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란 단체에서 「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 읽어 보았다. 장문의 성명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친 어조로 나를 비판 혹은 비방하고 있으나, 나는 그다지 놀랍지도, 억울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내 지난 4년 몇 개월(뉴스통신진흥회 3년6개월과 퇴직 후 11개월) 간의 활동과 글을 비난의 자료로 삼았으되 인용에 거짓이나 과장은 없었고, 단지 사물을 보는 시각과 결과를 판단하는 잣대가 크게 다를 뿐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내내 괴로웠다. 공영언론 연합뉴스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늘 있었다. 경영을 관리감독한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합뉴스가 매년 300억에 이르는 국고지원을 받는 만큼, 가장 빠르고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진정한 공영언론사로 우뚝 세우라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그 책무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관리감독권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법적 미비, 연합의 오래 된 인적 구조 및 강한 보수 편향성, 일체의 외부 비판과 간여마저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연합 구성원들의 정서와 이를 배경으로 한 노조의 반발 등으로 인해 간섭이나 침해는커녕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나 의견제시 마저도 번번히 벽에 부딪힐 뿐이었다.
나는 이사장 취임 오래 전부터 페북이나 오마이뉴스, 작은 인터넷매체들에 글을 써왔는데 이사장 취임 이래 더 열심히, 더 많이 글을 쓴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즉,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이발사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쓴 외부 글들을 통해 연합의 뉴스생산과정에 간섭하려 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인가!
나는 연햡뉴스의 공정성에 늘 불만을 가졌지만 단 한 순간도 연합뉴스가 ‘문재인 나팔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한 것은 ‘공정’이었지 ‘(문재인) 편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숱하게 시도했고, 그 때마다 좌절했던 내 염려와 충고를 조금이라도 참조했다면 연합뉴스는 오늘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언론의 첫 손가락에 꼽히는 언론사가 될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아무튼 나는 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 낸 성명서가 나에 대한 비난이나 매도가 아니라, 조합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에 대한 찬사와 격려로 읽히기도 한다. 나 자신도 할 수 없는, 지난 4년 여 나의 언행을 너무도 잘 정리해 줘서 고맙다.
내게 큰 기대를 걸었고, 그만큼 실망도 컸던 많은 분들에게 “그래도 강 아무개가 생각은 똑바로 했고, 나름 발버둥은 쳤나 보다”고 여기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임한 뒤 1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 뜬금없이 전임 이사장을 공격하는 것이 기이하기는 하다. 정권이 바뀐 후, 이제는 연합뉴스를 ‘진짜 윤석열 나팔수’로 만들고자 하는 일부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경영진 질타하고 친정부 글 쏟아내며 사실상 ‘보도지침’ 하달
“국민의힘은 불한당이고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 비방
안철수를 강아지로 비하하고 김어준은 세계 최고 K방역 영웅화
연합뉴스가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데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출신의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이사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미화하고 국민의힘을 타격하는데 앞장선 그는 일제 강점기 언론검열관처럼 행세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진흥회 이사장은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연합뉴스의 독립성·공정성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문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지면 연합뉴스 경영진을 질타하고 일선 기자들을 우회 압박했다. 그런 다음 편집국 보도는 친정부 기사로 도배질했다.
인터넷 신문이나 SNS 등에 수시로 올린 글은 궁예의 관심법과 사이비 교주의 저주, 프랑스 화가 다비드의 영웅 만들기, 백운규의 '너 죽을래' 협박 수법이 총동원된 사실상의 보도지침이었다.
그자는 2019년 9월 인터넷 신문 ‘진실의길’에 기고한 '진보 지식인들의 오조준' 글에서 조국 일가족 비리를 수사한 검찰을 맹비난했다. 촛불혁명으로 잃어버린 수구 기득권을 되찾으려 검찰이 전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진실의길은 정부의 천안함 폭침론을 반박하며 좌초설을 제기한 신상철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해 10월에는 좌파 성향의 인터넷 신문 뉴스프리존에 ‘조국교수 부인, 정경심교수 6차 소환을 보고’라는 칼럼을 올려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
검찰은 심기를 거스르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보여주는 조폭과 같다면서 “살모사를 약 올리는 두꺼비처럼 정권의 참을성을 시험하는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언론에는 검찰 장단에 맞춰 끝없는 수렁으로 들어가 그저 조폭 흉내를 내며 미쳐 놀아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자 저주의 글을 퍼트리기도 했다.
‘이준석 현상’은 시정잡배의 도덕성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불한당에서 정권 탈취 야욕만 살아남아 언론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이는 것일 뿐 진정한 세대교체 바람이 아니라고 폄훼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자녀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정치관은 친일파를 답습했다며 격한 증오와 혐오감을 쏟아냈다.
반면, 검찰의 정 교수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는 “11시간 동안 남의 집을 점거하고 짜장면(설렁탕?)을 시켜 먹으며 벌인 난동극이자 수사를 빙자한 인권유린”이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허위사실을 토대로 혹세무민했다.
