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MBC ‘스트레이트’ 김건희 통화 방송에 조선·중앙은 취재 윤리 위반 논점으로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 나눈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방송 내용은 국민의힘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MBC에 항의 방문을 하고, 이후 법원 판단을 거쳐 방송이 이뤄지는 등 소동을 거쳤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16일 방송 이후 반응은 두갈래로 갈렸다. 김건희씨가 기자에게 ‘캠프로 오라’고 ‘내가 시키는 것을 하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미투 사건과 관련해 ‘보수쪽에서는 돈을 챙겨주니까 미투가 안터지는 것’과 같은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한쪽이다.

한편으로는 ‘이 내용이 정말 공적인 영역이 맞느냐’,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켜야 했나 싶은 수준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또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이 통화가 사적인 내용 위주라며 취재 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치공작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17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7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에, 김건희씨와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면에 해당 보도 없음
국민일보 “김건희 ‘미투, 돈 안줘서 터져’ 더 혼탁해진 대선판”
동아일보 “김건희 ‘돈 안챙겨주니까 미투 터지는 것’ 매체 직원에 도움 요청하며 ‘1억 줄 수도’”
서울신문 “돈 안챙겨줘서 미투 터지는 것, 조국의 적은 수사 키운 민주당”
세계일보 “尹부부와 친분있는 무속인 선대본서 고문으로 일한다”
조선일보 1면에 해당 보도 없음
중앙일보 1면에 해당 보고 없음
한겨레 “김건희 ‘캠프로 와,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한국일보 “김건희 유튜브 기자와 52번 통화 ‘캠프로 와라, 잘하면 1억 줄 수도’”

대부분의 주요 종합 일간지가 이를 1면 기사로 배치했는데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1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로 이 이슈를 다루며 취재 윤리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경향신문은 이 이슈에 대해 5면에 MBC 보도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만 배치하고 사설도 쓰지 않았다.

통화 내용 중 미투 관련 발언과 기자 회유 부분 문제로 지적

수많은 통화 내용 중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미투’와 관련해 김건희씨가 “돈 안챙겨주니까 미투 터지는 것”이라는 말을 1면 제목으로 뽑았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서울의 소리 기자에게 김건희씨가 “캠프로 와, 내가 시키는 거 해야지. 잘하면 1억 줄 수도 있지”라고 말한 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17일 국민일보 1면. 
▲17일 한겨레 1면. 

한편 세계일보는 MBC의 보도가 아닌,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 전모씨가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해당 보도를 배치하지않고 ‘김건희 통화 녹음 공개, 취재 윤리 위반 논란 확산’이라는 소개글만 배치했다. 해당 기사는 6면에 있다. 6면 “김건희 녹음 공개, 여당은 침묵 야당 ‘문제될 것 없다’” 기사에서 MBC 보도 내용을 다루고 “‘형수 욕설’ ‘7시간 통화’ 음성 파일 공익적 동기 있을땐 공개 가능”이라는 기사에서 해당 녹음 파일이 “사적 대화가 녹음된 것”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공직선거법 251조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가족을 비방할 경우에 처벌한다. 이때 ‘비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며 “다만 이 조항에는 예외가 있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하고, 공익을 위해서 알렸다는 동기가 인정되면 처벌 대상에서 배제된다. 만약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 경우, 꼭 공익이 사익보다 크지 않더라도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 왔다.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공익성의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17일 중앙일보 6면. 

6면 기사 내용만 보면 해당 녹음 파일 공개는 사적인 통화여도 공익을 위해서 알렸다면 처벌 대상에서 배제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1면에 적힌 6면 기사 소개글은 ‘취재 윤리 위반 논란 확산’이라고 돼있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앙·조선 사설서 취재윤리 위반 논점으로 

해당 이슈는 9개 주요 종합지 중 5개 신문에서 사설로서도 다뤄졌다.
서울신문 “빈 수레처럼 요란만했던 김건희 녹취록 보도”
조선일보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중앙일보 “김건희 녹취록 대결, 어디까지 추해질 것인가”
한겨레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
한국일보 “김건희 통화방송, 유권자가 판단해야”

▲1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사설 등을 통해 해당 녹음 파일 공개가 취재 윤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녹취록’ 대결, 어디까지 추해질 건가”에서도 취재 윤리 위반을 강조하고 싶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설은 “이 기자가 김씨에게 초기에 ‘기자’란 신분을 밝혔다고 해서 녹음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방송분만 보면 김씨가 녹음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이 기자가 사실상 정보원 내지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하며 김씨의 답변을 유도한 대목이 적지 않다. 취재 윤리에 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1면이 아닌 5면에 해당 이슈를 다뤘는데, 3개의 기사 중 1개는 MBC 보도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였고 “모친 편드는 척하면서 김건희에 떡밥 던졌다” 기사는 ‘누가 어떻게 녹음했나’라는 부제를 달고 이 기자가 작년 7월6일 김건희씨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한 후 한달새 서로 ‘누님’,‘아우’ 호칭을 하는 등의 과정을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에서 중앙일보의 사설과 같이 취재 윤리에 대해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며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 기자 회유 문제와 미투 관련 발언 두고 비판

이러한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의 사설은 한겨레의 사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육성으로 드러난 부적절한 ‘선거운동 관여’”에서 김건희씨가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라는 이야기를 자주한 점과 “이 기자가 홍준표에게 날카로운 질문 좀 해봐”라는 식의 이야기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썼다.

▲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자리를 미끼로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를 회유하려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해명부터 내놔야 할 것”이라며 “윤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김씨가 무슨 자격으로 선거 캠프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는지도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언급에 대해서도 “성범죄와 여성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김건희 통화 방송, 유권자가 판단해야”에서 특유의 중립적 논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공개된 김씨 발언이 진짜 심각한 흠결인지, 정치 공세에 가까운 의혹인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다시 내실 있는 선거가 되도록 정계와 언론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이런 정도의 시시콜콜한 사적인 대화를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해야 할 일이었는지, MBC의 보도 윤리를 비난하는 지적까지 나온다”며 “특히 대선을 불과 50여일밖에 안 남긴 민감한 시점에 해당 녹음과 방송 자체가 처음부터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 아니냐는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언론 자유와 공정보도의 책무 차원에서 짚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썼다.

이어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과연 이런 사적 대화의 폭로가 국민 알권리에 부합하는지 따져 볼 일인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