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과 관련한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의 기고를 싣는다. 맞춤법은 한글식으로 교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정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문재인대통령이 유엔에서 한 종전선언 제안(9월22일) 직후 북측이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김여정부부장담화 9월24일)고 지적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자인 조선 측이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기상조이다”(리태성 외무성 부상담화9월23일)고 언명함으로서 이 문제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왠 일인지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이 협의하고 있다”느니,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 사리에 맞지 않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주장이 뛰어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 지적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자는 조선과 미국이다.

이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며 간과해서도 안 된다.

1953년 7월에 맺어진 정전(휴전)협정에 남측당국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이승만이 북침 전쟁을 계속할 것을 주장하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것이 사실인지 어떤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남조선당국이 서명하지 않았는데도 정전(휴전)이 성립된 사실이다. 정전(휴전)이 조미 사이에서 이루어진 사실은 전쟁을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결정권이 남측 당국에 있지 않았으며 유엔군의 모자를 쓴 미국에 있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는 조선전쟁의 본질이 민족 내부의 내분이 아니라 조미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반증하여 준다. 전쟁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한국군이 작전지휘권을 미국에 빼앗겨 미국이 만든 유엔군의 모자를 쓴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첨병이 되어 북침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군대의 작전지휘권이 미국의 손아귀에 있으며 한국이 정전(휴전)과 관련하여 아무런 권한을 못 가지고 있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2019년 6월 30일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선 측 지역에 넘어갔을 때 미국 측 경호원이 트럼프의 뒤를 따르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앞길을 막아 문을 닫아 맨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또한 미군의 허가 없이는 트럭 한대 분계선 남측 비무장 지대를 통과할 수 없는 현실도 눈앞에서 목격하였다.

정전(휴전)을 이룬 당사자가 종전의 핵심 당사자로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종전을 시발로 세워져야 할 평화 보장체계도 조미가 합의해야 이루어진다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며 이를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종전선언은 정전체제, 휴전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다.

일부에서는 종전이나 한(조선)반도의 평화보장체계가 남북 사이에서 이루어질 일이나 되는 듯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연합통신에 의하면 11월 4일 남조선 외교부 보도관은 종전선언은 “신뢰구축을 위한 정치적, 상징적 조치로서 유엔군 사령부의 존재와 휴전체제의 법적,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다”고 하였다. 또한 이 통신은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 말고 누가 그런 담대한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누가 적격이겠느냐며 평화체제는 남북 간 정치관계, 군사적 신뢰구축, 경제·사회 교류 등 한반도 미래를 규정하는 일련의 규범과 원칙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자기 군대에 대한 작전지휘권도 행사하지 못한 뿐더러 반환될 가능성도 없으며 정전 당사자도 아니고 아무런 권한도 없는 남측은 종전의 ‘적격자’로 될 수 없다. 더구나 조미 대결을 근간으로 하는 정전(휴전)체제를 그대로 둔 종전선언이나 ‘남북 간 평화체제’는 허구에 불과하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일반적으로 종전은 평화에로 가는 길목에서 선언했다가 평화협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으며 평화협상의 첫머리에서 선언할 수도 있다. 또한 말 그대로 전쟁을 끝내는 전쟁당사자의 의사의 표현인 종전선언은 정전(휴전)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말만 종전하자고 하고 대결체제인 정전체제, 휴전체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부인하는 선언은 이미 종전선언으로 될 수 없다. 더구나 조선과의 교전 타방인 유엔군은 종전이 선언되면 즉시에 해체되어야 마땅한데 ‘유엔군 사령부의 존재’에 영향을 주지 않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종전선언이 상징적인 선언으로서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선언이라는 몰상식한 주장도 종전선언 제안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셋째, 종전선언 제안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 제안 직후 남측 기자들과의 간담(9월23일)에서 “북한(조선)의 핵억지력이 <고도화 또는 진전>되였기 때문에 <북한(조선)의 비핵화>를 해야한다”고 말하였다고 남측 언론이 전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북한(조선)을 비핵화 교섭에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전하는 언론보도도 있다.(중앙일보 11월15일)

