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촛불’과 ‘내란음모’

‘촛불’과 ‘내란음모’
 
<분석과전망>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촛불에 ‘내란음모’는 무엇일까?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8/29 [13:07] 최종편집: ⓒ 자주민보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를 기획했다구? 설마!

‘내란음모’

8월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 그리고 사회단체의 주요간부 등 10여명이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고 그 중 3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접하게 된 단어였다.

국회의원이 내란음모라니? 더구나 대통령 후보까지 배출한 야당이? 국가기관을 전복하려 했다구? 설마!

사람들은 충격스러워 하기 보다는 그렇듯 황당스러워했다. 물론 자칫 잘못되면 ‘진보당내란음모사건’ 정도로 불리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란음모는 형법이다. 법적인 절차 없이 법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거나 강압적인 방법을 이용해 국가기관을 전복시키는 행위 등을 모의한 것에 대해 적용된다.

사람들은 지난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을 선고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 적용되었던 것이 내란음모였다. 지금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불리우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받으면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문익환 목사 등 24여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2년 7개월 간 옥살이를 해야했다. 이어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야하는 고통까지도 감내해야했다.

역사에는 <김대중내란음모사건> 말고도 또 하나의 내란음모사건이 기록되어있다. 1975년 인혁당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유신 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가 지목을 받았다. ‘인혁당 재건위’의 도예종 등 23명에게 붙혀진 혐의가 내란 예비와 음모 등이었다. 도예종 등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8시간 후, 사형 집행이 되었다. 사법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1975년 4월 9일이었다. 국제법학자회는 이날을 '사법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조작된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에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3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2004년 2월이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조작 주체는 1980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 세력이었다. 5.18광주민중항쟁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인혁당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2002년 9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였다.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재심청구를 했다. 사법부는 2007년 1월 23일 사형당한 8명에 대해 그리고 200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죄를 결정했다.

인혁당 사건의 내란음모 조작은 유신시대를 본격화하는데 필요한 공안통치의 시작으로 평가받았다.

▲국정원이 ‘내란음모’를 기획한 것 아냐? 글쎄?

‘내란음모’와 관련된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로부터 사람들은 이번 이석기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사건의 정치적 배경과 관련해 많은 사색을 진행했다. 그리고는 여러 분석들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국정원의 ‘내란음모’가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것이 그 하나이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의 '댓글작업‘에 대해 대북심리전 차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 주장에 따르면 ’종북세력‘들의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한 대북심리전 활동으로 된다. 이 주장에는 심지어 국정원법에 금지되어있는 국내정치개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논리까지도 내재되어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폭로.확인된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수세에 내몰려야했다. 결국 국정원의 ‘내란음모’는 그동안 국정원이 비축해두었던 진보당 관련 정보들을 종합하여 사건으로 터뜨림으로써 기간 정치개입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개혁요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 그리고 이를 물타기 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상회담녹취록 공개 등으로부터 국정원은 강도 높은 개혁을 강제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셀프개혁을 주문함으로써 그 강도는 조금 눅잦혀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야당의 요구는 국정원 입장에서는 심상치가 않다. 국내정치파트 폐지가 그 핵심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요구이다. 진보당은 국정원을 폐지할 수 있는 선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국내정치파트는 국정원이 그간 영향력을 크게 가질 수 있게 하는 결정적 보루였다. 여기에서 수집한 광범위한 정보들은 국내정치사안에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즉, 공작정치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국정원의 ‘내란음모’는 구체적으로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국내정치파트 폐지를 막기 위한 공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내란음모’는 ‘대통령 살리기’인가?

국정원의 ‘내란음모’에서 가장 무게 중심이 실려 있는 것은 정국전환용 혹은 ‘대통령 살리기’라는 분석이다.

촛불정세와의 관련성 문제가 그 핵심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기본으로 이에 대한 책임자 처벌 그리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촛불이다. 그러나 국정원선거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했던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일부 야당에서 특검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촛불은 지금 명백히 청와대로 향해가고 있다.

촛불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현 정국에서 단순한 것이 결코 아니다. 국정원은 촛불을 책임져야하는 몫을 갖고 있다. 국정원 때문에 밝혀진 촛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국정원이 촛불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국정원의 임무와 역할 그리고 그 존립과 관련된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 시기 촛불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최고의 목표는 박근혜대통령의 사과이다. 이는 박대통령의 사과라는 것이 국정조사 혹은 특검 등 합법적인 경로와 과정이 도달시킬 수 있는 최고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촛불이 청와대로 직접 향하게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합법적인 경로나 과정을 생략하는 보다 공격적인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의미이다. 촛불 대중은 서울 시청광장에 모였다 사라지고 말지만 세종로를 걸어가면 곧바로 청와대에 도달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촛불이 청와대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의미는 사뭍 심각하다. 지난 대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담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부정선거, 대선무효, 대통령 하야라는 구호가 촛불현장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정치적 배경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국정원을 비롯하여 새누리당 등 일체의 보수세력들은 촛불에 대해 종북논리로 공세를 취해왔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을 그냥 보고만 있을거니? 그리 한가해?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촛불을 반대하는 세력들 중에 핵심이 갖는 현실적인 문제의식일 것이라며 한 정세분석가는 그렇게 말했다. 문제는 촛불이라고 했다. 국정조사에서의 새누리당의 힘으로도 전반 보수세력들의 종북공세로도 막아내지 못한 촛불을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막아내려는 공작으로 기획한 것이 국정원의 ‘내란음모’라는 것이었다.

촛불 초기 국면 때 국정원 선거개입을 물타기 하기 위해서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을 공개했던 것과 같은 성격인 셈이었다. 물론 목표는 다르다. 국정원 살리기에 국한되지 않는 원대한 또 하나의 목표가 있는 것이 그 다른 점이다.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고 있는 촛불을 꺼뜨림으로써 정국전환을 도모하고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최고권력자를 살려야한다는 목표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전선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전선의 쌍방 간에 판가리 성격의 긴장이 걸린 것으로 보이기도한다. 촛불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나아갈 태세를 굳혀가고 있다는 것에 누구든 주목할 수밖에 없다. 아직 본격적으로 행동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뿐 진격하려는 징후를 곳곳에 잠재시켜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촛불은 국정원이 또 다시 나서서 직접 던져놓고 있는 ‘내란음모’ 앞에서 어떤 전선을 그어주게 될 것인가? 사람들은 청와대 앞에서 조우한 ‘촛불’과 국정원의 ‘내란음모’의 쟁투를 숨죽여 지켜보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토요일에 하게 될 제10차 범국민대회가 주목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