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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로부터 받은 황당한 우편물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청와대 개방보다 더 중요한 것

 
22.04.27 07:38최종 업데이트 22.04.27 07:38
4월 20일,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인수위원회에 우편을 보낸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답장을 받기 불과 하루 전, 아무래도 인수위가 내용을 읽고도 답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할지 대책(?)을 고민했는데, 떡 하니 등기우편으로 답장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답장에 대한 설렘을 잠시였다. 윤 당선인의 친필이 인쇄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봉투 안에는 답이 없는 답장이 덜렁 들어있었다. 
 

▲ 인수위에서 우편이 왔습니다. ⓒ 정보공개센터


답이 없는 답장

지난 3월 18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등기우편 한 통을 보냈다. 정확하게는 등기로 정보공개청구서를 보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는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어서, 굳이 인수위에 보낸 것처럼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https://20insu.go.kr/) 홈페이지에는 정보공개 온라인 창구는커녕 정보공개에 대한 안내조차 없었다.

인수위원회 입장에서 보자면, 짧은 기간 동안 새 정부 국정운영 비전을 짜야 하기 때문에 바빠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한시기구 특성상 정보공개가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http://18insu.pa.go.kr/)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방법과 안내를 공지해놓은 바 있다. 이마저도 18대 인수위는 출범 14일만에야 늑장으로 안내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보공개 안내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수위 출범 14일만에 홈페이지에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방법을 안내했다. ⓒ 대통령기록관

 
물론 정보공개 안내가 안 되어 있다고 해서 정보공개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따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보공개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는 공공기관으로 국민에게 보유 및 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략) 대통령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업무를 보좌하여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며, 정보공개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국가기관으로서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2008-0047 법제처 유권해석)


인터넷으로 어렵다면, 팩스나 우편, 직접 방문으로도 가능하다. 정보공개센터가 우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유다. 

정보공개센터가 인수위원회에 요청한 것은 민감한 자료가 아니다. 인수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인수위원 명단과 인수위원회의 예산 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이들 정보는 공공기관이라면 어디든 당연하게 공개하는 정보다. 

공무원을 비롯해 공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위촉된 개인의 성명과 소속은 정보공개법에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일부러 명시해 놓은 정보다. 이미 이전 인수위원회 정보공개 행정심판에서는 인수위원회 개최 회의의 참석자 명단도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위원 명단을 비공개할 근거가 없다.  
 

피청구인은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의 성명은 개인의 인적사항이라 비공개하였다고 주장하나,<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피청구인이 이와 관련하여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인수위원회 회의에는 각 분과별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이 참석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 또는 관계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 또는 국가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에 해당되어 그 성명은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6호 단서조항에 따라 공개대상이므로,<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피청구인이 백서를 통하여 청구인에게 인수위원·전문위원 등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처분 당시에 개인의 인적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의 성명을 공개하지 않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처분 부분은 위법하다.<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중앙행심2013-03600)


예산 역시, 인수위원회 예산액이 어느 정도로 책정되었는지 언론보도로도 나온 만큼 비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다. 이렇게 공개하기 쉬운 정보를 인수위원회에 굳이 정보공개청구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잘 닦아 놓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황당한 사유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라는 공간을 시민에게 내어주고, 국민과 "현장에서, 직접, 자주" 소통하겠다고 했다. 정보공개는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페이스북을 하고, 시장을 방문하고, 식당에서 참모들과 밥을 먹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들은 모두 애써 시간을 내야 하는 이벤트다. 하지만 정보공개는 이미 법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제도는 국가가 국민과 소통하는 훌륭한 방법이자 엄연한 행정절차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건너뛴 더 나은 소통은 있지도 않거니와 한다 한들 오래 가기도, 체계적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인수위는 소통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절차도, 시스템도 무시한 그야말로 황당한 응답을 해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4월 20일 인수위원회가 보낸 답장에는 "공개여부 결정기간 연장 통지서"가 들어 있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공기관은 10일 이내에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이를 10일에 한해 미룰 수 있다. 인수위원회 역시 당연히 공개여부 결정을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보낸 연장 통지서는 법을 지킨 게 하나도 없었다.  

첫 번째, 이 정보공개 결정을 왜 미루는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여부 결정을 연장할 때에는 연장된 사실과 연장 사유를 청구인에게 지체 없이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원회의 통지서 어디에도 미루는 이유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저 미룬다는 통보가 있을 뿐이다. 

두 번째, 응답 기한 자체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법에 따르면 인수위원회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최장 2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정보공개센터가 3월 18일 보낸 청구서는 3월 22일 인수위에 도착했다. 그러면 법에 따라 아무리 늦어도 4월 18일까지는 공개든 비공개든 결정을 통지했어야 한다. 답변은 미룬다는 통지 역시 4월 4일까지는 해야 했다. 

그런데, 인수위원회는 결정통지를 해야 하는 마지막 날에, 결정이 아닌 결정을 미루겠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보낸 정보공개연장통지서1 ⓒ 정보공개센터

 

▲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보낸 정보공개연장통지서2 ⓒ 정보공개센터

 
이해할 수 없는 연장통지서의 이유를 살펴봤더니 접수일부터 꼬여 버렸다. 3월 22일에 접수했어야 할 청구서를 인수위원회는 10일도 더 지난 4월 5일에서야 접수했고, 그 결과 법에 따라 지켜져야 하는 기한이 미뤄져 버린 것이다. 

왜 10일 이상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하지 않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통지서에는 전화번호도, 담당자 이메일주소도, 하다못해 팩스번호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다. 오로지 주소가 남겨져 있었지만 이 정도의 통지서로 미뤄보건대 간다고 만나주기는 할까 의문이다. 

정보공개 뭉개기는 엄연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 인권침해다. 2021년 인권위원회는 "공공기관은 헌법 및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는 내용과 절차를 준수해 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바쁘다는 이유로 접수하지 않은 자기 기관의 늦장대응이 인권침해라고 시정을 권고한 바 있기도 하다. 

청와대 개방보다 중요한 것

윤석열 당선인은 소통의 한 방법으로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 집무실에서 어떻게 소통하겠다고 하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이 나가고 난 뒤, 시민에게 개방되는 청와대는 관광의 장소는 될지언정 소통의 장소는 될 수 없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소통은 공간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보완해야 한다. 수준 높은 소통의 전제는 정보다. 정부와 국민이 대등한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을 때,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국민의 국정운영참여, 이른바 거버넌스가 이뤄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5월 10일에 20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국정을 시작한다. 인수위에게 받은 편지로 받은 불안하고 답답한 인상이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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