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2.06.17.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려 하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전남 일선 경찰관들은 이례적으로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광주경찰·전남경찰 직장협의회는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안부 소속 경찰국 설치안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광주 5.18민주광장에서의 광주·전남 일선 경찰관들 목소리는 ‘민주경찰’의 상징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광주·전남 경찰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가, 오랜 세월 탄압과 불명예·치욕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던 故 안병하 전남도경국장과 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 등은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몇 년을 더 살지 못하고 숨졌다. 또 수많은 광주·전남 경찰이 강제퇴직과 부당한 징계·계고·전환배치를 받았다. 이들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진상이 밝혀지면서 명예를 회복하고 있다.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 서강오 위원장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2.06.17. ⓒ뉴시스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며 과거 독재 시대의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이 아닌) 국가 권력에 충성하라는 것”이라며 “경찰에게 이런 충성 맹세를 통한 인사발령이 이뤄진다면 향후 경찰 수사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반대하는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경남경찰 직장협의회가 지난 14일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충북경찰청 직장협의회와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17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충북경찰청 직협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라며 “행안부가 치안정책관실을 경찰국으로 격상해 경찰을 통제하려는 것은 명백히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경찰의 근간을 뒤흔들며, 13만 경찰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충북경찰청 직장협의회가 17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은 충북경찰 직장협의회에서 내건 반대 입장 현수막. 2022.06.17. ⓒ뉴시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경찰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의한 견제와 통제’를 관치행정으로 변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경찰청 독립 이후 운영해 온 ‘국가경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찾고,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개선책을 찾는 것”이라며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국민의 경찰’로서 법질서를 지켜나가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경찰의 민주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켜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 취임 후 곧바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한 달간 4차례 회의를 통해 행안부 산하 비직제 기구였던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1991년 폐지됐던 경찰국을 부활시켜 경찰 통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경찰이 행안부 전신인 내무부 산하에 있으면서 정치권력에 종속되고 경찰권이 남용됐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을 독립된 외청으로 둔 것인데, 행안부가 경찰국을 통해 직접 통제하게 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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