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한반도 위기 진단 ②

▲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미국이 '영변 + @'를 주장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미국이 '영변 + @'를 주장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북미 협상의 실패: ‘김정은↔트럼프 친서'를 통한 복기

그렇다면 지금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2018년 진행되었던 북미 협상의 실패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6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침략과 공격을 억제, 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이다. 그 이후 북미 협상이 시작되었다.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은 북한이었다. 2018년 3월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미국은 이를 수락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 정상은 “새로운 조미 관계의 수립 → 한반도 평화 실현 → 한반도 비핵화”라는 로드맵을 합의하였다. 한반도 비핵화의 추동력은 ‘북미 상호신뢰구축’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여전히 ‘선비핵화 입장’에 고수했고,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정은↔트럼프 친서’에 확인된다. 모든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관계 진전과 신뢰 구축’을 주장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후 북미 양측의 이같은 정책 차이는 2019년 신년사에서 ‘부득불 새로운 길’을 언급한 배경이었을 것이며,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측은 ‘비핵화 달성 기회’를 언급하며 북미 대화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한미군사연습을 재개했다. 2019년 6월 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접근법” 즉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미국은 8월 적대적 군사연습으로 일관했다.

2019년 8월 한미군사연습은 ‘북한 안정화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 안정화 작전’은 "북한 지역을 점령한 후 북한 잔당을 소탕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회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8월 5일 ‘김정은→트럼프 친서’는 북한측의 불편한 심기와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특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전쟁연습의 주요 타깃은 우리 군대”라며 미국의 실무급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김정은↔트럼프 친서’는 북미관계 개선을 추구하려고 했던 북한의 입장과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려고 했던 미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친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각과 다르게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북미 협상에 북한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상호신뢰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라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정신’은 ‘김정은→트럼프 친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 등장 후 재추진되는 핵동맹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핵동맹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갔다. 5월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과 그 주변에 순환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이다.

또한 7월에는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들어와 열흘간 훈련을 하고 돌아갔으며, 9월엔 수십대의 전략폭격기가 실려있는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군사적 흐름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적이 없으며 항공모함 역시 한반도에 들어온 적은 있으나 훈련엔 참가한 적이 없다.

통상적 대북적대적인 군사행동 수준이 아니라 핵무기가 동원된 대북군사행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합의하고, 스텔스 폭격기와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한미동맹이 핵동맹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현상들이다.

물론 핵동맹화의 조짐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있었다. 지난 해 12월 한미 양국은 한미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분명 고도화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한미작전계획은 통상적으로 ‘전략기획지침 → 전략기획지시 → 작전계획 완성’의 절차를 밟는데 이미 올해 3월 2단계인 전략기획지시를 마련하는 것까지 진행되었다. 따라서 최근 한미 양국의 핵동맹화는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핵동맹화는 분명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개념인 ‘확장억제’가 재추진되고, 핵공격 전략무기가 동원되는 군사연습이 시작된 것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갖는다. '도상전쟁', '쌍방 핵무력', '해법 부재'라는 3중 위기이다. 한미 군사연습이 계속 예정되어 있다. 어쩌면 이 위기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한미 양국과 우리 언론은 '북한의 도발' 때문에 위기가 초래했다고 단정짓지만 지금의 위기는 한미 양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동맹화가 초래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쳐 2022년 10월 위기를 진단한다.

① 새로운 차원의 전쟁위기: 3중 위기
② 북미 협상의 실패와 다시 강화되는 한미 핵동맹
③ 북한 핵정책의 변화 과정과 10월 위기의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