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이희훈
배우 강수연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지 사흘 만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여러 처치를 받았지만, 7일 결국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향년 55세.
거리에서 연예 관계자 눈에 띄어 3세의 어린 나이에 배우로 데뷔하게 된 강수연은 영화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여성 배우가 수상한 첫 사례였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국제무대에서 유명 인사로 떠올랐고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해당 작품에서 비구니 역으로 삭발을 감행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강수연은 이후 기자들에게 "모스크바 영화제 때 유럽 영화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의 위상이 커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고래사냥2> <송어> 등 상업영화 및 예술영화에 두루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강수연은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으로 2002년 연기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이희훈
특히 강수연은 지난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배우 출신의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문제와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로 심하게 망가져 있던 상태였다. 영화제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김동호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한 것.
강수연이 사석에서 영화인들의 애환을 달래고 힘을 북돋우기 위해 종종 했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은 위기에 빠진 부산영화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연출작 <베테랑>에 이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건 영화계에선 유명한 일화다.
2015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영화제는 영화로만 바라본다는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존폐 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라며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관련 기사:
"원칙 깨지는 순간 영화제 존폐 위기 온다"). 하지만 영화제 사무국 직원의 단체 항의성 성명 등으로 내홍을 겪은 후 2017년 자진 사퇴했다.
그뒤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 강수연은 종종 서울 일대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며 사적인 인연은 꾸준히 이어갔다. 2021년 강릉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하며 공식성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최근까지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를 통해 복귀를 준비 중이었다. 약 10년만에 영화 복귀작으로 세간의 관심이 컸기에 그의 사망 소식에 주변에서 크게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편 빈소는 7일 저녁부터 강남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지며 장례 절차는 대한민국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오는 8일부터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고인을 모시기 위한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현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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