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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버스는 출발도 안 했는데…곳곳에서 충돌하는 국민의힘

경선 방식 두고 갈등 심화, 윤석열 “토론회 참석 적극 검토하겠다”지만 여지 남겨

이준석 대표가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2021.07.29.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을 시작하기 전부터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신경전으로 시작된 갈등의 불씨는 경선 논의와 맞물리면서 다른 대선주자들과 당 지도부에게까지 옮겨붙은 양상이다.

최대 쟁점은 '경선 방식'이다.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통해 2차례의 컷오프를 거친 뒤 10월 8일 본 경선에 나설 후보 4명을 압축하기로 결정했다.

8명의 후보를 압축할 1차 예비경선은 봉사활동과 비전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PT), 압박 면접, '올데이 라방(라이브 방송)' 방식으로 이뤄지며, 2차 예비경선은 압박 면접 형식의 청문 토론회와 방송사 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최종 4명의 후보가 경쟁하게 될 본 경선은 1대1 맞수토론회 등 총 10회의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비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오는 18일과 25일에는 각각 경제 분야와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경준위가 준비한 경선 밑그림이 발표되자, 윤 전 총장 측과 이 대표 사이 '페북 설전'이 벌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당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기도 전에 토론회를 여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진다.

 

'친윤석열(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11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글을 인용해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여름휴가 중인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 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정 의원은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을 포함한 당 대선주자들을 멸치·고등어·돌고래로 표현했는데, 이 비유를 그대로 따와 반박한 것이다. 여기서 돌고래는 윤 전 총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다른 대선 주자들도 가세하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준위는 경선 일정과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안에 대한 우리 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최고위원회다. 최고위는 후보 토론회를 포함해 경선의 일정과 방식, 프로그램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측에서는 이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토론회 참석에 소극적인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오신환 전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당에서 정해진 공식적인 일정이나 경준위가 마련하고 있는 토론을 후보가 굳이 거부하면서 보이콧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것을 기피하고 거부하는 후보는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고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라디오 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안은 최고위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며 "합동 토론회를 하는 것은 (곧 출범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준위 본래 취지와 전혀 맞지 않고 권한 밖의 행위인데 그것을 끝까지 강행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안 된다"며 "전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마당인데 (당장 토론회를 열면) 던져놓고 구경하려는 것 아닌가. 굳이 경준위가 왜 이러느냐"라고 발끈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토론회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전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캠프 관계자로부터 아직 얘기를 못 들었다. 아마 당에서도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얘기가 있으면 제가 한번 (토론회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경준위가 발표한 경선 방식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캠프 측에서 같이 논의할 문제지만, 어떤 이슈나 방식의 검증에 대해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 관행이라든지 여러 가지 고려할 사안이 있으니 구체화되면 캠프 관계자들과 논의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일단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공식적으로 통지받지는 못했지만 통지가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통지 받지 못해서 캠프 내에서 의견 수렴이 안 된 상태다. 공식적인 통지를 받은 후에 더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08.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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