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4)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내각 후보자 ‘아빠 찬스’와 공정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 윤석열.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도 ‘공정’과 ‘상식’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 첫 시작부터 이런 기조를 뒤흔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내각 후보자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며 ‘능력 내각’을 강조했지만, 그 후보자들의 면면에서 ‘공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후보자에게서 ‘○○ 찬스’로 불릴 만한 의혹이 불거졌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을 빼놓을 수 없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두 자녀는 아빠가 경북대병원장과 진료처장(부원장)일 때 각각 의과대에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다. 아들은 그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로 병역처분을 변경해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했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에 취업해 논란이 됐다. 딸은 이 후보자가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국회의원실,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인턴십을 했다.

가족 구성원 전원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로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결국 3일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거진 ‘찬스 논란’ 속에서 한국 사회의 주류에서 보여지는 ‘그들만의 특혜’, 그것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능력’을 강조했지만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석열의 표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차별의 ‘존재’, 부정한다고 없어지나

윤석열과 차별의 정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차별을 부정하고,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및 별도 부처 설치’, ‘무고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젠더 갈라치기 논쟁을 불렀다.

이런 말이 있다. “차별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차별이 없어지는 게 아니며, 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차별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성별 격차가 그 근거를 보여준다. ▲젠더개발지수(GDI) 36개 OECD 회원국 중 35위(2019) ▲성별 임금격차 지수(31.5%)는 26년 연속 OECD 최고(2020)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OECD 꼴찌, 그리고 ▲여성의 경제 참여와 정치 권한을 측정한 성 격차 지수(GGI) 156개국 중 102위(2021)가 한국사회 현주소다.

윤석열은 해체 공약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로 여가부 장관을 내정했다. 해체를 공언한 부처에 장관을 지명해 해체 업무를 맡긴 것. 김현숙 내정자는 인수위 정책특보를 맡아 여가부 폐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등을 담당했다. 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여가부 폐지는 빠졌지만 이는 취임 이후 곧바로 닥칠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체론은 소멸된 것이 아니다. 국정과제에 여가부의 성평등 및 여성 정책 총괄 기능이 빠지면서 새 정부가 부처 폐지 밑그림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거전략에 활용하고,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삼은 정치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넘어 어떤 사례로 나타날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차별 해소, 언제까지 기다릴까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 관련 문제를 두고도 그렇다. 윤 정부는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 관련 예산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지하철 탑승 시위) 투쟁을 벌여왔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장애인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기회를 가지면서,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를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특수교육법’의 조속한 제정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대통령선거 전 관련한 법과 예산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선을 바로 앞둔 2월엔 “TV토론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약속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약속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고 안철수 후보는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결국 대선 이후 당선인과 인수위를 향한 면담 요청은 거절당했다.

2일 인사청문회에 응한 추경호 후보에게 돌아온 답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 지원’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예산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었고,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탈시설권리를 보장 예산 등에 대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3일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장애인 관련 정책은 기존 정책의 나열에 불과했다.

결국 장애인들은 추경호 후보 인사청문회 답변을 기다리며 잠시 유보했던 출근긴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 사회 곳곳에서 배제되고 격리되며 차별받고 있지만 ‘차별철폐’ 목소리는 아직 윤석열 정부에 가닿지 않고 있다.

능력주의의 다른 말 ‘양극화’

윤석열의 노동정책도 능력 중심, 경쟁 중심이 다분하다. 말이 좋아 ‘능력 중심’이지 이는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한국사회 차별과 노동 양극화를 극대화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유세 동안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제 폐지’ 같은 발언으로 친기업·반노동관을 드러낸 윤석열의 노동정책은 후보 시절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선 공약 자료집(국민의힘 2022) ‘노동개혁’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이 기조가 그대로 담겼다.

윤석열은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를 주창하며, 연차에 비례해 임금을 주는 연공급 중심(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근로연수 호봉 대신 직무난이도, 업무수행능력, 직급,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 공직사회부터 개편이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인수위는 “성과 중심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며 ‘공무원 성과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하고 임금은 개별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직무와 성과를 측정하는 사용자들의 지위와 권한은 더 강화될 게 뻔하다. 이들은 능력과 성과를 이유 삼아 노동자들을 갈등과 경쟁, 분열로 내몰 것이며, 임금 전반을 하락시켜 임금수준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GM)이 2003년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에 도입했다가 임금 격차 확대와 지나친 경쟁문화를 이유로 11년 만인 2014년 제도를 폐지한 사례가 있다.

기업규모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성별에 따라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 동등처우 원칙을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은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공정의 원칙”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유연한 임금체계 구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를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논의될 최저임금도 임금 양극화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국정과제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윤석열은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강조했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별화는 임금수준의 하한을 없앤다는 의미다. 이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이 무색해진다는 뜻이다.

특정 업종의 노동자들은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며,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최저임금이 곧 월급인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하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내부의 임금수준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600만에 다다르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62.8%,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남성에 비해 72.7%밖에 미치지 못하는 등(2020년) 남녀 고용형태별 임금 불평등이 현존하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가져올 후과는 임금 양극화일 뿐이다.

지난달 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1차 회의를 열었고, 오는 17일 2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간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이자 향후 5년의 방향성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일주일 120시간 노동’, 오해였을까?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양극화를 불러올 게 다분하다.

윤석열은 유력 대권주자였던 지난해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비현실적인 주 52시간 상한제를 철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그는 이런 맥락에서 대선 공약에서도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린다는 것은, 1년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추고 그 안에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정 기간 주 52시간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면, 사용자들은 총량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일이 몰릴 때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고용계약 해지가 두려워 이런 정산 기간 확대,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보다 방치하고 권장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감축하기는커녕 장시간 노동 부문을 더 확대함으로써 노동시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고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더욱 노동시간 차별과 배제라는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

이처럼 직무 성과급제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모두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가 가져올 후과

윤석열 새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관계를 노사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자본 중심의 시장권력관계를 그대로 두거나 또는 보강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노동절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왔다”고 했다.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 52시간만 일하라고 제한하기보다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최저임금 이하로 일할 사람이 있으면 막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이것에서 기인한다. 노동자 중심이 아니라 더 많이 일을 시키고 어떻게든 최저임금을 적게 주려는 자본 중심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손 놓고 최저임금이라는 사회제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 안전망을 무력화시키려는 지향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드러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루즈-루즈 게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추경호 후보자의 이력도 이런 윤석열 정책에 힘을 싣는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11건, 21대에서 6건의 노동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중 주52시간제를 약화시키는 등 노동시간 연장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차등화 및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법안이 5건이었다. 기업편향적·노동적대적 법안을 추진한 사람이 경제수장이 된다면 노동정책의 방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사회, 부의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 한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국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은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경쟁과 대립을 조장하는가 하면, 이미 존재하는 차별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행적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