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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다섯달 만에 실종된 협치, 사정정국 격랑

"처칠-애틀리 연립내각" 강조했던 협치 기조는 옛말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지난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에 처음 가진 국회 시정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애틀리 전시 연립내각을 언급했다. 의회주의를 기반으로 대연정에 버금가는 협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윤 대통령을 여야는 기립해 박수로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시정연설 내내 야유나 고성은 들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24일, 민주당은 "이제 협치는 끝났다"(박홍근 원내대표)며 시정연설 보이콧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다섯 달만에 정국은 극단적인 여야 대치로 뒤바뀌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본격화된 사정정국이 도화선이 됐다. 

검찰은 시정연설 전날 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맞섰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수용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고,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우리헌정사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정연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책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국민께 나라의 살림, 나라 씀씀이에 대해 설명할 책무가 있듯 국회 역시 정부로부터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쓸지에 대해 보고를 듣고 꼼꼼히 챙길 책무가 있다"고 했다.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시정연설 권한을 강조하며 보이콧을 결정한 야당에 여야 대치의 책임을 넘긴 것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첫 본 예산안을 내일 국회에서 국민께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엄중한 경제와 안보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은 헌법과 국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불참해도 시정연설 강행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갈등의 진앙인 검찰 수사에 철저하게 거리를 두는 대신 한 총리와 만나 "마약과의 전쟁", 불법 사금융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회악 척결'에 주목도를 끌어올리려는 모양새다. 

또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의 경제 리스크 관리 상황이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상히 설명하는 기회를 자주 갖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관계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감사 기간에 제기된 합리적 비판이나 정책 대안에 대해서는 향후 국정 운영이나 정책에 적극 반영해 달라"는 원론에 당부에 그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검찰이 사정 정국을 주도하는 투트랙 전략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로 민생경제 체감도가 악화일로인 데다, 김문수 경사노위원장의 "김일성주의자" 발언으로 대표되는 색깔론까지 겹쳐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된 와중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9%로, 전주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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