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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양산 시위 막겠다며 ‘집회의 자유 침해법’ 낸 민주당에 우려 표명

집시법 본질 침해, 모호한 포괄적 표현도 가득...“사회적 소수자 차별 맥락 전혀 고려하지 않아”

  •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 발행 2022-06-17 16:28:39
  • 수정 2022-06-17 18: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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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단체발 욕설·고성 시위를 제지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달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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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인한 주민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이날 논평을 내 “최근 발의된 네 건의 집시법 법률안의 세부적 내용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를 광범위하게 위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민변이 짚은 네 건의 집시법 일부개정안은 각각 민주당 정청래, 한병도, 윤영찬,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정 의원이 제출한 집시법 개정안은 법안 제11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의원은 집시법 16조 ‘주최자의 준수 사항’에 “비방할 목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주는 행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준 이하의 소음이라 하더라도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한 의원은 개정안에서 준수 사항을 위반할 시 처벌 또한 가능하게 했다.

    윤 의원은 ‘혐오표현’을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인 편견에 기반한 선동적이고 적대적인 표현 행위”로 정의한 집시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윤 의원은 “혐오표현을 통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담았다.

    박 의원은 집시법 개정안에 집회를 금지해야 하는 경우로 “신고 장소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의 소음·진동, 타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명시했다.

    또한 박 의원은 집회 주최자의 준수 사항으로 “성별·종교·장애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특정한 대상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유발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선동해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행위”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민변은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금지하도록 한 정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에 관해 “절대적 금지장소를 확대하는 법안은 그 목적의 정당성·필요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집회 개최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다”며 “집회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 참여자가 사용해야 할 표현을 제한한 한 의원의 법안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법률안의 문언 자체도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규제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법률안이 그대로 입법된다면 집회의 내용, 표현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 자의적 또는 차별적 규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의원이 규정한 혐오표현의 정의에 대해 민변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권력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 법안이 정의하는 혐오표현은 시민사회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혐오표현과 그 개념이 명백히 다르다”며 “권력자 혹은 위정자에 대한 비판까지도 혐오표현으로 보아 금지·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심각한 집회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의 제한 및 위축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집회 금지 사유를 규정한 박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은 “경찰 권력의 자의적·차별적 판단으로 표현 내용에 따른 집회 규제가 오·남용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이 적시한 집회 주최자 준수 사항에 대해서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문제 제기 자체를 봉쇄하는 위헌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민변은 “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집회는 다른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현행 집시법에 따라 충분히 규제될 수 있다”며 “국회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큰 위 네 건의 법률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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