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간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들어 큰 정치적 사변이 일어난 곳들이다. 모두 미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수립한 친미정권이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린 공통점도 있다.
미얀마 아웅산 수치의 실각, 아프간에서 미군의 완전 철수에 이어 최근 친미 성향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마저 “미국이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경지역 병역 배치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라고 말해 미국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미국의 지원과 비호를 받으며 정권을 유지하던 세계 각지의 친미 세력들이 하나 둘 권좌에서 쫓겨나고, 미국과 ‘손절’한 이유는 뭘까? 바로 미국의 국제적 지위 하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2013년 11월 일명 ‘유로마이단’ 사태를 일으켜 폭동으로 정권을 찬탈한 우크라이나 친미 세력은 미국의 원조를 기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은 약속한 경제원조를 이행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까지 겪게 되자,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친미 세력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등을 돌렸다.
여기에 NATO를 앞세운 미국의 군사 위협에 러시아가 끄떡도 하지 않는 데다 국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등 일전불사를 각오해 나서자 미국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NATO와 EU 가입을 포기하고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미국과 ‘손절’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얀마
미얀마 아웅 산 수치의 실각도 우크라이나와 유사하다.
1988년 이른바 ‘8888항쟁’이라 불리는 대규모 반공 시위(색깔 혁명)가 발생해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던 수치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1995년 첫 선거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은 패배했지만 미국과 서방의 꾸준한 지원으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차지한다.
국경을 맞댄 미얀마에 친미정권이 들어서자 중국은 미얀마와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2017년에는 중국에서 벵골만을 통해 미얀마 국토를 관통하는 송유관 및 가스관까지 개통하면서 우호관계가 조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친미정권인 미얀마와 중국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미얀마에 있어 경제위기를 자초한 꼴이 되었다. 여기에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열세인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한 선거 미실시, 불법 사전투표와 투표지 수거, 투표함 분실, 유권자보다 860만명 많은 집계 투표지 등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부정선거를 인정하지 않자, 직전까지 정권을 잡았던 사회주의 군부가 2021년 2월 수치와 대통령 윈 민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 그리고 여당 소속 의원들을 감금해 버렸다. 결국 수치는 실각하고, 친미 세력은 이렇게 미얀마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다시 '8888항쟁'같은 대규모 반공 시위를 공모하기는 쉽지 않다.
▲훈센(왼쪽) 캄보디아 총리가 지난 1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 공항에 도착해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교장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괴뢰 정부를 세운다. 그러나 미국의 비호 아래 20년 간 연명한 아프간 친미 정권은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가 카불에 무혈 입성하면서 종말을 고한다.
카불에서 미군이 완전히 패퇴하자, 아쉬라프 가니 당시 아프간 대통령은 저만 살겠다고 자기 재산을 4대의 차에 나눠 싣고 허겁지겁 도망갔다.
아프간에서의 20년 전쟁에 패배한 미국, 그것도 정규군이 아닌 탈레반에 당한 치욕적인 패전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군에겐 국제적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아프간의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진실은 이제 미국은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친미 정권을 보위할 능력이 매우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신냉전'으로 인해 친미 동맹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친미 정권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자국 국민의 이익과 미국의 요청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친미 노선을 유지하면 불가피하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미국과 ‘손절’이 답인데, 과연 세계 유수한 친미 정권들 중에 ‘자주의 길’을 선택할 용기 있는 국가 지도자는 얼마나 될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관련기사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