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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대란'을 잠재울수 있을까

[기자의 눈] 택시는 남고 기사는 모자라는 현실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2.10.28. 08:49:19

 

내년 2월1일부터 서울택시 승객들은 1000원 오른 4800원의 기본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 거리도 현행 2㎞에서 1.6㎞로 400m 줄어든다.

주목할 점은 심야 탄력요금제다. 기본료 인상보다 두 달 빠른 올해 12월1일부터 도입된다. 기존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 할증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어나게 되고, 20%로 일률 적용되던 심야 할증률은 시간대별로 나눠 2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된다.

오후 10시~11시, 오전 2시~4시 사이에는 할증률 20%를 유지하지만, 수요가 집중되는 오후 11시~오전 2시 사이에는 40%까지 늘린다. 12월1일부터 오후 11시~오전 2시 사이 택시 기본요금은 5300원이 되고, 내년 2월부터는 6700원이 된다. 

앱으로 서울택시를 부를 경우, 호출료는 최대 5000원이라는 가정 하에 내년 2월1일부터 오후 11시~오전 2시까지의 기본요금은 최대 1만1700원까지 오른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이 감소한 택시기사들이 배달, 택배업 등으로 이직하면서 심야 택시 대란이 벌어졌다고 판단한다. 이번 심야 탄력요금제 인상으로 떠난 택시기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탄력요금제 도입으로 심야 택시 대란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택시는 남아돌지만 기사가 없는 상황

 

사실 택시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법인택시 기사가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월 3만1130명에서 2022년 5월 2만710명으로 1만 명 넘게 줄었고, 택시 가동률은 2019년 1분기 50.4%에서 올해 1분기 31.5%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택시는 남아돌지만 기사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의 요금을 올려 떠난 택시기사를 돌아오게끔 한다지만, 법인택시 기사는 요금이 오른다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금이 오른다고 월급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2019년 법인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사납금제(하루 소득의 일부를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기사가 가져가는 제도)는 폐지됐다. 이후 2020년부터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됐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가 정해진 영업시간과 운송수입금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변종 사납금제도'로 불린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20만 원 받는 택시운전사가 매일 일정 금액(하루 15만 원)의 '사납급'을 채우지 못하면, 220만 원에서 수당 등 일정 금액을 제하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최저임금보다 적게 버는 기사들도 태반이다.

택시기사들 입장에선 사실상 '사납금'이 유지되는 데다, 열심히 일해도 월급에 더해 초과 수입을 가져갈 수 없어 유인책이 더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택시요금을 올릴 때, 전액관리제의 부작용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 발표에는 전액관리제 관련 개선안은 빠졌다. 

더 나올 개인택시가 있나 

서울시의 이번 심야 탄력요금제는 개인택시기사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에 등록된 택시는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7만1756대인데 이 가운데 개인택시는 4만9153대(68.5%)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심야 택시난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서울시에서는 판단한다. 

그러나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경우 65세 이상이 53%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돼 있다. 퇴직한 뒤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기사들은 취객과 상대해야 하고 체력소모가 심한 심야 운행보다 주간 운행을 선호한다.

실제 서울시에서 그간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택시 강제휴무제 폐지 등 여러 유입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평일 오후 11시~오전 2시 기준으로, 9월 넷째 주(26일~30일)의 시간당 평균 서울 전체 택시 운행 대수는 2만23대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을 시행하기 전인 올해 4월 둘째 주(11일~15일) 1만7205대보다 16.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 2만4333대의 82.2% 수준까지 회복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개인택시는 1만154대에서 1만1만2235대, 법인택시는 7051대에서 7788대로 각각 늘었다. 2019년 4월과 비교하면 개인택시는 95.1%로 코로나 이전으로 거의 회복했으나 법인택시는 아직도 67.8%에 머물러 있다. 

심야 할증 요금제가 '잠자고 있는' 개인택시 운전사를 불러올지, 아니면 떠나간 법인택시 운전사를 불러올지는 두고 볼 일이나,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는 건 현재로서는 분명하다. 

다만 비싸진 택시요금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어 택시 대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택시 대란의 해결책이라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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