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폐국민행동은 국가보안법 73년이 되는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 국가보안법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국민행동은 국가보안법 73년이 되는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 국가보안법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73년 전 오늘. 일제의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을 모방한 국가보안법이 탄생했다.

1948년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거부한 여수 주둔 제14연대 군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그해 12월 1일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73년간 온 나라에 반공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와 통일을 억압해왔다.  

지난 3월 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NCCK) 인권센터, 원불교인권위원회,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100여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남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 행동을 진행했다.

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1948년 12월 1일 그 순간으로부터, 매일 매일이 이 악법을 폐지하기 위한 가장 늦은 순간들"이라며, "또 다시 나중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오늘, 당장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국가보안법과 함께 맞는 이 74번째 12월 1일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책임을 물었다.

앞서 지난달 10만 입법동의청원에 힘입어 16년만에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었지만 여야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청원을 외면하고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4년 5월 29일까지 폐지 심사를 연장하는 결정을 했다.

3월 국민행동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10만 국회 입법동의청원을 단 9일만에 성사시키고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대행진을 마쳤으며 지금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1인시위가 국회앞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국회에 상정된 2개의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왜 논의조차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김재하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국민행동 상임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지 73년이 되는 오늘은 기념일이 아니"라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우리의 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그 투쟁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반드시 74년을 맞기전에 우리의 힘으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이 짓누른 지난 73년은 이땅의 통일과 민생을 위해 투쟁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의 세월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예속의 나라, 불평등의 나라, 야만의 나라로 전락한 수치스러운 73년이었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정권과 21대 국회에는 "시대의 흐름과 양심의 목소리를 거역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진보와 자주를 이야기하던 이 땅의 모든 세력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고 등을 돌렸으며, 그 결과 촛불로 쫓아냈던 수구세력들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경계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가보안법 폐지  21대 국회 법사위에 당장 상정하여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대선을 앞에 두고 표를 의식해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뒤로 미루어 토론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로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보안법폐지전국행동(서울)이 진행되고 있는 여의고 국민은행 앞. 이날은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1인시위에 동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지전국행동(서울)이 진행되고 있는 여의고 국민은행 앞. 이날은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1인시위에 동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송의태 가수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혀현 기자]
송의태 가수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혀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인근 국회의사당역 국민은행 앞으로 자리를 옮겨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행동(서울)을 진행하면서 사전에 약속한대로 우산을 들고 '국가보안법'의 '법'자를 우산으로 형상화 후 접으며 폐기를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벌였다.

[기자회견문] (전문)

국가보안법과 함께 맞은 74번째 12월 1일! 분노하고 규탄한다!! 

1948년 12월 1일,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악법 중의 악법' 국가보안법이 제정되었다.
그로부터 꼬박 73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우리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74번째 12월 1일을 기어이 맞고야 말았다. 

우리는 분노한다! 
지난 73년 26,645일이란 시간 속에는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예외 없이, 이 땅의 자주와 통일, 민주와 평등, 평화를 꿈꾸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피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그 수많은 피해사례들을 다시 소환하고 언급한다는 것이 도대체 더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오죽하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사회에서도 '인권침해의 대표적 악법'으로 지목하며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국가보안법 속에서 맞이한 이 74번째 12월 1일, 우리는 참담한 분노를 도저히 억누를 길이 없다. 

우리는 규탄한다! 
지난 20세기 동안 경이로운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전세계가 대한민국을 칭송하고 있던 바로 그 한복판에서, 우리는 다시 훌쩍 더 높은 수준의 '21세기 촛불혁명'을 성공시켰다.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 이것이 촛불혁명의 정신이자 목표였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도 어느덧 임기 말을 맞는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나?

분명히 못박아두건대, 국가보안법과 함께 맞는 이 74번째 12월 1일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정권교체로는 부족할 듯 싶어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압도적 의석을 몰아주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2017년 1월 촛불혁명 당시 37%에 이르렀던 '진보층'이 4년이 흐른 지금 22%로 뚝 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들이 급격히 보수화되었다고 해석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오판이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송두리째 뭉개버린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그대로 표출된 결과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매일 매일이 가장 늦은 순간이다! 
1948년 12월 1일 그 순간으로부터, 매일 매일이 이 악법을 폐지하기 위한 '가장 늦은 순간들'이다. 엄존하는 국가보안법 체제 하에서 여전히 무고한 피해자는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매순간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고 있다. 
또 다시 '나중에'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오늘, 당장 폐지하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우리 모든 국민들과 함께, 분노와 규탄의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다시 요구한다!


- 국가보안법을 지금 당장 폐지하라!
-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2021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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