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에서 보듯이 자료확보가 가능한 해인 1995년부터 배율은 다음과 같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10에서 15 사이의 배율을, 2002년 이후에는 2007년 28.9를 제외하고 2015년까지 15에서 25 사이의 배율을, 2016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는 25에서 31 사이의 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배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0년 31.2이고 2024년 기준으로는 28.1이다.
30 가까이 되는 이 배율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 그 정도는 GDP 대비 지가총액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GDP 대비 지가총액은 1995년에서 2019년까지 3.5배에서 4.5 사이에 머물렀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4.8에서 5.5 사이에 머물렀으며, 2024년 기준으로는 4.7이다.
GDP 대비 지가총액 배율과 농림업 생산액 대비 농경지임야가격 배율을 비교하면 우리가 예상했듯이 농지 가격의 비싼 정도는, 다시 말해서 거품이 낀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알게 된다. 사용가치인 지대(地代)와 교환가치인 지가(地價)의 괴리가 가장 극심한 부동산이 바로 농지라는 것이다.
'개발 기대 가치'가 농지 가격 폭등·휴경지 증가 원인
그렇다면 농지 가격에 이렇게 거품이 많이 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분명히 할 건 비싼 수도권 농지와 상대적으로 싼 비수도권 농지의 농업적 사용가치(land rent)는 비슷하다는 점이다. 매년 그 농지를 이용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위치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옥도나 규모화 정도로 인해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경기도에서 농사짓나 호남에서 농사짓나 재배 면적과 노력이 비슷하면 소득도 비슷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면 수도권과 지방의 농지 가격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무슨 까닭에 서울과 경기도 농지의 평균 가격은 ㎡당 각각 94만 원과 20만 원을 약간 상회하는데, 전남의 농지 가격은 ㎡당 2만 6천 원 밖에 안 되는 걸까? 왜 서울과 경기도의 농지 가격이 전남의 36.3배와 7.8배나 되는 걸까?(뉴스1. 2022.9.26. "충북 농지 가격 서울과 16배 차이…㎡ 5만 7299원") 그건 수도권 농지엔 개발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농지지만 나중엔 대지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농지 가격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할 수 있다.
농지 가격 = 사용가치 반영 가격 ① + 개발 기대 가치 반영 가격 ②
앞서 말했듯이 사용가치를 반영하는 '가격 ①'은 그 농지의 위치와 무관하게, 즉 수도권에 있으나 지방에 있으나 비슷하다. 따라서 위 식에 따르면 수도권의 농지가 비싼 이유는 개발 기대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 ②'가 비수도권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도권에 있는 어떤 농지가 100년 후에도 농지로 존재하는 것이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아무리 수도권이라도 '가격 ②'는 제로에 가깝게 되고 결과적으로 농지 가격은 매우 낮게 된다. 요컨대 농지투기 문제 해결의 관건은 100%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 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달린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농지소유자는 '가격 ②'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욕구가 강할수록 농업 활동에 대한 의지는 약해지고 휴경 가능성은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개별 농지소유자의 휴경 결정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힘들게 농사 져서 먹고 사느니 개발 바람 불어서 시세차익을 누리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휴경지는 얼마나 될까? 또 경작 가능 면적에서 휴경지가 차지하는 비중 추이는 어떨까? 아래 <그림 2>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작 가능 면적은 2008년 171만 3600㏊에서 2024년 146만 1000㏊로 16년 만에 무려 25만 3400ha나 줄어든 반면, 휴경면적은 오히려 4만 4700ha가 늘었다. 만약 휴경률이 일정하면 휴경면적도 경작 가능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서 줄어들어야 함에도, 오히려 늘었다. 그런 까닭에 휴경률은 2008년 2.2%에서 2024년 5.7%로, 무려 2.6배나 는 것이다.
휴경에는 여러 가지 경우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농지소유자가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경우 ▲농지 상속인이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면서 그냥 방치하는 경우 등 다양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시세차익, 즉 개발 기대 반영 가격인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모두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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