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3.04. ⓒ뉴시스 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부산을 찾았다. 부산은 전날 윤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로 대선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고향이다.
단일화 선언 직후 윤 후보의 부산 유세 일정에 안 대표가 동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맞잡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이날 안 대표의 공식 일정은 오후 6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라이브 방송 일정뿐이었다.
이를 두고 '단일화 선언'와 기득권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과의 합당 추진'이라는 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 내부의 혼란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 뒷정리를 해야 할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협의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 유세에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국민의당은 공지를 통해 안 대표가 오는 5일 경기 이천에서 진행되는 윤 후보의 유세에 참석할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안 대표를 믿어 온 지지자들은 큰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부산에서 만난 김 모 씨(56)는 허탈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안 그래도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신랑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계속 완주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끝까지 가실 줄 알았는데…"라며 "지금도 이렇게 얘기하니까 또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안 대표를 지지했다. 안 대표가 얘기했던 '새 정치'를 믿었고,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보다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뛰어났던 안 대표의 모습을 보고 기대감도 커졌다고 한다. 안 대표가 지지자와 소통해 왔던 유튜브 방송을 찾아가 직접 응원 댓글까지 달았을 정도다.
한순간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사라졌지만, 김 씨는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다만, 안 대표가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중도 사퇴한 것과 달리, 김 씨는 다른 선택지를 고민 중이다. 그는 "고민 중이지만 아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쪽을 찍지 않을까 싶다"며 "제가 토론을 다 봤는데, 윤 후보는 너무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저한테는 그 점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철수 아닌 진격한 것"
윤석열, 안철수 추켜세우자
안철수 이름 연호한 부산 시민들
부산에서 만난 윤 후보 지지자들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쾌재를 불렀다. 조금 일찍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더 효과가 극대화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 모 씨(68세)는 "부산은 무조건 윤석열이라고 봐야 한다. 나도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단일화에 대해선 "안 대표가 조금이라도 일찍 결정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안 대표 지지자들이 윤 후보 쪽으로 다 오지 않고 이탈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안 대표가 포기한 건 무조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사전 투표를 마친 김 모 씨(63세)도 "안 대표와 단일화해서 좋았다"며 "윤 후보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안 대표와 같은 당으로 합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안 대표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윤 후보는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가 무대에 오르기 전, 의원들의 연설에서도 안 대표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과 안철수가 손을 맞잡고 국민을 대통합하는 그런 정권, 우리 모두 큰 목소리로 윤석열을 외치면서 환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부산 사상구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께서는 단일화로 사퇴하셨지만, 이것은 철수를 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서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격하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단일화로 안 대표가 또다시 '철수'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이를 철수가 아닌 진격이라고 애써 포장한 것이다. 유세 현장에 모여든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로 화답했다.
사상구는 단일화 실무 협상에 나섰던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윤 후보는 "어제 아침에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서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이 단일화 과정에서 사상의 아들, 장 의원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며 "서로 간 가질 수 있는 불신을 제거하고, 저와 안 대표가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치하했다.
부산 북구에서 이어진 유세에서는 '단일화 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온 시민도 있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우리 부산의 아들, 안철수 대표와 전격적으로 단일화했다. 정말 어려운 결심한 안 대표에게 감사드리고, 국민의당 관계자와 당원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안 대표께서는 사퇴했지만, 철수한 게 아니라 진격한 거다. 더 나은 대한민국과 더 발전하는 부산을 만들기 위해 저와 함께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진격한 것"이라고 외쳤다.
이후 윤 후보가 "저뿐 아니라 안 대표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자, 안철수를 연호하는 환호가 뒤따랐다.
이날 만난 부산 시민 중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자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주로 '인물론'이 언급됐다.
부산 구포시장에서 만난 김 모 씨(69세)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부산의 70%는 윤석열 아입니꺼. 난 30%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씨는 "윤 후보도 문재인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으면)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말만 해야지 자꾸 정권 비난만 하면 되느냐"라며 "깜이 되는 사람을 찍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황 모 씨(49세)는 "아무래도 이 후보가 경제 쪽으로 박식한 후보인 것 같다"며 "윤 후보는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집권하면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전 투표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최 모 씨(37세)는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나 둘 중 한 명이 되겠지만, 누가 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 더 커질 것 같다. 당선돼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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