윤 후보가 검찰 입문 후 법학 서적을 포함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평생 ‘조져’, ‘봐줘’, ‘덮어’ 세 마디면 족한, 지식이나 상식과 무관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부정 대출,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덮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단정했다.
연합뉴스 편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그자의 폭주에 일부 기자가 반발했으나 마이동풍으로 그쳤다.
2018년 7월 JTBC가 남북언론교류 협의와 평양지국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는 연합뉴스 보도 관행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정수리에 때린 일침을 통해 연합뉴스 종사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가 보수정권의 적대적 북한 정책에 편승한 탓에 JTBC에 교류 기회를 빼앗겼다는 궤변이었다.
‘독재의 맛’이라는 글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산 열망이 들끓고 있으므로 차제에 그냥 해산시켜 버릴까? 대신 연동형 비례제 어쩌고 할 것 없이 아예 국회의원 100명 정도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어떨까”라고 적었다.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라는 조롱성 글에서는 “MBC, 뉴스타파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가 연루된 비리를 보도하는데 다른 언론은 침묵한다”면서 연합뉴스 기자들은 왜 검찰 권력과 싸우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는 “간악한 유대인이 세계를 조용히 약탈하는데도 영향력 있는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고 일갈한 히틀러의 데자뷔였다.
그자는 신문 기고나 페이스북을 통한 우회 개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통제도 병행했다.
2020년 8월 진흥회 월례 이사회에 출석한 조성부 사장 앞에서 부동산 정책,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검찰 인사 등과 관련한 보도를 강하게 질타한 게 대표 사례다.
여권과 갈등을 빚은 검사장과 KBS 노동조합, 권경애 변호사 등의 주장을 빠짐없이 보도함으로써 정부에 불리한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야단친 것이다.
대부분 기사는 사실 위주로 작성됐는데도 진흥회 검열 문턱에 무더기로 걸려들자 편집국에서는 정부 눈치 보기 풍조가 만연해졌다.
그자의 오지랖은 연합뉴스 담장 밖에서도 펄럭였다, 기존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스탈린이나 김일성과 같은 독재자의 자기 팽창 증후군과 닮은 행보다.
그자는 “늑대 DNA는 검사 직업군에서, 하이에나 DNA는 기자 직업군에서 확연하다”며 언론의 손모가지를 부러뜨려야 한다는 극언도 퍼부었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을 무리하게 감싸려다 오보를 낸 자사 간부들을 비판했을 때는 발작 증세를 보였다. 기자들의 용기를 격려하기는커녕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통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향한 그자의 일방통행식 찬사와 편향은 취임 이전부터 기승을 부렸다.
19대 대선정국에서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를 추켜세우되 야권은 짓밟거나 폄훼하는 글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16년 4월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은퇴론 가당찮다. 호남 민심은 더 깊게, 더 길게 흐른다’는 글을 썼고 2015년 8월에는 외눈박이 대법원이 뇌물수수 혐의를 확정한 한명숙 전 총리는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선 후보를 하룻강아지로 비유하면서 “짖어야 할 상대, 짖어야 할 때를 모르니, 아무 때나 아무나 보고도 저 잘난 맛에 요란하게 짖는다”고 멸시했다.
신은 나의 편이기 때문에 나는 선하다는 확신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사이비종교 교주를 연상케 하는 글이었다.
특정 사안을 확대·과장하고 일부 진실에 다수 거짓을 버무리는 괴벨스식 선동은 이사장 퇴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정경심 교수가 검찰의 표적·기획·저인망·먼지털이 수사로 구속된 만큼 문 정권에서 사면 복권해야 한다는 글을 올해 5월 인터넷에 올렸다.
방역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 데는 TBS 뉴스공장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바르게 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김어준의 역할이 컸다면서 그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황당 발언도 했다.
20대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1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에서는 공동 대표 자격으로 최선봉에 섰다.
그자의 정치적 관종 행보는 저녁놀과 같은 황홀한 빛을 영원히 뿜어내는 듯했으나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외쳤던 정권 교체가 막상 현실화하자 그의 폭주가 비로소 멈췄으나 적폐 청산과 개혁의 가면을 쓰고 연합뉴스에 가한 해악은 너무나 방대하고 치명적이었다.
1981년 이후 취재현장에서 강철같이 단련된 기자들의 뼈와 근육이 물러지고 날개가 꺾인 탓에 대형 낙종이 체질화했고 공동체 미덕 대신에 증오와 갈등의 악덕이 독버섯처럼 번창했다.
그자가 연합뉴스 곳곳에 내깔린 오물과 폐해가 워낙 많아서 다음 성명에 만행을 추가로 공개하고 사내 공범자들의 부역 행각도 밝히겠다.
2022년 6월20일
연합뉴스 공정보도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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