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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받아서 뭐 할 건대? 지금 연애하나?

 
 
[김갑수 칼럼] 촛불 유감 몇 가지
 
김갑수 | 2013-08-12 16:49: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 10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제6차 범국민 10만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정원 규탄 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삼복염천에도 불구하고 8·10 촛불의 열기가 그토록 뜨거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공작선거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촛불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박근혜 집단의 공작선거를 응징하려는 분노의 저항인 것이다.

국가기밀을 절취해서 선거에 악용한 일, 이것으로 전직 대통령을 모해하면서 상대 후보에게 종북의 올가미를 씌운 일, 국가정보기관이 그 임무의 엄정성을 패대기치고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면서 여론조작을 감행한 일 등은 어느 것 하나 정치적 타협으로 넘길 수가 없는 반민주적인 악행들이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은 선거 중립을 해치는 발언 한두 마디를 했다고 해서 탄핵소추까지 당한 사실을 잊지 않았을 터이다. 먼저 행사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이 사태가 위중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문화제’나 ‘국민보고대회’ 따위의 용어를 쓰는 것은 시위의 테크닉 상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촛불은 엄연한 저항집회이자 시위행위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나는 표창원 교수가 노래를 부른 것도 마뜩치 않아 보인다. 그는 2만 명이 모이면 노래를 부르겠다고 공약했다 한다. 일단 그는 가수가 아니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지난 대선 당시 스타기질이 농후하거나 자기도취에 젖은 인사들이 투표율을 놓고 숱한 이벤트 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보았다. 특히 조국 교수 같은 이는 ‘망사 스타킹을 신고 63빌딩을 오르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안다. 과거에는 비키니를 입고 방송하겠다는 요상한 여자도 있었다. 10만이 모이면 자기들이 했던 팟캐스트를 재개하겠다고 하는 말도 들린다.

유쾌한 일을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일단 이 따위 공약들은 유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진지해야 할 정치를 희화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런 행태는 문화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미국과 한국은 문화가 다르다. 미국 바보들이 하는 짓을 생각 없이 모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출처: 연합뉴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왜 시민들의 야유를 받았는지 새겨보아야 한다. 그는 박근혜 집단에게 “대선 불복이 아니니까 쫄지 마”라고 했다. 먼저 민주당은 대선에 불복하고 안 하고를 결정할 자격이 없다. 대선 불복 여부는 먼저 진상조사가 이루어진 후 그 결과에 따라 유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사과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한국진보연대의 박석운 공동대표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과를 요구하는 말 속에는 이미 사과를 하면 용서하고 일을 끝내겠다는 용의가 내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나 한국진보연대에 범죄자들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가? 당신들 마음대로 이 위중한 사태를 끝내겠다는 것인가? 착각하지들 마라. 범죄자들을 처리하는 것은 사법부의 몫이다. 날도 더운데 답답한 소리들 작작해라. 막말로 이 더위에 사과 받기 위해 모인다고? 사과 받아서 뭐 할 건대? 지금 연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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