한미당국이 <북비핵화>를 위한 관여의 길을 열기 위해 대화 제의를 거듭하여 왔으며 조선측은 먼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것을 요구해 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속에서 조선의 핵억지력의 고도화가 뚜렷이 눈에 보이게 되면서 한미 당국은 초조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북한과 외교가 시급하다”(국무성대변인 9월9일)고 하면서 애걸하다싶이 거듭 대화를 운운해 나서고 있다. 또한 10월 7일에 있은 ‘북의 핵·미사일 개발 현황과 창의적 북핵 해법의 모색’(남측 통일연구원 주최)에서 미국과 남측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북핵 협상을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지며,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성과를 거두기가 더욱 어려울 것”, “오늘이 가장 빠를 때”라는 인식을 표명하였다.

 

만약 남측 당국이 초조감에 사로잡혀 <북한(조선)을 비핵화 교섭에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라면 어리석은 짓이며 한(조선)반도 평화에 기여하기는 커녕 대립을 격화시킬 결과밖에 초래될 것이 없다.

남조선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이 한미와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였다는 괴상한 말을 늘어 놓았다.(연합통신11월25일)

조선은 한미 당국과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합의하였지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바가 없다.

문재인 정권의 통일부는 왜 거짓을 늘어놓는가. 종전선언을 말하면서 관심이 평화가 아니라 조선의 일방적인 ‘비핵화’, 무장해제에만 있는 것 같다.

한때 조선과 미국, 남조선 사이에서 오간 종전선언 문제는 미국이 조미공동성명을 짓밟고 체제 붕괴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무산되었다.

미국의 적대행위로 무산된 실현 가능성도 없는 종전선언을 또다시 들고나온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넷째 남측 당국은 조선과 미국 사이의 중개자로 될 수 없다.

종전선언 제안에 대하여 조선 측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자 남측 당국은 ‘북측의 남측에 대한 협력, 지원 요청’이라는 괴상한 해석을 내놓았다. 한겨레가 9월 27일에 ‘대미 설득 지원 요청’이라는 해설을 내놓았는데 문재인 정권을 대변하는 이 신문뿐만 아니라 보수언론까지도 발걸음을 맞춘 것이 우연한 일이었는가.

북측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대미 설득 지원 요청’이라고 해설하는 것은 밭에 가서 대합조개를 케겠다는 것과 같은 엉뚱한 소리이다.

조미 사이에 중개자가 필요하지도 않으며 더구나 남측은 조미 사이의 중개자로 될 수 없다.

종전하는 데서 실권자도 아닐뿐더러 미국의 승인에 얽매여 추종하는 처지인데 중개가 가능하기도 하는가.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은 부처님 손바닥에서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치지만 남측은 미국의 군사 보호 아래서 ‘한미동맹’이 안보의 요체라고 하면서 스스로 미국의 바지가랭이를 붙잡는데 바쁜 것이 현실로 보인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 통일의 주인으로서 중개자가 아니라 북과 손잡아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것이 남측을 향한 겨레의 바람이 아닌가.

다섯째, 총질하면서 종전선언이 왠 말인가.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였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수 있는 그 모든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여정부부장담화 9월24일)

종전선언 제안이 있은 후 10월부터 현재까지 ‘호국훈련’, ‘을지태극’연습, ‘충무훈련’, ‘한미련합공군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을 비롯한 각종 군사연습이 계속되고 있다.

종전이란 말그대로 전쟁을 끝내자는 것인데 말로는 전쟁하지 말자고 하면서 행동에서는 총 쏘는 격이다.

미국은 말로는 “적대적 의사가 없다”고 하면서 행동에서는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하며 전략무기들을 한(조선)반도 주변과 남조선에 전개해 놓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 종전이라고 하면서 총질하는 남측의 언동은 미국을 꼭 닮았다.

종전선언 제안에서 평화를 위한 진실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종전선언 제안이 조선의 핵억지력 강화에 초조해져 들고나온 궁여지책이라고 하면 너무 과할가.

  현광 코리아 뉴스 편집장 webmaster@minplu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