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사면론 고개, 연이틀 이재용 사면 군불지핀 중앙
‘검수완박’ 민주당 단독의결, 한국 “기소·수사권 분리 뒤 혼란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5단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사면론을 청원했다. 보수 신문들이 전날에 이어 오피니언 면을 통원해 재벌 사면론을 이어간 반면 한겨레는 보도와 사설을 통해 이를 “일고의 가치 없는 궤변”이라 일축했다.
신문들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말을 앞두고 사면 대상을 막판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최근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각계 사면 요구를 취합해 문 대통령에 전달했다. 조계종 등 불교계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정경심 전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종근 부영그룹 회장 등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수 신문들은 동시다발로 데스크 칼럼을 통해 재벌 총수 사면을 주장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가 ‘글로벌 경제 대전환기’를 똑같이 이유로 들었다. 26~27일 이틀 간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지면을 통해 경제5단체의 사면을 주장하는 논리를 비중 있게 전달하거나 직접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박용 부국장은 데스크 칼럼을 통해 “오죽하면 경제5단체가 (…) 사면복권 청원서까지 내고, 기업인들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뛸 수 있게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부터 떼어 달라고 하소연하겠는가”라며 “사면 조치로 (…) ‘모래주머니’부터 떼어주는 노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의 우상규 산업부 차장도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논리”라면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1면과 고현곤 논설주간 겸 신문제작총괄 칼럼, 외부 기고, 경제면과 정치면을 동원해 ‘재벌 총수 사면으로 대통합’ 논리를 편 중앙일보는 이날도 1면과 종합 8면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사면 검토 움직임을 보도했다. 청와대가 5월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이재용 부회장 등 사면에 대비해 구체적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이어지는 본문에선 “대상자에는 MB와 김 전 지사를 포함해 일부 여야 전직 국회의원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여권의 한 고위인사’를 인용해 사면한다면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삼기보다 특별사면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관련 보도에서 “임기말 사면 검토 기류에 ‘사면권 남용’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사면권은 최소한의 절제된 권한 행사여야 하며 사법정의와 법치 실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며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사면권을 제한한다던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약속을 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5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며 “대선 후보시절 ‘부패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사면하면서 약속을 깼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비자금 약 33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은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한겨레는 사설을 내 “재벌 총수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이라며 “사법정의를 해쳐 국민통합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겨레는 재계의 ‘경제 위기’를 명분으로 든 사면 주장에 “이런 식이라면 재벌 총수는 불법을 저질러도 언제든 사면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며 “재벌 총수들의 명백한 범죄 행위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사위 단독의결에 신문들 제각각
더불어민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했다. 27일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보수 신문들은 1면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꼼수’ ‘강행’ 등 단어로 강하게 비판한 반면 다른 신문들은 단독 의결 과정을 전하는 한편 일부 국민의힘 책임도 거론했다.
신문들은 이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했다. 민주당은 22일 여야가 합의했던 중재안에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올 연말까지 남겨두는 내용(정의당 안)을 추가해 27일 밤 0시11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신문들은 민주당이 27~29일 본회의 처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법사위가 밤 0시11분께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한밤 중 이뤄진 전체회의 법안 통과 소식을 담았는지는 신문마다 갈렸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는 26일 저녁 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을 담았다. 7개 신문은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 단독 처리 소식을 전했다.
앞서 여야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범죄 가운데 경제와 부패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폐지만 1년 6개월 뒤 시행하기로 미루고, 나머지 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은 4개월 뒤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수사권 폐지를 원천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의당은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선 범죄까지는 검찰의 수사권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민주당이 이를 개정안 ‘부칙’에 반영해 처리했다.
보수 신문들은 관련 보도에서 법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첫 문장으로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 중재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위장 탈당’ 꼼수로 강행처리했다”고 강한 비판조로 보도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도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사실을 지적하고 “결국 초유의 자당 의원 위장 탈당 꼼수를 강행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첫 문단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최를 결정한 경우 국회 171석을 가진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라고 첫 문단에 전했다. 1면 헤드라인 아래엔 북한이 공개한 대률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을 배치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은 법사위 통과 과정을 보도한 뒤 본회의 때 정국이 얼어붙거나 극한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한겨레는 1면에 국민의힘 측의 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검수완박 속도전, 마지막까지 협의 끈 놓지 말아야’에서 “약 70년 만에 형사사법의 기본틀을 바꾸는 획기적 변화인 만큼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한다”며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중재안을 번복하면서 강행처리의 빌미를 준 만큼 강대강 대치정국의 책임 또한 국민의힘이 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대강 대치 속에 표결을 강행한다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 또한 정국 급랭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야 공히 한시적인 검찰 수사권 몇 개의 관할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라 검찰 수사ㆍ기소권 완전 분리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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