배 이용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 건수의 증감률을 살펴보면 1분기 21.5%를 시작으로 2분기 25.8%, 3분기 29.5%, 4분기 30.5%였고, 전체 신장률은 27.9%를 기록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높은 가격에 개인택배를 고객이 감소하더라도 택배물량이 감소하는 건 아니다”라며 “개인 택배를 이용하려던 소비자가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는 거다. 결국 택배사 입장에서는 개인택배가 기업 택배 물량로 바뀌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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