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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개 시민단체 “이재용 가석방은 법치주의 사망 선언”

기자회견 열어 “불허하라” 촉구…1인 시위 진행하고 박범계 장관에 면담 요청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8.03ⓒ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법치주의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이 부회장을 풀어주면 재벌 특혜 관행이 이어지게 되고 국민적인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따른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전국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3일 온라인으로 ‘이재용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여,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가당치 않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 심사 대상 명단에 이름이 올랐으며,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오는 9일 가석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석방은 죄를 뉘우쳐 재범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모범수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 부회장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범죄 행위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을 넘어 대를 이은 불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횡령 등 죄질이 매우 무겁고 중대하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재판 도중에 관련 증거를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조직적인 은폐 행위를 하고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의 취업제한 조치에도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하면서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현행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은 횡령·배임 등 범죄 행위와 관련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으나, 미등기 임원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석방 제도 취지와 조건에 맞지도 않은 인물을 국민 공감 운운하며 가석방해준다면, 앞으로 가석방 제도로 풀려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법치주의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가석방이 남용되면 기업 범죄는 특혜 대상이 된다”며 “이는 헌법 정신과 공정에 반하는 후진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승계를 위한 재벌 총수와 대통령 간 뇌물수수를 핵심으로 하는 국정농단에 대한 단죄에는 재벌 총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포함돼야 한다”라며 “경제 성장을 빌미로 재벌 총수 범죄를 관대하게 처리한 사법의 역사, 정경유착의 역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8.03ⓒ민중의소리

이 부회장이 풀려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현재 ‘불법승계’ 사건과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재판 경우 유죄로 인정된 국정농단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범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그룹 경영이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동안에도 전문경영인과 수많은 노동자의 피땀으로 충분한 경영성과를 내왔다”며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회삿돈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제왕적 총수는 더 이상 삼성에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자신의 불법행위를 깨끗이 인정하고 그에 맞는 죗값을 치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수감 중인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이 상장기업 경영에 편법, 불법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현장에서 멀어질 때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도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규정하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은 재계와 언론의 이재용 부회장 구하기가 본격화되자 고충을 이해하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며 “사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자 법무부 장관을 통한 가석방을 추진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앞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공을 넘겨 기어이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날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일대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시민사회의 이 부회장 가석방 반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박 장관에게 면담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1.18.ⓒ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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