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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비판자들을 비판함

 
문재인 정부는 그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강기석 | 2022-04-27 09:25: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요즘 들어 부쩍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말)들이 눈에 많이 띤다. ‘문재앙’이라 부르며 극도의 증오감을 표하는 태극기부대 같은 극우세력들, 문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보수정치인들, 이들에게 영합해 문 대통령 비판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수구언론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늘 분명 민주개혁진영에 있는 인사이면서 “문 대통령이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이들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문 대통령의 인격을 높이 사면서도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것을 그 이유로 들며 그런 문 대통령을 정치에 끌어들인 주변 인물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나 같은) 열성지지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개혁 진영에서 대통령직을 놓고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들 중 누가 문 대통령 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

문 대통령의 정치 마인드의 부족 외에 그가 해쳐 온 여러 상황들에 대한 이해도도 극히 떨어진다. 마치 예전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노무현 잘못이다” 고 불평하던 때처럼, 이번 정부의 모든 부족함이 문 대통령 개인의 부족함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듯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명확치가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적으로 양극화 해소 못한 것, 검찰개혁 등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남북문제를 완결시키지 못한 것 등일 텐데 이제 와서는 정치적으로 정권재창출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며 어떤 이들은 조국 장관 가족을 지키지 못한 것을 들기까지 한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막강한 기득권세력(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의 저항을 뚫고 완수해 낼 수 있는 일이었을까? (그렇다고 “임기 5년 대통령이 겁이 없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발언과 같은 뜻은 결코 아니다)

비판자들은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촛불혁명이 그만한 힘을 주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를 문 대통령의 우유부단과 함께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촛불혁명의 힘에 대한 과신이 보인다. 촛불혁명이 진짜 ‘혁명’이었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촛불을 든 대규모 시위 혹은 집회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이라 함은 기존의 제도와 사람, 관습까지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나와 기존의 제도와 질서를 깨뜨리고 전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촛불시위(집회)는 기존의 제도(탄핵과 선거)를 통해 지극히 정상적,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힘만을 발휘했을 뿐이다. 사람, 제도, 사고방식, 세력관계, 질서, 관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촛불시위가 혁명의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4.19 이래 부마, 광주, 87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될 시민정치운동-장기적 의미에서 혁명-의 한 부분으로서다)

누군가는 국회에서 무려 172석까지 몰아주었는데도 제대로 개혁을 못했다고 질책한다. 그것이 어찌 문 대통령의 잘못인가. 민주당 자체가 개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원들로만 구성돼 있지 않다. 지금껏 민주당이 국회에서 해 온 꼴을 보라. (민주당을 비판하는 더 심한 말은 삼가겠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민주당을 동원했어야 한다고? 그것은 과거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당을 일렬종대로 세우고 국회를 떡 주무르듯 하는 것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때나 가능했고 앞으로 등장할 윤석열 대통령이나 시도할 것이다.

개혁을 못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는 둥, 심지어 문 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본다.

인사의 최대 원칙은 ‘적재적소’일 텐데, 이는 곧 적소에 쓸 적재가 충분하다(인재pool)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확실히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물들의 면면(대법원장 김명수, 국무총리 이낙연 정세균, 비서실장 임종석 노영민, 검찰총장 문무일 윤석열 김오수, 기재부장관 홍남기)을 보면 거의가 부족한 데가 많고 일부는 명백히 실패한 인사다.

그러면 그때, 그 자리에 이들보다 더 자격이 있는 인물이 충분히 있었을까? 충분히 있었는데 잘못 골라 쓴 것일까? 말하자면 총리급이라면 정치가 됐든, 행정이 됐든, 학문이 됐든, 경영이 됐든, 어떤 한 분야에서 수십 년 업적을 쌓고,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청렴하고, 대통령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텐데, 거기에 개혁 마인드까지 지닌 인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검찰총장이나 기재부장관이 되려면 고시에 합격해 20년, 30년 이상 해당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자들이어야 할 텐데, 그런 권력기관에서 개혁 마인드를 지니고 그 오랜 기간 자리를 보존한 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설사 있다 한들 자기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조직이기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검사나 관료 조직이 아니라 수천 명 판사 조직을 이끄는 대법원장이라면?

나는 이들dp 대한 인사실패(?)를 정보부족, 판단미스가 아니라 인재부족, 혹은‘배신’이라는 코드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부족은 앞으로도 개혁정권이 맞닥뜨릴 최대의 장애물이 될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과업을 충실히, 충분히 수행했다고 믿는다. 문 대통령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팔 걷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그 조직(제도)에서 개혁에 필요한 힘이 충분히 생겨나기를 기다리며 그 과정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인물이야말로 이명박 박근혜를 앞세운 수구세력에 맞설 최고 최적의 인물로 발탁하고 키워 끝내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지 남이 아니다.(당시 이재명 후보는 충분히 크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기대에 부응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온 것이다. (수구세력의 온갖 방해책동에도) 큰 혼란과 희생없이 펜데믹을 극복했다.

세계가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존재를 충분히 인정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남북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5년 한반도는 어느 때 보다 평화로웠다. 일본이 함부로 보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양극화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수치는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완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 재정이 튼튼해졌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이 모든 일들을 혼자 힘으로 다 한 것은 아니다. 개혁이 미진했던 것이 우리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이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이러한 성과 역시 민주개혁진영이 가진 힘을 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게이트 없는 ‘정직한 정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명박처럼 거짓말 하고 사기치고 뜯어먹지도 않았고(사자방) 박근혜처럼 우왕좌왕 굴욕적인 외교꼴을 보이지도 않았고 안전이 구멍(세월호 메르스)나지도 않았다. 역대 어떤 정권(노무현 대통령만 제외)도 벗어나지 못했던 측근들의 발호도 없었다.

우리는 대선 패배의 아픔과 좌절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 그리고 과거 민주정부에 대한 자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80점 받을 만한 학생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 80점을 받았다. 이 학생을 제대로 보살피고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못한 선생님이 “왜 100점 받지 못했느냐”며 마치 40점 받은 학생 나무라 듯 하면 되겠는가. 100점 학생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 혁명을 100번 해도 나오지 않는다. 

(딱 하나, 남은 것이 정경심 교수 사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교수를 사면하는 꼴은 결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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