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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력 집중” 예고한 언론중재법 전격 ‘수술’…배경은

12일 “언론계 우려 중 합리적이라 인정되는 대목 수정” 
공직자·대기업 임원 등 징벌적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
언론계 우려 덜고 선제적으로 ‘약점 보완’ 의도로 풀이 
 
 
 

 

여당이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12일 오후 5시경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공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현업 4단체(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의 주장을 수용해 법안을 수정·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을 다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언론중재법 대안에 대해 언론계와 야당의 반대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언론의 책임 강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허위조작보도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많은 오해와 일부 법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 등과 면담을 하면서 법안소위 통과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며 “언론계는 △징벌적 손배 청구가 의도와 다르게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징벌배상 대상이 되는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이 언론에 전가되어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열람차단청구 표시가 언론 보도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낙인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이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문체위 여당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계의 우려 중 합리적이라 인정되는 대목을 수정하기로 했다”면서 “고위공직자·선출직 공무원·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원고)가 고의·중과실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겠다. 우려가 큰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조항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개정안에 있는) 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허위 조작 보도로 피해를 보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일부가 남용할 가능성, 낙인효과에 따른 언론 신뢰도 하락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당내) 수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전면 공개하겠다. 국민의힘도 15일까지 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다음 주에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합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주당 결정은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표결 처리한 뒤 어제(11일)까지의 모습에 비춰볼 때 다소 급작스럽다. 김용민 미디어혁신특별위원장은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열람차단 청구 표시 등 개정안을 향한 우려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사수’ 의지를 보였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압도적 다수 국민께서 법 처리를 바라고 계신다”며 “흔들림 없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 언론현업 4단체 대표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뒤 반나절도 안 돼 기자회견까지 이어졌다. 언론현업 단체 의견을 전격 수용해 언론계의 강한 우려를 잠재우고, 어떻게든 8월 중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15일 자신들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놓기 전에 선제적으로 법안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론인권센터는 “공인 보도라도 모두 국민의 알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이라도 고의·중과실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악의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송을 제기한 측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인 관련 보도를 사실상 징벌배상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언론현업 4단체는 앞서 징벌배상 도입 시 공인이나 공공영역 인사의 보도는 그들(원고)에게 입증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입증 책임과 상관없이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증 책임 전환보다는 아예 징벌적 손배 적용을 배제하는 게 실효적이라고 판단해 입장을 바꿨다. 어쨌든 민주당이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하면서 추가적으로 여러 조항들이 삭제·수정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당내 강성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그럼에도 언론보도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겠다는 개정안의 애초 취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개정안을 비판해온 언론현업 단체도 위와 같은 취지에 동의해서다. 앞서 언론현업 4단체는 지난 6월14일 ‘언론 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인격권에 중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해당 보도 언론사에게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공개 제안했다. 

해당 개정안에 의하면 선거로 선출되는 정치인, 공직자(후보자), 대기업 관련 보도 및 공익신고법상 공익 관련 사안 등에 대한 보도는 배액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배액 배상 근거가 되는 ‘악의’는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 

악의가 인정된 경우에는 △악의의 정도 △피해자 손해의 정도 △언론사가 해당 행위로 인해 취득한 경제적 이익 △언론사가 해당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언론사 재산상태 △언론사가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한 정도를 고려해 배상액을 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언론현업 단체 의견을 대폭 반영한다면 이 같은 내용이 뼈대가 되는 개정안이 최종안으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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