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한반도 위기 진단 ③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갖는다. '도상전쟁', '쌍방 핵무력', '해법 부재'라는 3중 위기이다. 한미 군사연습이 계속 예정되어 있다. 어쩌면 이 위기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한미 양국과 우리 언론은 '북한의 도발' 때문에 위기가 초래했다고 단정짓지만 지금의 위기는 한미 양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동맹화가 초래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쳐 2022년 10월 위기를 진단한다.

① 새로운 차원의 전쟁위기: 3중 위기
② 북미 협상의 실패와 다시 강화되는 한미 핵동맹
③ 북한 핵정책의 변화 과정과 10월 위기의 원인

북한 정책과 행동의 변화

2019년 12월 당전원회의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차단했다. 그후 단계적으로 북한은 공세적 핵정책을 예고하고 그것을 현실화시켜 나갔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점진적이었고 단계적이었다.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 실제 집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정책 변화를 4시기로 구분하여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본다.

북한 정책 변화의 1시기는 하노이 회담 결렬부터 2019년 말 정면돌파전을 결정할 때까지이다. 이 시기에 북한은 친서 등을 통해 미국이 ‘선 비핵화, 대북 압박’에서 ‘북미 관계 개선’으로 정책을 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선비핵화, 제재 강화’를 고수했다. 북한은 정면돌파전을 선포함으로써 협상 거부, 핵무력 강화로 정책을 전환했다.

‘김정은↔트럼프 친서’ 친서에서도 확인되듯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정책 전환을 전제로 3차 북미회담 용의를 밝히며 그 시한은 2019년 연말로 상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책 전환이 아닌 ‘북한 안정화작전’이 포함된 한미군사연습으로 화답했다. 또한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도 미국의 기존의 적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 해 12월 당중앙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협상 정책을 미국이 ‘불순한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2시기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시기로, 새로운 대미전략에 따른 국방정책을 수립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또한 북한은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도 대북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바이든 정부의 대화제의에 일절 응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대화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2021년 1월 8차 정책당대회에서 2차 국방발전계획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6월 당전원회의에서 바이든 정부 역시 대화 의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후였다. 이후 북한은 2차 국방발전계획에 따른 새로운 무기 시험을 진행하고, 그 해 9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적대정책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재천명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1년 12월 말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이 결정되었다. 이 전원회의에서 핵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논의되고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3시기는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시기로, 1월 정치국회의에서 ‘잠정중지하였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ICBM을 시험발사, 전술핵무기 탑재 무기시험을 실시했다. 또한 남측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 등에 대한 대응행동으로 핵정책의 단면들 즉 핵선제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정책이 수면위로 오르기 시작한 시기이다. 2022년 9월 채택된 핵정책법령 역시 이 시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4시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의 시기로 이 때부터 핵무력 시위를 본격화했다. 2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미가 핵동맹을 재추진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8차 당대회에서 언급했던 ‘강대강, 정면승부 원칙’을 6월 전원회의에서 재확인하고,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노동당 군사위원회를 열어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에 중요행동계획을 추가했다. 전술핵 관련 임무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정책법령’을 채택했으며, 시정연설에서 핵무기 운용 공간을 확장하고 핵전투태세 강화를 강조했고, 한미군사훈련을 겨냥하여 “상응하는 대가 치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9월 25일 이후 우리가 확인하고 있다시피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이나 한국군 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군사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북미 협상 거부와 적대정책의 지속이 위기 초래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탓하고 있으며,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과라며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다른 한편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 무책임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엔 ‘북한 핵위협’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북한의 위험스러운 핵정책과 군사 행동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봤던 것처럼 북한의 핵정책과 군사행동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공세적으로 변했다. 북미 협상기였던 2018년과 2019년 미국은 선비핵화론, 제재강화론을 고수했다. 그 결과 북미 협상은 좌초되었다. 북미 협상기에 북한은 핵시험도, ICBM 시험발사도 하지 않았다. 친서에서 확인되듯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하여 대미 협상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

북한이 전술핵운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4월이다. 바이든 정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일부를 공개하며 핵선제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2022년 3월이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공세적 핵대응은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4월부터 핵운용 관련 무기체계를 시험발사하기 시작했고,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재추진된 핵동맹화에 대한 대응으로 핵정책 법령을 채택했고, 핵전투태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정책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결과로서 나오게 된 것이다. 만약 하노이 회담이 성공했다면, 2019년까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명기한 새로운 북미관계가 시작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의 일련의 군사 행동 역시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띠고 있다. 9월 말부터 시작된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이 전개되지 않았다면 북한은 핵탑재 모의 군사훈련, 연이은 포사격 훈련 등을 실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공세적 핵정책이 싱가포르 회담으로 시작된 북미 협상이 실패한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했을 때, 북한의 ‘위험한’ 군사행동이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을 때 최근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 2017년 12월 진행된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공군 F-35 전투기가 군사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2022년 11월초 대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한미 양국의 계속되는 대북 적대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 2017년 12월 진행된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공군 F-35 전투기가 군사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2022년 11월초 대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한미 양국의 계속되는 대북 적대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19년 말 정면돌파전을 선포할 때 ‘불안과 공포’를 목적으로 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지금 북한의 행동은 분명히 한미 양국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8차 당대회에서는 ‘강대강 대미 노선’을 천명하기도 했다. 지금 북한은 그들이 천명했던 대로, 예고했던 대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남측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한 북한의 공세적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자신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군사적 적대행위로 대응하고, 자신의 안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 상대방의 안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대응하는 북한의 기조는 점점 강화될 것이다. 2022년 10월 한반도는 그 어느 시기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3중의 위기 국면에 빠져있다. 상호 적대행위가 심화되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위기, 핵무기까지 동원되는 핵위기, 외교적 해법의 공간이 보이지 않는 정치 부재의 위기가 한반도를 지배한다.

북한은 지금의 상황을 전쟁이 가능해진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만에서 미국의 패권적이며 일방적인 대외정책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대만 역시 우크라이나화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북한은 자신의 핵정책을 공개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교 해법을 마련할 그 어떤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화 프로세스니, 대화 로드맵이니 하는 ‘고상한 해법’은 의미를 갖지 못하며, 현실성도 가질 수 없다. 2022년 한반도의 10월 위기는 한반도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만 그리고 한국 정부가 친미사대적 외교정책과 완벽하게 결별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을 반대하는 정치 역량이 미국과 친미사대 세력을 압도했을 때 비로소 평화는 가능해진다. 자주가 없으면 평화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